[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2.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ㆍ사회주의청년연맹

<인천투데이>은 지난 9월 25일~10월 2일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가 주관한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독일 뮌헨 등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본소득네트워크 관계자와 잘츠부르크주 정부 관계자, 사회주의청년연맹 활동가와 청년기업가 등을 만나 주정부의 청년 관련 정책 사례를 듣고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고민도 들었다. 또한 독일 뮌헨시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청년농민을 만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인천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먼저 살펴보고, 유럽의 청년 정책 사례를 보도한 후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인천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창업하거나 취업한 청년들, 인천의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나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등을 듣고 향후 인천 청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한다. 첫 번째 인천시 청년정책에 이어 두 번째는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사회주의청년연맹에 관한 이야기다.<편집자 주>

오스트리아는 영국이나 미국식 신자유주의나 스웨덴 등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모델을 도입한 ‘중도통합형’ 복지국가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황제의 나라로 서구의 변방과 동서의 교차로에 위치해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최고의 도시로 꼽혔으며, 가장 부유했던 나라였다.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와 산업화, 민주화가 늦게 진행됐고, 권위주의적ㆍ온정주의적ㆍ엘리트주의적 정치문화가 잔존하고 있다. 1ㆍ2차 세계대전의 가해 당사자 일원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의 분할 신탁통치를 경험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중립 국가를 선택했으며, 화해와 타협, 조정과 중재, 점진주의와 실용주의, 융합과 재창조 등을 모형으로 한다.

오스트리아는 벌어들이는 돈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걷고 있다. 이렇게 걷는 세금은 양육아동이 있는 가정에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의 복지서비스에 쓰인다. 공공의료보험으로 의료비가 무료이고, 25세까지의 대학 등록금 등, 교육비도 무료다.

대학생에게는 등록금 지원과 별개로 교육지원금이 있고,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 직업교육지원금도 지급한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클아우스 삼보 회장.
지난 9월 2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사회주의청년연맹 활동가들을 만났다.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소득을 말하는 것으로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에선 기본소득제도 도입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본소득네트워크 활동가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오전, 비엔나 시가지의 드라클랑 카페에서 만난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과 그의 부인 울리 삼보(68),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원 판 홀저(52)씨를 만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홍보물을 1만개 만들어 오스트리아 전역에 뿌렸으며, 현재 5300명으로부터 기본소득 도입 찬성 서명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18년에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하는게 목표다.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했는데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머물러, 청원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유럽 전역에 25개 구성됐기에 전망이 밝다.

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복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을 네 가지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세원을 재조정하는 것을 제시했다. 오스트리아도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상위 10% 계층에 더 많은 소득세를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하위층으로 갈수록 소득세는 안 받는 것이니, 사실상 부자증세가 핵심 방안이다.

▲ 지난 9월 26일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공동기획취재단.
클라우스 삼보 회장은 “가장 많은 실업계층 중 하나가 청년으로, 당장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라며 “기성세대는 잘 살고 있기에 사회시스템이 바뀌어야한다. 소수인 상위층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청년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지난 5월 비엔나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을 상대로 특강했는데 1600명이나 몰릴 정도로 청년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며 “6월에도 전국 40개 지역에서 1000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덧붙였다.

판 홀저씨는 “장성한 딸이 셋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를 위해 일했지만, 돈은 전혀 받지 못하는 봉사였다”며 “남편과 이혼 과정 중인데 남편은 부를 축적했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 누구는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누구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돈을 확보할 수 있어,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인근에 위치한 독일에서는 기본소득 캠페인으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54명에게 1년간 월 1000유로(약 12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 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율리아 헤르 의장.
26일 오후에는 비엔나 시가지의 사회주의청년연맹(이하 연맹) 사무실에서 율리아 헤르(23) 의장과 돌란트 플락히(23) 대변인을 만났다. 이들에게선 연맹의 주요 활동과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현실과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오스트리아 집권당은 사민당과 중도우파 성향의 인민당이 대연정한 체제다.

연맹은 사민당의 산하 조직이지만 집권당의 정책과 입장이 다를 때는 대립 또는 반대하기도 하는 독립된 조직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의 16~22세 청년 6만 8500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15세 이상 청년 실업률은 5~6% 정도다. 청년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스페인이나 그리스, 포르투갈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지만, 어쨌든 모든 실업률은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 연맹은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연맹의 핵심 활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도입 운동이다. ‘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 중 하나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에선 소수의 고용주들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 오스트리아의 세율이 높다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 생산은 오스트리아에서 하면서 세금은 엉뚱한 나라에 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가치창출 부담금’으로,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게 하자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선 현재 법적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협약상으로는 주당 38.6시간이지만, 잔업이 많기 때문에 통상 법적 노동시간을 상회한다고 봐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주장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스트레스도 줄고 질병이 적어져 오히려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20% 정도 적어 여성과 남성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생활수준보다 낮은 임금을 인상해야하는 것과 주거지의 임대료가 비싸 시내 중심가에서 살 수 없는 등, 심각한 주거문제라고 했다. 또한 대학 진학을 선택하려해도 입학 정원이 너무 적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공동기획취재단.
이 때문에 주거문제와 관련해선 ‘5×5 운동’으로, 대학에 진학을 했든 직업교육을 받든 임대주택을 기준으로 ‘5㎡의 임대료는 5유로’ 정도만 받아야한다는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연맹은 대중교통 확장과 고등학생 때부터 면허증을 딸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현재 주(州)단위인 대학생 교통카드의 사용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교통비 월 60유로를 지원해달라는 것, 일반고등학교의 정치교과를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달라는 것, 성평등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 등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율리아 헤르 의장은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많은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큰 고민이 난민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난민문제가 오스트리아 청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정부가 난민을 수용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돌아올 복지혜택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난민범죄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으로 오스트리아 청년에게도 큰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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