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1. 인천시 청년정책

한국의 청년들은 현실에 절망하며 자신의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청년들은 연애ㆍ결혼ㆍ출산ㆍ내 집ㆍ인간관계 등을 포기했다며 ‘엔(N)포세대’로 불리고 있다. 출신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절망에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유행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청년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실업이 꼽히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청년 실업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청년 실업 등의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청년에게 직접 수당 50만원을 주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나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인천도 청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와 올해 인천의 청년 실업률은 전국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인천시는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이 11.6%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실망실업자, 취업하지 못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단시간노동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 입사 시험 준비생 등을 포함하면 청년 실업률은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을 잠재경제활동인구로 포함하면 전국적인 체감 청년 실업률이 34%인 것으로 나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은 ‘청년이 돌아오는 인천’을 모토로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제 확대 시행 ▲청년 인턴제 확대 시행 ▲인천 공공 직업훈련기관 네트워크 구축 ▲인천 소프트웨어 융합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시 산하 공공기관들은 ‘정원의 3% 이상 청년 고용’ 의무 비율을 지킨 곳이 한 곳도 없고, 청년 인턴제 확대 시행은 추진이 부진한 공약으로 선정되는 등, 청년 관련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시는 2015년부터 ‘청년에게 내일을, 미래세대에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청년 고용 촉진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인천 청년들의 체감도는 낮기만 하다. 시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도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환경개선비를 지원하거나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을 지원하는 등,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을 대표할 만한 청년 정책도 없는 상황이다.

<인천투데이>은 최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가 주관한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독일 뮌헨 등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기본소득(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소득을 말한다) 도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본소득네트워크’ 관계자와 잘츠부르크주 정부 관계자, 사회주의청년연맹 활동가와 청년 기업가 등을 만나 주정부의 청년 관련 정책 사례를 듣고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고민도 들었다. 또한 독일 뮌헨시에서 목장을 운영 중인 청년 농민을 만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인천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먼저 살펴보고, 유럽의 청년 정책 사례를 보도한 후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인천의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창업을 하거나 취업한 청년들, 인천의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나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등을 듣고 향후 인천 청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여섯 차례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인천시의 청년고용 촉진 대책

▲ 2014년 7월 4일 열린 1기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터리마켓’ 개소식 모습.<사진제공·부평구>
2016년 2분기 기준으로 보면, 인천시의 인구는 299만여명이다. 시는 2분기 기준으로 인천의 청년 인구(15~29세)를 54만 8000명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청년 경제활동인구는 28만명(51.1%)로 보고 있다. 청년 인구 중 취업자는 24만 7000명(고용률 45.1%), 실업자는 3만 2000명(11.6%)로 파악하고 있다.

시는 올해 청년 일자리 창출 목표를 1만 2524명으로 잡고, 이를 위한 소요 예산을 229억 400만원(국비 204억 5300만원, 시비 14억 4100만원, 기타 10억 1000만원)으로 잡았다.

시는 올해 청년 고용 촉진 대책 주요 사업으로 19가지를 정했다. ▲주력산업 맞춤형 청년취업 지원 플랫폼 운영 ▲근로자 고용환경개선 기숙사 지원 ▲청년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공공기관 청년 미취업자 고용 확대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운영 지원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일자리박람회 개최 ▲맞춤형 Job Supporting 추진과 취업역량 강화 지원 ▲국제기구 직업체험 프로그램 운영 ▲인천 국제기구-MICE 커리어페어 운영 ▲고교 기술인재 지원 사업 ▲창업 맞춤형사업화 지원 사업 ▲창업금융 특례보증과 창업보육센터 지원 ▲창조경제혁신센터 고용존 구축 ▲인천지역고용혁신추진단 구성 운영 ▲중소기업 청년 1+ 채용 운동 전개 ▲국비사업 확보 청년인턴제 추진 등이다.

시는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해 분산돼있던 일자리 관련 기관을 제물포스마트타운(JST)에 통합하고 이를 중심으로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추진 한 점, ‘실무 능력이 스펙이다’를 주제로 특성화고교 취업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능력 중심의 사회 구축을 위해 노력한 점, 인하대에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개소해 지역 청년 고용 관련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학생의 진로지도와 취ㆍ창업을 지원하게 된 점 등을 추진 성과로 꼽았다.

또한 청년 실업률 해소와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를 협약하고 산ㆍ학ㆍ관이 협업체계를 구축한 점, 시 간부공무원들이 청년 희망펀드에 적극 동참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점,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한 점 등도 성과라고 했다. 아울러, 이로써 지난해에만 7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는 내년에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감 해소를 위한 사회 공감 분위기 조성 ▲청년의 중소기업 인식 제고 기회 확대 ▲창업ㆍ인력 양성 기반 구축을 추진방향으로 잡고 청년 고용 촉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년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연구나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청년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글로벌 청년 창업 공간 제공과 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글로벌 청년창업 캠퍼스 조성사업’, 지역 입주기업에 지역 거주 청년 고용 쿼터제 적용 유도를 위한 전문교육센터를 구축하는 ‘바이오산업 인력 양성 공동훈련센터 구축사업’ 등이 내년에 새롭게 추진할 주요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청년 고용 촉진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의 청년정책담당관이나 광주의 청년인재육성과처럼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전담 부서(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터리마켓’과 남구 ‘독정골 청년네트워크’

▲ 지난 6월 11일 독정골 청년네트워크가 만든 ‘공유공간 팩토리얼’ 개소식 모습.<사진제공·남구>
인천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지원 정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부평구의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터리마켓’과 남구의 ‘독정골 청년네크워크’다.

둘 다 빈 점포가 늘어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청년이 결합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단, 부평은 청년 창업이 중심이고, 남구는 청년 문화예술가들이 전통시장 살리기와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것이 중심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부평구는 빈 점포 확산으로 우범지역이 돼가는 부평시장로터리 지하도상가의 활성화를 위해 2014년 2월부터 39세 이하의 청년 창업자를 모집한 뒤, 지하도상가 점포를 무료로 임대해주고 창업비와 창업 교육, 홍보ㆍ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터리마켓’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3기까지 청년 창업자를 모집해 점포 총83개에 52개 팀 80명이 거쳐 갔다. 올해 5월 현재 점포 37개에 23개 팀 33명의 청년 창업자가 입점해있다. 청년 창업자들은 캘리그라피, 천연비누, 손뜨개 소품, 베이커리 등의 수제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한다.

부평구는 청년 창업 이후 유입 인원이 증가해 지하도상가의 분위기가 변하고 상권 접근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었으며 그에 따른 하루 평균 매출액이 청년 창업 운영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구의 ‘독정골 청년네트워크’는 숭의동 문화예술 공간 ‘그린빌라’의 청년 작가들이 구가 지원하는 공가(公家) 실험 프로젝트인 ‘돌아와요 용자(용일자유시장)씨’와 ‘임시부동산’을 용일자유시장에서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구는 이 청년 작가들이 이전에 진행한 공가 실험 프로젝트인 ‘수봉다방’의 성과를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상권이 쇠락하고 상인들이 떠나 흉물스럽게 방치된 용일자유시장을 살리고자 했다.

청년 작가들은 용일자유시장과 주변 공가 10여 곳에서 주민ㆍ상인들과 함께 회화ㆍ영상ㆍ사진ㆍ음악ㆍ설
치ㆍ문학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용일자유시장에는 사회적기업 ‘재미난 나무’, 마을기획단체 ‘문화예술연구소 거리울림’, 그린빌라의 지역문화예술교육공간 ‘상상놀이터’가 들어섰으며, 청년 작가들도 독정골에서 각자의 공간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자발적 청년모임이 형성되면서 ‘고민’만이 아닌 ‘시도’로 지역 활성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가졌고, 지난 6월 독정골 청년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이들은 청년네트워크의 허브이자 주민공동체를 위한 ‘공유 공간 팩토리얼’도 개소하고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후원의 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독정골 청년네트워크는 지역 상인ㆍ주민들을 만나 독정골의 애로사항과 희망사항을 정리하고, 향후 문화와 상권이 공존하는 독정골 발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인하대와 인하공업전문대학의 통학로로 술집과 상점이 즐비했으나, 1990년대 초반 주안역과 인하대 후문을 잇는 마을버스가 생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온 독정골이 청년 문화예술가들로 인해 다시 젊음의 거리로 부활할 것이라고 남구는 기대하고 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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