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 우리 아이와 조카들을 함께 돌봐주셨기에 어머니의 입원은 중요한 집안문제가 됐다. 가족들 중에 아이들과 어머니를 동시에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결국 간병인과 아이 돌보미를 구해야했다. 가족들이 병원비와 돌봄 비용을 십시일반 나눠 내며 그 시기를 넘겼다.

이렇게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돌봐야하는 이중 돌봄의 상황은 누구나 처할 수 있다. 이중 돌봄의 상태에 놓이면 가족 중 누군가는 일을 잠시 쉬는 경우가 많다.

그 누군가는 대부분 여성이 된다.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에는 돌봄 종사자에게 맡기게 되는데 돌봄 종사자도 거의 대부분 여성이다.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이 개인적 돌봄이든 사회적 돌봄이든 대부분 여성인 만큼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돌봄,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돌봄은 이미 사회적 문제다. 돌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기에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돌봄 문제들, 바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부모의 아동학대, 노인자살률 1위라는 아픔을 인천시민이 함께 겪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돌봄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는 문제이고 함께 책임져야하는 것이기에, 인천시에서도 대책을 세워 ‘인천형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

시는 ‘복지안전벨트 구축’과 ‘시민중심복지 실현’을 핵심으로 하는 ‘인천형 복지모델 사업’을 최근 발표했다.

시민중심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복지사업 시행에 앞서 시민의 필요를 먼저 파악해야한다.

또한 아동ㆍ노인ㆍ장애인 등, 분절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천시민의 복지기준선을 정하고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것이다.

당장 시행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계획 또한 수립해야한다.

장기적 계획은 통합적으로 수립해야할 것이다. 좋은 돌봄 실현을 위해 전문가ㆍ행정공무원ㆍ시설(기관)장ㆍ돌봄 종사자ㆍ시민단체ㆍ시민이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돌봄을 받는 사람이 만족하고, 돌봄을 수행하는 종사자와 시설(기관) 관계자도 존경받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다양한 지역공동체와 연계할 때 지속가능한 ‘좋은 돌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전적인 돌봄이 필요했던 아이가 자라서 이제 고등학생이 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와 아이 친구들의 가정 몇몇이 장애인시설 입소자들과 결연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다보니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임을 아이도 자연스레 알아갔다.

지역공동체의 좋은 돌봄 활동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이웃은 좋은 돌봄 실현의 주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지역공동체 활동을 찾아보고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좋은 돌봄 실현을 위한 통합적 방안 모색으로 노인ㆍ장애인ㆍ아동ㆍ청소년ㆍ여성, 그리고 모든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중심복지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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