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저녁식사 후 다섯 살 된 딸아이 주희가 “엄마, 책 읽어줘” 하며 책을 들고 나왔다. 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보르카’. 책 제목을 한자씩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읽어주었다.


보르카는 태어날 때부터 깃털이 하나도 없는 기러기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보르카는 늘 외톨이었다. 그런 보르카를 위해 엄마는 회색 털옷을 짜 주지만, 물에서 헤엄을 칠 때 차가운 물을 흠뻑 머금어 더욱 춥다.


하늘을 날 수도 없어서 추운 겨울이 와도 다른 기러기들과 함께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다른 기러기들은 보르카가 혼자 남겨진 것도 모른 채 떠나버린다. 원래부터 보르카에겐 관심도 없었던 거다.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보르카. 이 대목에서 주희는 졸린 눈을 크게 뜨며 “엄마, 보르카는 슬프겠다. 혼자서 엄마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한다. 네 살 된 주희에게도 보르카의 외로움이 전해지나 보다.
혼자 남은 보르카는 머물 곳을 찾다가 밀항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배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동안 보르카를 무시하던 다른 기러기들과 달리 보르카에게 일을 주고 먹이를 주는 친절을 베푼다. 배는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 런던을 향하고, ‘퀸즐가든’이라는 곳에 이르자 선장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보르카를 다른 기러기들 속에 함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그곳의 기러기들은 그들과 다른 보르카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곳에서 보르카는 그들과 똑같은 존재로 사랑하는 짝을 만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게 된다.
책을 다 읽으니, “엄마, 내가 잠들어도 끝까지 읽어줘” 하던 주희는 이미 꿈 속이다.
아이에게 읽어주려던 책을 통해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림책이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재미있고, 쉽게,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다. 이 책을 읽은 주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장애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정혜순(39. 일신동) : 일신동 풍림아파트에 살며 지희(11살), 주희(5살)의 엄마이고,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동화모임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며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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