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십정동 건강관리센터, 설립 2주년 보고회와 토론회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건강관리센터(센터장 장진선) 설립 2주년을 맞아 보고회와 토론회가 지난 6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보고회는 건강관리센터가 2년간 진행한 사업을 공유하는 자리였으며, 토론회는 ‘읍ㆍ면ㆍ동 건강생활지원센터의 의미와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건강과나눔’이 운영주체인 십정동 건강관리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ㆍ사업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건강관리센터는 기초건강검사ㆍ상담ㆍ교육 등, 마을 주민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나눔 활동으로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 뒤 “이는 부평구가 지향하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을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부평’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축사를 했다.

건강관리센터 동마다 생겨야

▲ 부평구 십정동 건강관리센터 설립 2주년 보고회와 토론회의 모습.
장진선 센터장은 사업 보고에서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건강관리와 십정동 특성에 맞는 건강관리사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십정동 특성에 맞는 사업으로는 생업으로 병원이나 건강관리센터 방문이 쉽지 않은 상인들을 찾아가는 검진 사업, 교육복지 지원 대상 학생이 많은 십정동 특성을 감안한 어린이 건강축제와 후속 건강관리 사업을 꼽았다.

장 센터장은 ▲건강관리센터를 방문한 만성질환자를 동네 의원과 연계시킨 일 ▲매주 수요일 야간진료와 월 1회 토요일 진료 등, 직장인이 퇴근 후 집 근처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진료시간을 연장한 일 ▲월 1회 정기 방문으로 재방문율을 높인 것 ▲교육복지지원대상자가 많은 상정중학교 학생들이 비만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관리센터에 방문하는 일 등, 생활권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사업을 성과로 내세웠다.

장 센터장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운영자의 입장에서 우리 센터와 같은 기관이 동마다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임준 가천의대 교수이자 인천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이 ‘인천지역 건강불평등 현황과 읍ㆍ면ㆍ동별 건강생활지원센터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임 교수는 “전국 7대 광역시 중 인천이 성인 흡연율이나 음주율ㆍ비만율ㆍ우울감 경험률이 가장 높다. 자살 사망률이나 당뇨병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다. 연령 표준화 사망률(=같은 연령대의 사망률)이 서울에 비해 높고, 인천 중에선 연수구가 가장 낮고 동구가 가장 높다. 건강 불평등의 격차는 소득 불균형과 관계가 깊다. 청라나 송도 등, 국제도시는 상대적으로 건강지수가 좋다”고 한 뒤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려면 1차 보건의료 발전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1차 보건의료란 지역사회의 개인과 가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과학적으로 타당하며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과 기술에 기초한 필수적 보건의료를 말한다. 공공과 민간 보건의료체계에서 연계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와 전달체계를 구축해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임 교수는 “정부 전략도 1차 보건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생활공간 속에서 의원이나 보건소, 건강관리센터나 민간자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건강을 관리해야한다. 보건소의 인력이나 시스템이 상당히 좋다. 하지만 근거리 시민만 찾아갈 수 있어, 오히려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사업방향이다. 기능 재배치가 필요하다. 건강생활지원센터든 도시보건지소든 공공보건기관을 강화해야 불평등 문제가 해소된다. 가장 취약한 동에 우선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생활터 중심 건강관리와 예방의학 중요

주제 발표에 이어 지정 토론을 진행했다. 조경미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로 김민순 부평구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이 ‘읍ㆍ면ㆍ동 건강생활지원센터의 필요성’에 관해 토론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도시지역 보건지소 확충 사업을 추진하다가 보건지소 대신 지역 밀착형 건강관리전담기관인 ‘건강생활지원센터’로 전환을 추진했다. 건강생활지원센터를 2013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며, 2015년에는 ‘지역보건법’을 개정해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인천의 경우, 2013년 계양구 효성건강생활지원센터와 서구 가좌건강생활지원센터가 생겼고, 2014년 서구 석남건강생활지원센터가 설치됐다.

김민순 과장은 “건강생활지원센터가 기존의 다른 보건시설과 구별되는 점은 지역건강협의체가 주축이 돼 주민센터나 사회복지기관, 대학, 유관단체 등과 지역건강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본격 시행된 이 제도는, 행정구역상 한 개 동에 한 개씩 설치해야한다. 부평구도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재정상 문제로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은 김순애 동암초등학교 교육복지사가 십정동건강관리센터와 학교 교육복지 연계 사례를 발표했다.

김 교육복지사는 “보호자의 돌봄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건강을 챙기기가 어렵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야한다. 십정동 건강관리센터는 아이들이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 건강축제가 끝나고 진행된 후속진료 병원도 십정동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다”고 한 뒤 “보호자의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같이 돌봐야한다. 건강관리센터에서 진행한 사업은 지역사회와 지역 병원이 함께 지원하는 구조였다. 보건과 복지를 아이들 개별 상황에 맞게 연계하고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길병원 간호사이자 건강관리센터 상인건강지원팀장인 강수진씨가 상인과 돌봄 노동자 건강관리 지원 사업 사례를 발표했다.

건강관리센터는 타인을 돌보며 정작 자신은 돌보기 어려운 요양보호사ㆍ장애인 활동보조인ㆍ간호조무사 등을 대상으로 기초건강검진이나 근골격계 질환 예방 교육, 미술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건강검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방문검진을 실시했다. 십정시장 상인인 50대 여성의 경우 첫 방문 때 높은 혈압을 확인한 후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 10잔 이상 믹스커피를 마시는 또 다른 50대 여성은 방문검진 후 식습관을 상담하고 믹스커피와 밀가루 음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채가게 직원은 고혈압을 인지하고 병원을 방문해 혈압을 관리하고 있다.

강 팀장은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 건강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니 주민들이 호소하던 만성질환 증상도 호전됐다”며 특성에 맞는 건강관리 사업의 긍정성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규인력 부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센터는 정규간호사 1인과 비정규 방문전담 간호사 1인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며 정규 방문전담 간호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조남억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이자 치의학 박사가 ‘생활터 중심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조 박사는 “충치와 풍치는 비가역적 질환이다. 한번 망가진 치아 질환은 회복되지 않는다. 최근 치과의 목적을 치료에서 관리로 바꾸고 있다. 치과 치료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회복이 불가능해, 사전 유지와 관리가 중요하다. 식이조절 등의 예방 활동은 근거리에서 꾸준한 관찰과 상담이 필요하다. 치과질환은 비가역적이라 유지와 관리가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터 중심의 근거리에서 상담하고 처치(불소도포나 스케일링)를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십정동 건강관리센터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강생활지원센터의 차이를 물었다. 이에 장정화 건강과나눔 상임이사는 “도시형 보건지소의 모델로 운영하려했는데 좀 더 주민에게 다가가려했다. 역할은 비슷하지만 동 단위 센터를 고민했다. 동별 센터는 새로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기존의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해 주민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자율방범대원이라고 밝힌 중년 여성은 “동료 방범대원 중 한 명이 십정시장에서 일하는데 방문 진료를 받고 고혈압인 것을 알았다. 지금은 병원을 다니며 치료하고 있는데 방문 검진을 안 받았으면 잘못 될 수도 있었다. 센터에 고맙게 생각한다. 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계속 우리 지역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기간이 내년 7월 30일까지라, 십정동 건강관리센터가 그 이후에도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2년간 많은 성과를 낸 센터가 존속돼야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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