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경하 (주)도레도레 대표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 문턱에 들어섰다.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추석이다. 한가위의 풍성함을 만끽하기에는 청년의 삶은 무겁다. 코스모스 졸업을 한 취업준비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을, 올 하반기 채용 의사를 밝힌 기업 145곳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인원만 뽑을 계획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3%로 사상 최악이다. 인천의 청년실업률은 11.6%(6월 말 기준)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해마다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창업했고, 창업 10년 만에 삶을 금빛 여유로 물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직원 300여명, 전국 매장 40여 개를 거느린 김경하(31) (주)도레도레 대표다.

추석을 꼬박 1주일 앞둔 지난 8일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마호가니’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작은 매대에서 시작한 꿈

▲ 김경하 (주)도레도레 대표
도레도레의 도레(dore)는 프랑스어로 ‘금빛으로 물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레도레, 고마워 케이크, 마호가니, 레베카 베이커리, 미스 도레도레, 디쉬룸, 도레식탁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김 대표. 그의 꿈은 작은 매대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대학교 3학년 1학기 개강을 앞둔 2006년 2월, 구월동 이토타워 1층 로비에 매대를 차리고 초콜릿을 팔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하루 매출액이 150만~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대학교 2학년 방학 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남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몰랐어요. 그때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템이 떠오르니 바로 시작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동대문 쇼핑몰에서 옷을 떼다가 파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어요. 초콜릿을 도매로 판매하는 곳에서 떼다가 소량으로 포장해서 팔았어요. 잘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난거죠”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의 당초 꿈은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꿈은 인천에서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변했다. 인천에도 서울 홍대와 같은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싶었다. 그 꿈과 함께 ‘도레도레’가 탄생했다.

“인천에서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서울 홍대를 생각해 보세요. 조그만 카페가 생기고, 그곳으로 예술가들이 모이고, 젊은이들이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그런 곳이요. 인천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누려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도레도레를 만든 거죠”

긍정으로 시련을 이겨내다

김 대표는 초콜릿을 팔았던 경험을 기초로 케이크를 중심으로 하는 디저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케이크로 업계에 이름을 날린 그는 단짠단짠해, 멜로멜로해, 어이이것봐, 소중해케이크, 개복치케이크, 도깨비식사해, 주르륵, 행복해 등 감성을 담은 상품을 출시했다. 2013년 5억원이던 매출이 2년만인 2015년 137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있었다. 김 대표 스스로 ‘암흑세계’라고 표현하는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천은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전 전문가가 아닌데도 이렇게 해냈거든요. 저도 사업을 시작하고 8년간을 암흑세계에서 보냈어요. 휴일이 없었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거든요. 대학까지 나와서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한다고 ‘이상한 아이’, ‘쓸모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전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나는 할 수 있어’, ‘그 정도는 무조건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믿음이 어려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했어요”

어려운 시간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낸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고를 치기로 결심하고 지난 2011년 도레도레 2호점을 추진했다. 오전 9시에 매장 문을 열고 새벽 3시에야 닫는 고된 일상이 이어졌다.

“2010년쯤 올리브트리를 도레도레로 이름을 바꿨어요. 그리고 부모님 몰래 사업을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죠. 도레도레 하남점이 그렇게 탄생했어요. 그동안 사업을 해서 모은 돈이 풍족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1년 정도 임대가 되지 않은 상가를 찾아서 그곳 사장님께 ‘보증금을 나눠서 내겠다’고 졸라 들어갔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오픈한 지 1달 정도 지나니 많은 사람이 찾았어요. 입소문을 탄 거죠. 그때서야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하남점을 냈다고요”

사람 중심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업 확장

▲ 도레도레 구월점.
김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감한 도전정신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 아이디어와 그것을 함께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어우러져 빛을 낼 수 있었다. 그의 명함에 새긴 ‘도레 크리에이티브 크루(DORE CREATIVE CREW)’만 봐도 그렇다.

“‘도레 크리에이티브 크루’는 사람이 중심에 있어요. 회사 직원이 대부분 20~30대이거든요. 젊은 사람이 많은 만큼 창의력을 키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있어요.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모여 자발적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그런 조직문화를 꿈꾸고 이뤄내려 모두 노력하고 있어요”

김 대표의 창의적 마인드는 새 매장을 낼 때마다 성공으로 이끄는 좌표가 됐다. 신사동 매장은 아트빌리지를 콘셉트로, 부산 청사포 매장은 횟집을 콘셉트로, 매장 40여개는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해갔다.

“새 매장을 오픈할 때는 매장 특성에 맞는 테마를 갖고 프로젝트를 해요. 2014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낼 때 콘셉트는 아트빌리지였어요. ‘삶의 색을 채우다’라는 주제로 매장 인테리어를 구상했어요.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의 색을 찾아나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자 한 거죠. 부산 청사포 도레도레는 횟집을 콘셉트로 꾸몄어요. 바다가 보이는 매장에서 개복치 케이크를 판매한 거죠”

김 대표는 도레도레 외에도 고마워 케이크, 마호가니 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각 브랜드에는 지역의 특성과 문화가 담겼고,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마워 케이크는 ‘음식으로 고마운 사람에게 달콤함을 선물하세요’라는 콘셉트를 담았어요.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으로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감성을 전달하고,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파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처럼 도레도레에서 황금빛 여유를 느끼고, 마호가니에서는 평등한 커피를 마시는 그런 감성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회사 이익금의 5% 이상 기부’ 원칙 세워
어려운 처지 아이들에게 꿈 안겨주는 게 꿈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업을 이끈 김 대표의 눈은 지역사회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부친의 영향을 받은 그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이는 지역사회 기부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회사 이익금의 5%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올해에만 남구 용현시장 안에 있는 ‘오병이어’ 무료급식소에 4000여만원을 지원했다.

“도시는 여러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에요. 인천도 그렇죠. 이곳에서 30여년을 살아오면서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해왔죠. 그런 면에서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남구 용현시장 내 ‘오병이어’ 무료급식소를 지원하셨어요. 대학 때부터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했거든요. 무료급식소 인근에 공부방도 같이 운영했는데, 당시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저소득층 아이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낀 거죠”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 대표. 김 대표의 앞으로의 꿈은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꿈을 안겨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도레도레의 메인 상품인 케이크를 만드는 제과ㆍ제빵사,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케이크ㆍ커피, 이런 것을 파는 업종 자체가 저소득층 아이들이 얻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거든요. 파티쉐ㆍ바리스타가 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그게 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함께 줄 수 있는, 빽(back: 배경) 없고 돈도 없지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그런 희망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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