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의 화려한 변신?

▲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중구 개항장 내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이하 아트플랫폼)이 최근 자못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주말이면 중앙의 보행로 겸 광장 양쪽으로 캐노피와 파라솔이 펼쳐지며 이런 저런 마켓이 열리고 각종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으로 떠들썩하다. 얼마 전에는 한 업체가 저녁 무렵에 이곳에 있는 건축물을 배경으로 영상 아트 쇼를 펼치기도 했다. 당연히 관람객들이 ‘볼거리’를 찾아 들어와 즐기고 간다.

이것만이 아니다. 애초 이 공간은 개항기의 여러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되살려냄으로써 그 매력이 돋보였고, 곳곳에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의 설치작품들을 배치해 예술 창작 공간으로서 나름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이 차지 않았는지 공동작업장의 철재 출입문 세 개를 예쁘장한 도안으로 칠해 눈길을 끌게 했다. 또한 한 업체로부터 기증을 받았다고 하는 ‘개항호’라는 이름의 목선을 파란색의 파도 무늬와 더불어 설치해, 볼거리 겸 놀이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한 독특한 모양의 벤치도 추가 설치했고, 현재는 아트플랫폼 일대에 공공조형물을 세우려는 공모도 진행 중이다.

아트플랫폼이 이렇게 변신(?)하게 된 이면에는 이전부터 이곳을 바라보는 주변 또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중구 개항장 일대를 관광지로 조성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는데, 이곳에서 적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그곳을 바라보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조용하고 썰렁하다는 것이다. 즉 이렇게 활성화된 분위기에 장단을 맞추지 못하고 분위기를 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는지, 당사자인 아트플랫폼이나 운영기관인 인천문화재단은 이를 충족할 방법을 고민했고, 외부에서도 이를 메워줄 요량으로 이런 저런 행사를 이곳 광장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아트플랫폼의 ‘활기’는 바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팎에서 애쓴(?)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아트플랫폼 ‘바깥’ 공간의 모습이지 아트플랫폼 자체 또는 내부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트플랫폼의 창작 스튜디오 출입문은 번호열쇠로 굳게 닫혀 있다.

근대적 예술 이념에 근거한 아트플랫폼 운영

주지하다시피 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과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예술 창작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담당해나가고자’ 지난 2009년 말에 개관, 인천문화재단에 그 운영을 위탁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특정 관장의 독단적 운영이나 공백 사태, 낙하산 임명 등을 둘러싼 문제와 논란이 끊이질 않았음에도 정작 이 공간의 운영성격을 둘러싼 논의는 이뤄진 적이 없다.

현재의 아트플랫폼은 한 마디로 ‘근대적 예술 이념의 공간적 구현이자 이에 근거한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근대적 예술 이념’이라 함은 예술의 자율성을 내세워 바깥 영역과 구분 짓고, 이를 담당할 창작주체를 자기완결적인 독립된 역할과 지위의 소유자로 부각해 예술가과 일반인 또는 창작자와 수용자로 구분지음은 물론, 작가와 작가와의 관계도 작업적으로 단절돼있음을 말한다.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의 창작 공간인 스튜디오가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게 성역화하고 있음은 물론 1인 1실로 철저히 나눴고, 작품 또한 대부분 완성된 형태로 특정한 기간에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나 인접 건물의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음은 바로 이러한 ‘근대적 예술 이념’으로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니 앞서 말한 주변 또는 외부의 그러한 시선이나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아트플랫폼을 관광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런 저런 것을 요구하는 태도는 아트플랫폼이 지닌 애초의 건립 취지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외부의 시선이 그렇다고 외관에만 신경을 쓰는 아트플랫폼이나 인천문화재단의 태도 또한 근본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무언가 변화된 것처럼 보여주려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내부의 변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공간을 활용,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해 일반인 내지는 시민들의 문화 예술 창작과 활동 공간으로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고 핵심이 되는 아트플랫폼의 본질적 문제와 한계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다양성이라는 명분아래 기존의 성격이 더욱 견고화, 제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트플랫폼 성문을 열어라

결국 근본적 해결책은 아트플랫폼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근대적 예술 이념’에 기반한 공간 구성과 배치, 운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아가 예술(가) 또는 창작공간이 도시 공간이나 관광지를 채우는 콘텐츠 또는 볼거리로서의 대상이나 수준이 아닌, 지역 사회와의 적극적 관계 속에서 바람직한 도시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체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하고, 그 활동을 작품이나 전시장만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부터 새로운 관계망의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 작동시킬 때 가능하다.

자, 이제 아트플랫폼의 굳게 닫힌 성문을 열어 누구나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게 하고,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입주 작가 스튜디오의 차단된 벽 또한 허물어 ‘따로 또 같이’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과 시너지를 일상적으로 맛볼 수 있게 하자.

나아가 예술(가)만을 고집하지 말고 제반 분야에 관심과 문제의식, 해결의지와 역량, 대안이 있는 시민과 청년들도 함께하며 도시를 변화시키기 위한 열린 네트워크의 거점을 이루게 하자. 그리고 그것이 바깥으로 분출돼 천박한 관광 논리에 휩싸여있는 인근 지역은 물론, 인천의 도시 공간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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