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2. 인천공항 여객 증대와 인프라 적기 투자

인천공항 발목 잡는 ‘국내선 규제’ 언제까지

[기획취재] 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1. 인천공항 서비스평가 1위에 가려진 그늘
2. 인천공항 여객 증대와 인프라 적기 투자
3. 인천공항 화물 증대와 공항배후단지
4. 항공산업 이끌 산학융합지구
5. 중국 경제특구 톈진의 항공산업 산학연
6. 인천공항 안전과 직결된 항공정비단지
7. 아시아 허브 창이공항, 항공정비단지 ‘탄탄’
8. 인천공항 안정 운영과 고용안정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여객 4928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이용객이 지난 7월 5억명을 돌파했다. 올해 5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연간 5000만명 이상 이용하는 대형 공항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여객 운송 세계 23위’라는 사실이 가려져 있다. 국제 여객만 놓고 보면 8위지만, 전체 여객에선 23위다.

반면 인천공항과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경쟁관계에 있는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위를 지키고 있고, 도쿄하네다공항은 3위에 랭크돼있다. 김포공항은 2000년에 14위에 오른 바 있는데, 김포공항 아래에 있던 베이징ㆍ두바이ㆍ홍콩첵랍콕ㆍ싱가포르창이ㆍ상하이푸동공항 등이 모두 인천공항보다 상위에 랭크돼있다.

여객 수요는 공항 산업 발전의 기본이다. 인천공항의 여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노선 개설 제약부터 없애야한다.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면서 인천공항에 국내선 취항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다.

인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항공사 90개가 54개국 도시 193개에 취항하는 허브공항이다.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에 달한다. 이중 중국 노선이 48개, 일본 노선이 28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국내선은 제주(제주공항)와 부산(김해공항), 대구(대구공항)뿐이다. 반면, 일본 하네다공항의 일본 국내선은 50여개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천~제주’ 노선에는 항공사 1개가 주 14회 운항하고 있고, ‘인천~대구’ 노선에는 1개사가 주 6회 운항하고 있다. ‘인천~부산’ 노선에는 4개사가 주 61회 운항하고 있다.

이를 김포공항과 비교하면, 큰 대조를 이룬다.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항공사 6개가 하루에 약 164편을 운항하고 있고, ‘김포~부산’ 노선에는 2개사가 하루에 약 27편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1호선이 하루 151편을 운행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김포~제주’ 비행이 얼마나 활발한지 알 수 있다.

인천공항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공항 운영의 토대가 되는 여객을 늘려야한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노선 개설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는 여객처리 규모 세계 30위권 내 공항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규제로 꼽힌다. 이 모순된 정책으로 인천공항의 환승율이 떨어지고 있다.

한·중 항공자유화로 중국 서부내륙 노선 확대해야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지난 10년간 국내 공항 14개의 여객은 2005년 6400만명에서 2015년 1억 1800만명으로 1.8배 증가했다. 10년 평균 증가율은 6.4%다. 2025년엔 2억 2000만명으로 예측돼 향후 10년은 항공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2005년 2600만명에서 지난해 4928만명으로 약 1.9배 증가했으며, 10년 평균 증가율은 8.1%를 기록했다. 특히,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두 나라 사이의 항공 수요가 증가해 인천공항의 여객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공항과 항공여객은 2005년 136개 공항 2억 8400만명에서 2015년 208개 공항 9억1400만명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10년 평균 증가율은 12.5%를 기록했다.

최정철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 320여개 공항에 여객인구는 24억 4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이에 조응해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내 8개 국제공항은 중국내 항공노선을 신설하고, 기존 노선에 취항을 증설함으로써 동반성장을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의 중국 노선은 현재 48개로 주로 화북과 동부 연안에 집중돼있다. 중국 인구의 약 절반이 중서부와 서남부 등 내륙에 있는 만큼, 항공자유화로 항로가 아직 개설돼있지 않은 지역에 항로를 개설해야한다.

인천공항은 한국 관문이 아니라 동북아 허브공항

한국과 일본은 2007년 항공자유화를 이뤘다. 항공사들이 수요가 있으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다. 반면 한ㆍ중은 2006년 ‘2010년 전면개방’을 골자로 한 항공자유화를 합의했으나, 현재 답보상태에 있다. 한ㆍ중 항공회담에서 이를 풀어야하는 것이다.

한ㆍ중은 산동성(山東省)과 하이난성(海南省) 지역을 시작으로 항공자유화 지역을 2010년 중국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리고 항공회담에서 우선 성(省) 5개(랴오닝성, 지린성, 저장성, 후난성, 산시성)에 항공자유화를 추진했지만, 중국이 자국 항공사 육성을 위해 ‘단계적 자유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전면 자유화’가 늦춰지고 있다. 이 기간에 중국 항공사들은 통합을 이뤄 대한항공보다 큰 항공사로 거듭났다.

중국의 성(省) 하나는 여느 나라 한 개 규모다. 산동성과 허난성의 인구는 1억명이 넘고, 인천시와 자매결연한 톈진시의 인구는 1000만명이 넘는다. 한ㆍ중 사이에 항공자유화가 되면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중국 각지
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최정철 교수는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 아니라 동북아의 허브공항이다. 중국의 대표적 국제공항은 베이징공항과 상하이푸동ㆍ홍콩첵랍콕ㆍ광저우공항이다. 이 공항들이 중국의 여객 수요를 다 소화할 수는 없다. 인천공항의 대 중국 노선을 서부내륙으로 더욱 확대해 인천공항의 허브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우리도 외국 나갈 때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을 가보고, 그 뒤 동남아로, 그 뒤에는 미국이나 유럽, 남미로 확장했다. 여행과 비즈니스 영역 또한 같이 넓어졌다”며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사람들도 한국이라는 중간지대를 거쳐 서구로 나아간다. 중국 동부 연안에서 아직도 한국에 온 적이 없는 사람이 많고, 서부내륙은 이보다 더하다.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 노선을 개설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한·중 비자면제 협정은 동북아시대 준비하는 일

▲ 인천국제공항 전경.
한ㆍ중 항공자유화와 맞물려 있는 게 한ㆍ중 비자면제 협정이다. 비자면제는 사증 없이 일반 여권만으로 입출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엔 비자 없이 여권만으로 입출국이 가능하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2014년 1월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됐다. 수교한 지 23년만의 일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2014년 6월 러시아에서 개최한 영사국장회의에서 비자면제 협정 발효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ㆍ러 비자면제 협정 발표 후 인천공항의 러시아 노선 입출국 여객 수는 2013년 56만 9899명에서 2014년에 67만 3917명으로 약 18% 늘었다.

여객이 증가한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비자면제 협정을 맺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자면제 협정 후 러시아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반관광이나 의료관광 차원에서 한국을 많이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ㆍ중 비자면제 협정은 한ㆍ러 비자면제 협정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면제로 여객 수가 늘면 관광산업은 물론, 항공편 증대로 항공운송 산업과 항공정비 산업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최 교수는 “한ㆍ중은 지난 2013년 한ㆍ중 외교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했고, 2014년엔 한ㆍ중 공무 비자면제를 타결했다. 남은 것은 민간인 비자면제 협정이다.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ㆍ중 관계가 악화됐는데, 민간인 비자면제 협정으로 악화된 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정치력과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자본은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는 반면, 노동력과 소비력에 해당하는 사람의 이동은 제한돼있다. 동북아시대를 준비하는 한ㆍ중이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가 비자면제 협정인 것이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해도 과부하, 4단계 공사 서둘러야

2단계 공사를 마친 인천공항의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명이다. 하지만 2014년에 4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과부하가 걸렸고,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528만명을 초과한 4928만명을 돌파했다.

인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제2여객터미널 준공이 2015년에서 2017년으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2017년 준공 후 2018년 개장하면, 여객처리능력은 62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여객 증가 추세를 보면, 2018년에 다시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공사는 3단계 공사(=제2여객터미널)에 앞서 여객이 2015년 4500만명, 2017년 5000만명, 2020년 6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올해 50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그 뒤 2017년 5620만명을 돌파하고, 2018년에 6000만명에 이른 뒤, 2019년께 64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10년 평균 증가율 8.1%를 적용해 보수적으로 추산했을 때도 3년 후 다시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천공항 3단계 공사는 약 4조 93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여객처리능력을 현 44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화물처리능력을 450만톤에서 580만톤으로 늘리는 동북아 허브공항 육성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공사 계획이 이명박 정부 때 2017년으로 2년 더 연기되면서, 제2여객터미널이 2018년 개장하더라도 개장 1년 만에 6400만명에 이르러 또 다시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앞서 얘기한 중국 요인을 고려하면, 인천공항의 과부하는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객처리능력을 8000만명으로 늘리는 4단계 공사를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정책 결정부터 예산 마련과 착공, 준공에 이르기까지 공항을 건설하는 데 약 8년이 걸린다. 그런데 현재 추세라면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6년 뒤인 2022년에 인천공항의 여객은 8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최정철 교수는 “인천공항은 여객인구 1억명에 대비해 5단계 공사까지 계획돼있다. 하지만 현재 3단계 공사만 확정돼있을 뿐이다. 4단계 공사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 4단계 공사를 시작해도 2022년에 또 포화상태다. 즉, 5단계 공사까지 정책결정을 매듭지어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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