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성교육 인형극으로 봉사활동 펼치는 극단 ‘배꼽’


▲ 커다란 참외배꼽을 지닌 배꼽맨이 어린이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제공·극단 ‘배꼽’>


“아저씨 왜 엉덩이를 만지세요?”
“예뻐서 그렇지. 이리와 봐. 차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
“싫어요. 싫단 말이에요.”
어린이 옆에 있던 인형이 말한다.
“얘야 울지 말고 잘 생각해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맞아. 위험할 때는 큰소리로 ‘싫어요’라고 말하고 빨리 도망쳐야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날로 늘어감에 따라 어린이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성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성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성교육 인형극으로 지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펼쳐온 극단이 있다.
바로 인천여성문화회관 어린이성교육 인형극단인 ‘배꼽’.

이춘자(43) 회장과 최윤정(35)·임은주(34)·안은정(33)씨 등 4명의 주부들은 2005년 10월 인천여성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어린이성교육 인형극 자원봉사자 양성교육을 통해 만나 ‘배꼽’을 결성하고, 그해 12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총 19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계양구 11개 동사무소와 부평구를 포함한 지역 어린이집에서 진행한 ‘내 몸이 궁금해요’라는 공연을 본 어린이들만도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1508명에 달한다.

‘배꼽’이라는 극단의 이름이 어찌 보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큰 의미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탯줄이 잘리고 배꼽이 생겨 새로운 인격체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어린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해줘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교육 인형극을 통해 어른들이 어린이를 만지거나 안아주거나 할 때 기분이 나쁘거나 싫으면 항상 싫다고 큰소리로 자기의사를 표시해야한다는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커다란 배꼽을 지닌 ‘배꼽맨’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도 한다.

배꼽의 회원들은 직접 제작한 대본과 소품을 가지고 공연을 진행해 왔으며,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매주 2회의 모임으로 학습을 하기도하고 대본 수정과 소품 추가 등 끊임없이 발전적인 모습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그런 꾸준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재정과 인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형극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회원모집을 해도 회원이 잘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

배꼽극단의 최윤정 회원은 “처음에는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했지만 공연을 계속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호응도 좋고 보람도 많이 느끼게 돼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뜻을 같이 하는 회원이 좀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3~4세용과 5~6세용 인형극 등 연령별 성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인을 위한 인형극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별 성교육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출장 공연과 함께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인천여성문화회관에서 상설공연을 열어 누구나 와서 공연을 볼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부족한 재정 마련을 위해 인천시 자원봉사단체 우수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공모하기도 했으며, 상설공연 시에는 약간의 관람료를 받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춘자 회장은 “우리 아이 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성의식을 전달해야 사회가 바뀌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며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인형극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성의식을 전달하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성교육 인형극단 ‘배꼽’의 더욱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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