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은 여전히 1980년대, 인간다운 삶 위해 고공농성 선택해”
“건설현장은 여전히 1980년대, 인간다운 삶 위해 고공농성 선택해”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6.08.0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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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이춘무 건설노동조합 경인본부 서인천지회장

지난 4일 올해 들어 최고 기온을 갱신해, 기상청에서는 전국적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언론에서는 연신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기온인 영상 36도라고 요란을 떨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날씨에 지상으로부터 40m 떨어진 높이에 두 사람이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의 서인천지회 이춘무 지회장과 심명보 사무장이다. ‘하루 8시간 노동 보장, 적정 임금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 6월 27일 남동구 서창2지구 LH 공사현장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4일로 39일째다. 이춘무(50) 지회장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지난 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천 덤프트럭 기사 임금, 전국서 가장 낮아

▲ 남동구 서창2지구 LH 공사현장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의 서인천지회 이춘무 지회장과 심명보 사무장.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지구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기사들이 지난 5월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하러 나선 것이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덤프트럭 기사 일당을 보면, 하루 8시간 노동의 경우 15톤 트럭의 표준품셈(정부 고시 가격)은 60만원, 24톤은 76만원이다. 전국 평균은 45만원과 55만원이다. 하지만 인천 평균은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38만원과 48만원이다. 검단신도시는 10시간 노동에 이보다 더 못한 35만원과 45만원이다.(관련기사 2016.5.26.) 이춘무 지회장과 심명보 사무장도 덤프트럭 기사다.

뿐만 아니라, 굴삭기ㆍ지게차를 운전하는 건설기계 조종사와 형틀목수 등, 각종 건설업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천은 전국 평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건설노조 경인본부는 ‘하루 8시간 노동과 적정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최고 많이 받는 곳이 강원도인데 55만원이다. 수도권과 20여만원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는 건설기계 노동자가 많아, 경쟁한다. 예전에는 일당으로 앞바퀴 타이어 2개를 교체하고도 남았는데, 지금은 하나도 못 바꾼다. 물가는 치솟는데 (건설기계) 임대료는 그대로다”

검단신도시에 대규모 택지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택지개발이란 대규모 토지를 대상으로 도로 등의 공공시설을 정비해 택지를 조성하는 개발을 말한다. 또한 검단신도시는 최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으로 교통인프라가 구축돼 발전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건설노조는 대규모 택지개발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을 전국 평균 수준이라도 맞춰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원청업체인 대방건설, 전문하청업체인 인성개발ㆍ대성건설과 교섭이 잘 안 됐다. 인천지역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전국 평균 임금 지급과 근로시간 준수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월 29일부터 지금까지 집회와 농성을 하고 있다.

탈의실 없어 길거리에서 옷 갈아입어

▲ 타워크레인 조종실 안에 있는 이춘무 지회장. 더워서 겉옷을 벗고 있다.
“투쟁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면서 조합원들 보기가 힘들었다. 서구에 있는 검단신도시 택지개발 공사현장의 투쟁이라 건설노조 서인천지회장으로서 심적 부담이 컸다. 교섭은 진전이 없고, 물리적으로 싸우기도 힘들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해도 우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지쳐가고, 여러 가지가 어려웠다. 결단해야겠다고 생각해 타워크레인에 오르기 3일 전, 고공농성 할 장소를 물색했다. 발주처인 LH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로 이곳을 택했다”

교섭이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던 건 아니다. 노조는 전문하청기업인 인성개발과 대성건설을 상대로 교섭하기로 했다. 인천 업체인 인성개발보다 타 지역 업체인 대성건설과의 교섭을 먼저 타결한 후 인성개발을 만날 계획이었다. 노조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했지만, 굴삭기 등 준비 작업이 필요한 부문은 9시간 노동을 수용하고 대신 연장수당을 주는 것으로 대성건설과 교섭을 마무리 지을 무렵, 인성개발과는 다른 조건인 것을 인지한 대성건설이 교섭 결과를 뒤집었다.

“타 지역에서는 일당 38만원도 저렴한 것이라 대성건설과 교섭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인성개발이 10시간에 35만원을 준다고 얘기하니까, 대성건설이 노조 의견을 거부한 것이다. 선택할 게 고공농성밖에 없었다. 사무장한테는 올라가기 전날 속마음을 얘기했다. 같이 올라가지 않겠냐고 제안하니, 동의했다. 옷가지 몇 개 싸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노동자들이 출근할 때마다 정문에서 복장과 두발검사를 당해 머리카락이 잘리거나, 쥐똥이 까만 콩처럼 섞여있는 도시락을 더 이상 억지로 먹지 않기 위해 ‘인간선언’을 하며 시작됐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16년 건설현장은 여전히 비인간적인 곳이라고 이 지회장은 한탄했다.

“최근에 <한겨레신문>에서 상위 10대 건설사 중 가장 노동환경이 나쁜 원청 건설사 현장이 어디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10대 기업 중 어느 건설현장에 샤워시설이 돼 있는지 등을 물었는데, 적을 게 없었다. 건설현장은 탈의실이 없다. 길거리에서 새벽에 옷 갈아입고 작업이 끝나도 씻지 못하고 그냥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간다. 이게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기본적인 인간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다. 10대 건설사 중 제대로 된 곳이 한 곳도 없다”

‘한겨레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가 건설현장 노동자 232명에게 물은 설문조사 결과에는 나쁜 건설 현장 1위가 포스코건설이었다. 응답자의 27.6%가 포스코건설을 ‘나쁜 원청’으로 지목하며 남긴 불만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안전ㆍ체불ㆍ공기단축ㆍ갑질ㆍ무시ㆍ현장ㆍ관리ㆍ미흡 등이었다. 2위가 롯데건설, 3위 GS건설, 4위 대우건설, 5위 현대건설 순이었다.

이 지회장은 하루 8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6년 전 본인이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하려면 현장에 6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작업을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추우니까 히터를 틀고 잠깐 쉬고 있다가 앞 차가 시간이 됐는데도 움직이질 않아 문을 열어보니 운전자가 차 안에서 죽어 있었다. 뇌출혈이었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에 10시간, 12시간씩 일하면서 어떻게 사나?”

감옥보다 더 감옥 같은 한 평도 안 되는 농성장

▲ 농성중인 곳에서 내려다 본 서창2지구 LH 공사현장.
8월 4일로 고공농성 39일째다. 쇠로 만든 타워크레인은 뜨거운 여름날 땅보다 5도 이상 높지 않을까, 이 지회장은 추측한다. 가장 불편한 게 뭔지 물었다.

“가장 힘든 건 잠자리다. 한 평 조금 넘는 공간에 의자가 있고, 두 명이 잠을 자려면 다리를 제대로 뻗을 수 없다. 자는 게 고역이다. 감옥보다 더 감옥 같다. 자고 씻는 것도 불편한데, 틀니를 닦다가 아래로 떨어뜨려 지금은 먹는 것도 힘들다”

건설노조는 현재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일당은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이긴 하지만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고용 관련해서는 교섭에 진전이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싸워서 현재 인성개발은 10시간에 38만원, 대성건설은 40만원을 준다.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은 규모가 커서 인력을 계속 투입해야하는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채용하지 않고 한국노총 조합원만 채용한다. 우리가 단가를 올렸지만 정작 고용되지 않는다. 8시간 노동과 단가와 관련해서는 서로 양보해 조정이 가능하지만, 고용 관련해선 내일도 교섭이 잡혔지만 쉽지 않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2011년 7월 ‘인천시 지역 건설근로자 우선 고용 및 체불임금 없는 관급공사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인천시가 발주한 일정 규모 이상의 관급공사를 수행할 때 지역 건설노동자를 우선 고용하고, 임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임금체불을 방지하고, 지역 건설노동자의 기본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했다.

건설노조는 고용안정과 관련해선 조례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각종 대책을 요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담당자와 면담도 진행했지만, 인천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지회장은 끝으로 “바람이 세게 불면 타워크레인이 빙빙 돌아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정신이 없다. 집에는 이곳에 올라왔다고 얘기하지 않고 타 지역 출장이라고만 했다. 워낙 출장이 잦으니까 그런 줄 안다. 현재 민형사상 소송도 여러 가지 걸려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단결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