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옛 시민회관 횡단보도 설치’ 홍보전 눈길
인천시, ‘부평역일대 추가 설치’ 경찰청에 요청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해 5월 동인천역 남광장 앞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후 무단횡단이 사라지고 보행 중 교통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인천역 앞 횡단보도는 지난 2012년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장 문종권)가 ‘지하도상가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데서 비롯했다.

그 뒤 국가인권위는 실태조사를 벌인 뒤 2013년 12월 20일 인천경찰청에 횡단보도 설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 5월에서야 설치됐다.

횡단보도 설치로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특히, 중구와 동구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무단횡단과 보행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인천역 횡단보도 설치를 계기로 이른바 ‘속도전’과 ‘상업화’로 사라진 지하도상가 위 횡단보도가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보행약자를 배려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고령화에 맞물려 횡단보도 설치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도 횡단보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구 옛 시민회관사거리에 설치된 횡단보도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현수막을 내걸어 서로 자기네가 설치를 이끌어냈다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이곳 역시 횡단보도 설치 요구가 오래됐으나, 인천경찰청은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반발로 쉽사리 결정을 못했다. 하지만 설치 요구 민원은 지속됐고, 남구(구청장 박우섭)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횡단보도 설치에 힘을 보탰다.

▲ 남구 옛 인천시민회관 앞 교차로 횡단보도 <사진출처 새누리당 홍일표 국회의원 페이스북>

인천경찰청은 지난 7월 심의위원회를 열어 횡단보도 설치안을 가결한 후, 지난달 30일 옛 시민회관 사거리 교차로 4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옛 시민회관 사거리 횡단보도는 지자체와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토론과 협력이 일궈낸 산물이다. 횡단보도만 설치한 게 아니라, 지하도상가도 지난 1일 새롭게 탄생했다.

1994년에 개장한 이 지하도상가는 시설물이 노후화해 개보수가 절실했다. 1980년대에는 상권의 중심지였지만, 상권이 경인전철 1호선 주안역 쪽으로 이동하면서 활기를 잃었다. 이에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를 꿈꾸며 자체적으로 자금 68억원을 모아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남구도 힘을 보탰다. 지하도상가에 공연장ㆍ전시장ㆍ이벤트 룸 등이 같이 들어섰다. 남구는 이곳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이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남구와 협력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골목형 시장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내ㆍ외 관광객 유치와 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시민공원역 개통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우섭 구청장은 “구청장 임기 중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횡단보도 사진을 게시한 뒤 “주민들이 10년 넘게 바라던 (옛)시민회관사거리에 횡단보도가 드디어 이뤄졌다”며 “이것은 단순한 횡단보도가 아니다. 이제 우리 인천도, 그리고 남구도 노약자와 장애인의 보행권, 그리고 생명과 안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변화의 상징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서 “(옛) 시민회관 지하도상가의 상권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옛) 시민회관 지하도상가를 많이 이용해주시고, 남구에서도 지하도상가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홍일표(남구갑) 국회의원도 횡단보도 설치를 환영했다. 홍 의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설된 횡단보도 사진을 올리고 “지난 총선에서 (횡단보도 설치를) 노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약으로 세웠다”며 “인천2호선 개통에 맞춰 당사자(=상인)들이 납득하거나 양해해 횡단보도 설치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가파른 계단을 이용하고, 미로와 같은 지하도에서 출구를 찾는 데 어려움도 컸다. 이에 경찰청,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인대표를 설득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모두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이번 횡단보도 설치과정에서 공동체를 배려하는 마음과 희망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동인천역 앞 횡단보도 설치 후 무단횡단과 보행교통사고가 사라지고, 지자체와 정치인, 상인 등이 협력해 옛 시민회관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을 계기로, 미완에 그친 부평역 일대 횡단보도 설치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9월 ▲부평역광장 입구 사거리 코아빌딩 앞(남북 방향) ▲부평로 우리은행 앞 ▲부평로 롯데백화점 입구(남북 횡단) ▲부평로 부평서초등학교 입구 4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부평로 롯데백화점 입구와 부평문화의거리 입구를 동서로 횡단하는 보도를 누락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롯데백화점 입구에 설치한 횡단보도에서 약 5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횡단보도가 또 있어,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부평역광장을 등지고 왼쪽 코아빌당 앞에서 경원로를 횡단할 수 있게 한 것과 달리, 오른쪽에는 횡단보도가 없는 것도 개선할 과제로 꼽힌다. 부평역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부평역을 빠져나와 경원로를 쉽게 건너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 7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횡단보도 추가 설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인천경찰청에 보냈고, 새누리당 정유섭(부평갑) 국회의원 또한 인천경찰청장과의 면담에서 횡단보도 추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횡단보도 추가 설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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