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경제 33% 인천항 활성화 방안 7. 인천항 중고차산업 활성화 방안

<편집자 주> 인천항이 개항된 지 올해로 133년 됐다. 133년 전 제물포항이 개항했을 때만해도 내항은 없었으며, 월미도는 섬이었다. 이젠 내항 외에도 남항ㆍ북항ㆍ신항까지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37만TEU를 달성했다.

인천 항만산업이 인천 GRDP(지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다. 하지만 구주와 미주를 오가는 국적 선사의 위기로 인천신항 활성화에 차질이 우려되고, 내항은 물동량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인천경제의 33%를 차지하는 항만산업을 육성하려면 인천항의 물동량을 창출하고, 인천항의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 <인천투데이>은 그 방안으로 인천신항 배후단지에 대한 정부 재정투자 확보, 인천남항 배후단지 자유무역지대 지정, 중고차수출단지 확보, 내항 재개발 논란 출구전략 수립, 국제여객터미널 활성화와 크루즈 활성화 등의 국내외 사례와 정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천 중고차수출업체 900개에서 220개로 감소

[기획취재] 인천경제 33% 인천항 활성화 방안

1. 인천항 3년 연속 200만TEU 달성
2. 인천경제 33%, 인천항의 과제
3. 인천신항 활성화를 위한 배후단지 재정투자
4. 부산항 자유무역지대와 인천항 자유무역지대
5. 한중FTA 시대, 인천항이 갖춰야 할 것
6. 내항재개발 출구전략과 내항 활성화 방안
7. 인천항 중고차산업 활성화 방안
8. 제주에서 배우는 인천항 크루즈 활성화대책
주한 이라크 대사가 지난 12일 유정복 인천시장을 찾아와 송도유원지 내 중고차단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라크 대사는 연수구가 불법건축물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자국 중고차바이어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자 방문했다. 지난 5월 연수구 방문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알바티 주한 이라크 대사는 인천시에 대체 부지를 요청했고, 유 시장은 자동차물류 클러스터단지 조성 용역을 추진 중이니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20일 연수구는 예고했던 대로 송도유원지 4블록 내 중고차수출업체들이 사무실로 사용한 불법건축물(=컨테이너박스)을 철거했다. 컨테이너박스는 약 300개에 달했는데, 이중 244개(82.5%)를 자진 철거했고, 나머지 50여개를 연수구가 철거한 것이다. 철거 과정에서 업체 160개가 인근 건물로 이전했지만, 나머지 업체는 사무실을 구하지 못했다.

토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관광(주)는 송도관광단지개발 사업이 여의치 않자, 중고차수출업체들에게 땅을 임대했다. 중고차수출업체들이 밀집하면서 환경 민원이 제기됐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연수구가 승소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국내 중고차수출산업은 인천항과 야적장이 있어 한때 37만대를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수출단지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해외 바이어와 수출업체들은 인천을 떠나기 시작했고, 중고차수출산업은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번에 송도유원지에서 벌어진 일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연수구가 송도 4블록 내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긴 했지만, 4블록을 비롯해 송도유원지 주변 단지의 야적장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중고차 단지가 아니라 토지소유주가 개발 전 임시로 임대해주고 있는 것으로, 개발을 진행하면 야적장 또한 사라질 전망이다.

인천에 중고차수출업체와 야적장이 들어서고, 해외바이어들이 인천에 둥지를 튼 것은 수도권에서 중고차 물량이 많이 발생하는 데다, 인천항이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의 약 80%를 처리했다.

중고차수출이 활황일 때는 경인항 북단 경인아라오토단지와 인천북항 인근 율도단지, 엠파크, 송도유원지 등, 단지 12개 중고차수출업체만 90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합법적인 수출단지를 찾지 못해 송도유원지 인근에 있는 단지 5개만 남았고, 수출업체는 220여개로 줄었다.

일본이 ‘좌핸들 국가’에 한국보다 더 많이 수출

중고차수출산업은 인천항 물동량 창출과 수출에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이처럼 절명위기에 처했다.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37만 4393대(=약 2조 2934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있다. 2013년 30만 7676대(=약 1조 7290억원)로 떨어진 뒤, 2014년 24만 2195대(=1조 3562억원)로 더 떨어졌고, 지난해 20만 9477대(1조 1262억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수출물량이 2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물량은 11만 8506대(약 5777억원)로, 업계는 올해 17만대(약 9078억원)를 전망하고 있다. 중고차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물량의 80%를 처리하는 인천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100만 4845대(약 7조 1561대)에서 지난해 125만 4074대(8조 4290억원)로 증가했다. 올해 5월 기준 상반기 수출실적은 49만 1623대로, 국내 수출업계는 일본이 올해 말까지 약 130만대를 수출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중고차 주요 수출 10개국은 리비아ㆍ요르단ㆍ키르기스스탄ㆍ예멘ㆍ캄보디아ㆍ이집트ㆍ몽골ㆍ칠레ㆍ가나ㆍ러시아 순이다. 일본의 주요 수출 10개국은 미얀마ㆍ러시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ㆍ뉴질랜드ㆍ칠레ㆍ케냐ㆍ남아공ㆍ키르기스스탄ㆍ그루지아ㆍ파키스탄 순이다.

일본 중고차는 우(右)핸들 차량이고, 한국 중고차는 좌(左)핸들 차량이다. 한국의 수출국 상위 10개국은 모두 좌핸들 차량 국가다. 반면, 일본은 우핸들 국가가 5개, 좌핸들 국가가 5개다.

문제는 일본이 우리보다 좌핸들 차량 국가에 우핸들 차량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이 중복되는 좌핸들 차량 국가 7개(미얀마ㆍ러시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ㆍ칠레ㆍ키르기스스탄ㆍ몽골ㆍ필리핀) 기준, 한국이 수출한 물량은 2012년 10만 1363대에서 2014년 5만 4079대로 반 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물량은 48만 4702대에서 58만 5970대로 10만대 이상 늘었다.

즉,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물량 감소는 수입국의 핸들 사용 여건보다는 수출국의 중고차수출산업 인프라 부족과 해외 바이어 이탈에 기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수출액, 4년 만에 약 3조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떨어져

▲ 송도유원지 부근 중고차 야적장의 일부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해외 바이어들이 일본으로 이탈하고 수출업체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중고차수출업계는 올해 중고차 수출물량을 17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4년 만에 20만대가 줄어드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 평균 수출단가 약 487만원을 적용하면 약 974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천내항에서 20만대가 감소하면 물동량 약 250만RT가 감소한 것과 같다. 이는 지난 2013년 A업체가 내항 8부두에서 한 해 동안 처리한 물량 151만RT보다 100만RT 더 많은 규모인데, 이 물동량이 인천항에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이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한 뒤 인천항 신차 수출물량이 감소하면서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인천항에서 신차와 중고차 수출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선박이 기항하지 않아, 중남미로 수출하는 중고차물량을 화물차로 인천에서 평택항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해외 수입차 물량에 이어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마저 평택항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항 중고차수출산업 경쟁력 점점 사라져

경기평택항만공사는 평택항 배후부지 143만㎡ 중 57만㎡(=약 17만 2400평)를 수입차 피디아이(PDI: pre-delivery inspection,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전 수행하는 검사) 전용단지로 조성했다. PDI 전용단지를 조성하면서 자동차 전용부두를 제공하고 저렴한 임차료(㎡당 월 500~700원)를 제시해 인천의 PDI 업체들을 모두 끌어들였다. 인천에 있던 폭스바겐ㆍ아우디ㆍBMW 등, 수입차 PDI 업체들이 모두 사라졌다.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수출산업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평택항에는 선석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선석이 네 개나 있으며, 선석 한 개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배후부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만 69만 2000㎡(약 21만평)에 달한다.

해운사의 경우 PDI센터가 있는 평택항에 수입차를 하역한 뒤, 바로 그 부두에서 중고차 또는 현대ㆍ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의 수출자동차를 선적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평택항에는 PDI단지 이외에 23만 2000㎡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부두까지 마련돼 있다. 게다가 자유무역지대에 추가로 중고차수출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중고차수출업체가 인천항에 있을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합법 중고차수출단지 조성으로 산업화 이끌어야

이렇듯 국내 중고차수출산업을 견인한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은 합법단지를 찾지 못하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수년째 합법단지를 조성하지 못하면서 영세 수출업체는 도산하고, 해외바이어는 일본으로 이탈하고 있다.

중고차수출산업 활성화를 위해 4년 전부터 인천항 인근에 합법 수출단지를 조성해야한다는 의견이 인천항만산업의 의제로 부각했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 발전방향은 인천항 인근에 합법 수출단지를 조성한 뒤, 현재 개인사업자로 돼있는 업체를 법인사업체로 전환해 규모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꾀하는 것이다. 일본처럼 경매장 방식을 당장 도입할 수 없으니, 우선 합법단지를 조성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경매장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일본 중고차수출산업의 강점은 ‘항만 옥션’이다. 일본의 중고차 수출과 내수는 모두 항만 옆 경매장에서 시작한다. 경매장이 항만에 인접해있어 검사와 경매 후 수출용 차량은 바로 부두로 보내지고, 내수용은 시내 매장으로 이송된다.

경매장에서 중고차를 낙찰 받은 수출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맺고, 해당 차량이 부두에 들어서면 부두 운영사는 선적부터 운송ㆍ보관ㆍ통관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한국의 중고차 수출 방식은, 해외 바이어가 고용한 중개상인들이 중고차수출업체가 국내에서 매집한 차량을 모아둔 야적장에서 해외바이어가 주문한 차량을 매입한 뒤, 다시 인천항으로 가져와 배에 실어 보내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두 차이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다. 일본은 경매로 성능 대비 차량가격을 매긴다. 가격을 성능보다 비싸게 책정하면 유찰되기 마련이고, 성능보다 가격이 낮게 나오면 경쟁이 치열하지만 적정가격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니 경매에 붙이기 전에 차량검사가 철저할 수밖에 없다.

또, 일본 중고차 경매장은 항만에 인접해있어 물류비 절감은 물론 항만 물동량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 중고차수출단지는 인천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데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천 항만업계와 중고차수출업계는 일본과 같은 단계로 가려면 인천항 인근에 수출단지부터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한다. 다만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단지를 조성할 수 없으니, 시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단지를 조성해 법인사업자를 입주시키자는 것이다.

즉,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 인근에 합법단지를 조성해 임대하고, 입주자격을 법인사업자로 제시하면 중고차수출 개인사업자 간 합병이 이뤄지고, 또 화주ㆍ선사ㆍ하역업체가 합작으로 중고차수출 법인을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법인은 거래기록이 남기 때문에 중고차 매집부터 수출까지 과정이 투명해진다. 또 법인은 국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사를 강화하기 마련이라, 한국 중고차의 국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한 뒤 “우선 인천항 인근에 수출단지를 조성해 법인을 입주시키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건물을 더 올리면 된다. 그 뒤 일본처럼 경매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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