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철수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

14대 인천의료원 원장으로 김철수(65) 박사가 취임했다. 김 원장은 지난 7월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생명지상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환자 최우선, 의술 최상급’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이지만 만성적자 해소를 위해 혁신해야한다고도 했다.

김 원장을 지난 12일 원장실에서 만났다. 김 원장은 업무 인수인계와 각 부서 업무보고, 취임 인사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유능한 인재가 있는 인천의료원

▲ 김철수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
“오늘로 취임한 지 12일째다.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둔 활동은 의료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사물을 진단하듯 병원을 진단하는 것이다. 병원 어디가 건강하고 어디가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치료해야할지 전략을 세우기 위해 여러 가지로 듣고, 보고, 겪으며 지내고 있다”

김 원장은 업무를 대략 파악했다고 했다. 빨리 파악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 인천의료원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인천의료원 홈페이지에 경영 공시나 여러 가지 정보가 공개돼있다. 그걸 보면서 예습하고 나름대로 어디가 문제인지 짐작했다. 틀린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 맞았다. 특히 드러나지 않은 보물, 뛰어난 의료진을 발견한 게 기쁘고 놀라웠다. 그러나 의료원이 발전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은 풀어야할 과제다. 세 가지 정도를 꼽는다면, 첫째가 위치적으로 접근이 어렵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거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둘째는 의료원이 할 수 있는 진료 범위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 건물도 크지 않다. 셋째, 주차시설이 좋지 않다. 주차장을 세워야하는데 부지가 마땅하지 않다. 임기 안에 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계속 고민해야한다”

김 원장은 산적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력의 절대적 부족’을 강조했다. 한 사람이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진료의 깊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병원에는 의료취약계층이 많이 온다. 그들에게 염가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21세기에는 최상의 치료를 해줘야한다. 급선무는 최상의 치료를 하기위해 의료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유명한 교수나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수행한 의료기관의 사례를 교육할 예정이다. 의료진의 수준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인력 확충을 위해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보건복지정책과와 상의하고 있다”

적자 해소 위해 수익에 도움 되는 진료 활성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3년 5월에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홍 지사는 ‘적자 경영과 강성 귀족노조로 인해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 물론 전문 의료인들과 시민사회ㆍ노동단체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만성적자는 복지차원에서 의료취약계층 진료를 감당해야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인천의료원의 만성적자를 해소해야한다고 했다.

“인천의료원은 시비와 국비 지원을 많이 받는다. 병원이 유지되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재투자해야한다. 시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힘들다. 일단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구체적 계획으로 ‘의료 외 수입’을 언급했다. 현재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은 7월 말을 기한으로 증축과 시설 현대화 공사를 하고 있다. 이것이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김 원장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진료과목을 확대할 거다. 종양내과를 신설해 내가 직접 진료할 계획이다. 종양내과가 정착하고 활성화하면 후임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재정이 부담스러워 내가 나설 거다. 종양내과는 종합의술이라 다른 과를 활성화하는데, 특히 외과가 활성화된다. 수익에 도움이 되는 진료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한국혈전지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인하대병원 암센터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원장이 강조한 또 하나는 ‘적정 진료’다. 최첨단 치료가 최상의 치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첨단 치료가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좋을지 모르지만, 비용 면에서도 적당한지 판단해야 한다.

“정부 정책 중 ‘신포괄수가제’라는 게 있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는 제도인데, 시술 비용을 묶어두는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필요 없는 치료를 안 하면 보상을 하는데,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 원장은 영리병원 도입의 일부 긍정적인 면도 언급했다. ‘(주)한미약품에서 신약을 개발해 큰 이익을 올린 것처럼 신기술을 개발해 국가경제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기술개발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의료의 발전을 이룬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

▲ 김철수 원장에게 치료를 받은 외국인이 감사의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 원장은 어릴 때 의사가 등장하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과보다 문과 성향이 강했지만, 직업을 선택하는 데 소설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의사가 등장하는 외국 소설로 ‘닥터지바고’ㆍ‘개선문’ㆍ‘페스트’ㆍ‘성채’ 등을 읽었고, 우리나라 소설로는 작가 정을병의 ‘유의촌’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되고나니 의학은 끝이 없는, 평생공부인 거 같다. 과학뿐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신분이 높거나 부유한 사람에서부터 아프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다 겪어보니 인성 공부가 된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인생 공부’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감수성이 풍부했다는 김 원장은 전공으로 ‘내과’를 선택한 이유도 과학적 접근이나 객관적 기준이 아닌 감수성의 발로였고, ‘내과 교수님이 멋있어서였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게 칼처럼 정확해서 반했다. 내과 중에도 종양학 전공 교수가 멋있어 종양학과 혈액학을 선택했다. 힘들고 돈이 별로 안 되는 분야라, 요즘 학생들은 기피한다”

경제적 잣대로 하는 판단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김 원장은 인하대병원에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보다 의료 수준이 낮은 러시아 환자들이 인하대병원에 많이 왔는데, 그들을 성심껏 치료했다. 우리나라에서 계속 치료받으면 치료비ㆍ체류비 등이 만만치 않아 필요한 치료만을 해주고, 러시아에 돌아가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영어로 환자 진단ㆍ치료ㆍ예후 등을 편지로 써서 공증을 했다. 이 덕분에 러시아 환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는 김 원장은 ‘의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힘들 때가 있었다.

“‘탈라세미아’라는 병에 걸린 우즈베키스탄 소녀(12세)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희귀병인데, 피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구조 이상으로 피가 깨진다. 유일한 치료는 골수를 이식받는 거다. 다행히 환자의 오빠와 골수가 같아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다음날 학회 세미나에서 국내 최초의 ‘탈라세미아’ 치료 사례를 발표하기 위한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갑자기 혈압이 올라 사망했다. 그때 아주 힘들었다”

가망 없던 난소암 말기나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살린 것과 고환암에 걸려 죽을 목숨이었던 러시아 환자를 살린 게 기억에 남는다는 김 원장은 그들로부터 받은 감사편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가 취임사에서 말한 ‘생명지상주의’와 ‘환자 최우선, 의술 최상급’ 치료는 그의 철학이다.

공공의료원의 역할, 의료의 본질에 접근

“지금까지 사립 병원에서만 근무했는데 공공의료원이 적성에 맞는 거 같다. 이곳 업무가 의료의 본질에 접근하는 일이라 생각해 성취도와 만족도가 높다. 평소에도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인천의료원 원장이 공석이라 기회가 생겼다”

인천의료원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청정지역 인천’을 위해 발 빠른 위기관리대응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고,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공공의료사업을 더 확장하려고 한다.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방문치료나 암이나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넓힐 생각이다. 특히 조기검진과 예방교육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전쟁도 예방하는 게 상책이듯이 질병도 예방해야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난다면 조기에 전쟁을 종료해야하는 것처럼 예방이 안 되면 병을 조기에 발견해야한다. 그러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암의 3분의 2를 줄일 수 있다. 예방으로 3분의 1을 줄이고, 조기발견으로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의 심각한 병은 적정 치료를 유도해 국가비용을 줄여야한다. 노동집약적 산업도시 인천의 당면 문제는 암에 걸린 노부모를 모시는 노동자 가족들의 부담과 고통이다. 호스피스 병동을 활성화하겠다. 이런 사업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이득이다. 병원을 방문하거나 환자를 보호하기 힘든 노동계층을 위해 인천의료원이 ‘보호자 없는 병동’을 처음 시작했다. 인천에서 20년간 일하면서 도시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본다. 반면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도 본다.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인천의료원이 더욱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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