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로 유럽 전역이 들썩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유로 2016’이 시작됐다. 축구 열기는 7월 10일 결승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거리는 물론 직장과 학교가 축구팬들로 인산인해다. 경기 관람을 위해 프랑스로 떠난 열성팬들도 있지만, 근무시간에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병가를 내거나 무단 외출하는 사례들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근무 중 라디오 청취가 고용주의 저지 사항이 아님을 보도하는 신문기사도 눈에 뜨인다.

‘유로 2016’ 개최국 프랑스는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첨단 경기장의 건설은 물론, 테러 방지와 훌리건들의 난동 제압을 위해 군ㆍ경찰 병력을 주변 국가들로부터 지원받았다. 전 세계 국민들의 이목이 프랑스 전역으로 집중한 이 때, 자국의 체면과 위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다.

축구는 유럽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스포츠다. 유럽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생활운동이며, 클럽이나 구단에 집중되는 돈이 가장 많은 스포츠 종목이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운동경기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축구가 세계적 자본주의 산업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명문 구단들은 유럽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세계인들의 축구 열기는 매한가지다. 클럽축구가 취약해 자국에 유능한 선수가 없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또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축구의 인기는 최고다. 중국 역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진흥정책은 2050년까지 세계 축구의 제패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외국 명문 구단들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고 있다.

독일은 2006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그 열기가 정점인데, 도심의 거리응원전이나 대형 스크린의 생중계가 이를 더하고 있다. 전쟁의 역사 때문에 이제까지 금기됐던 군중의 국기 게양이나 국가 열창이 경기장 밖에서도 허용되는 게 축구로 실현된 듯하다. 이번 ‘유로 2016’에서도 집단적 거리응원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은 대형 스크린 설치로 교통이 한 달여간 통제된다. 언론은 2014년 월드컵 우승 기념 축제에서 100만명 이상이 밀집했던 기록이 올해 갱신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극도로 산업화되고 있는 축구에 대한 염려

▲ 2014 월드컴 우승 기념행사가 열린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사진출처·Morgenpost.de)
그런데 필자는 극도로 산업화되고 있는 축구가 오히려 염려된다. 특히 국가대표팀 간 대항전이 국가적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전이될 때, 민족주의의 확대가 우려된다. 이성을 잃은 훌리건들의 폭력과 테러집단의 무차별 공격이 대부분 민족주의적 우월감을 표출하는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차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족주의를 국가가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몸값이 비싼 축구선수들은 구단 소속으로 프로 리그를 위해 뛴다. 구단에서 매일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 출전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으로 잠깐 구성되는데, 이때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손발을 맞춰야한다. 일시적으로 개최되는 국가대항전은 선수들의 연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 큰 리그로 스카우트되기 위한 데뷔전은 될 수 있으나, 오히려 무리한 경기는 회피하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국가대항전의 묘미가 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던 공동체의식이 열한 명의 팀으로 단일화된다. 같은 색의 옷을 입고 동일한 호흡으로 구호를 외치며 환희와 절망의 감정이 하나가 된다. 구단과 지역의 리그를 넘어 국가 간 경쟁은 더 큰 공동체의식을 가져다준다.

이때 진행되는 공동체의 단일화는 정치ㆍ사회적 이슈를 토론하기 위해 모인 군중의 함성이 아니다. 과거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한 스페인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의 축구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행동이 나타나고, 훌리거니즘이 극우 보수파의 정치와 연계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축구광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은 더 노골적으로 발생하는데, 집단 간 공동체의식이 배타적 성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화 시대에 합법적 이민과 불법 체류를 통한 이주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민족ㆍ종교ㆍ문화적으로 오랫동안 동질성을 유지했던 사회는 외국인들의 급격한 유입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치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축구는 지역과 국가의 한계를 넘어 자본주의 스포츠산업이 됐고,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부추기는 세계화는 민족ㆍ종교ㆍ문화의 세계화를 거부하고 있다.

국가정부가 마련한 대형 스크린은 광장에 모인 축구팬 수만 명에게 공동체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국기를 휘날리며 국가를 열창하고 하나가 된다. 그러나 결과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파당적 공동사회의 부활을 추구한다. 중국정부가 축구산업에 투자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혁명 시대에 광장에 모인 군중은 농민에서 일반시민이 됐으나, 지금은 오히려 달갑지 않은 군중의 단합이 전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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