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여성단체 “여성가족부가 대책 마련해야”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이를 주변에 알렸다가 피의자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피해자가 2중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여성위원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인천공항공사의 성추행 피해 여성이 가해자의 명예훼손 형사고발로 또 한 번 감당하기 힘든 심적 고통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여성가족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의 여직원인 A씨는 고위관리자인 B씨로부터 2005년 가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참다못한 A씨는 여직원협의회 간부 4명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에 지난해 8월 공항공사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를 해임 처리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간부 4명에게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11월 경 A씨를 형사고발했으며, 이로 인해 A씨는 7시간 동안 경찰조사를 받으며 2중의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여성위와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직장 내에서 여성이 성추행을 수차례 당하는 상황에서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한 것은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예방 편람에서 나오듯 최소한의 대응을 한 것”이라며 “이런 대응이 형사고발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여성가족부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인권보호팀 관계자는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이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개인이 고소고발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기에 노조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해야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편람에는 성추행의 피해를 알릴 시 명예훼손을 조심해야한다는 명시만 돼있었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사례를 집어넣어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인천여성회 최주영 사무국장은 “직장 내 성추행과 관련 자체 조사를 벌이거나 경찰조사를 벌일 시 외국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한 번만 전문상담가와 상담을 통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녹화해 명예훼손을 당하거나 추가조사 시 녹화된 내용을 근거자료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책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며 “현재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한 현상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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