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당팀장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받았다고 한다. 쾌적하고 세련된 국제공항인 듯 보인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엔 참혹한 환경의 ‘송환대기실’이 있고, 그 곳에 6개월 넘게 구금돼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공항 이용자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이곳을 ‘출국대기실’이라 부른다.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여러 이유로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입국이 거절된 승객들이 다시 돌아가기 위한 항공기를 구할 때까지 임시적으로 머무는 공간이다. 그러나 ‘출국’이라는 표현은 자발적 의지로 나간다는 의미가 크다. 입국이 거절된 승객의 경우, 본인의 의지라기보다는 한국 정부의 입국 거절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출국되는 것이므로 인권단체들은 ‘송환대기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013년 7월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공항에 상주하는 법무부 난민과에서 난민신청자를 인터뷰한 후에 사유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입국시켜 난민신청과 인정절차 또는 인도적 체류 자격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난민신청자는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출입국사무소에서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 난민신청자는 송환대기실에 장기간 억류된다.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송환대기실을 경험한 난민들은 그곳 환경이 인간적으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고 증언한다. 지난 5월 26일 난민지원네트워크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표한 ‘공항에서 난민신청 실태조사 보고’를 보면, 밀폐된 공간에 최대 150여명이 집단 수용돼있다. 창문이 없기에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전등이 24시간 켜져 있어 밤낮을 구분할 수도 없다. 화장실이 수용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고, 수용자가 많아 샤워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또한 밀폐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기 때문에 공기는 더욱 탁하고, 기본적인 세면도구도 없고, 세탁시설도 없다. 끼니는 삼시세끼 햄버거(샌드위치)와 콜라가 지급된다.

임신부, 아동, 환자에 대한 배려도 없다. 성별만 분리된 채로 집단 거주해야한다. 침구도 없이 평상 위에서 자야하고, 수용자가 많은 경우엔 의자나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자야한다. 담요가 한 장 제공되는데 그 상태가 매우 더럽고, 그조차 부족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송환대기실이 법적 근거가 미약한 임의시설이라는 데 있다. 법무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차료를 지불해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항공사운영협의회라는 곳이 용역업체에 위탁해 운영한다. 입국하려는 사람의 입국 불회부 결정과 본국으로 송환 명령은 법무부가 지시하지만, 송환대기실 운영은 용역업체가 하고 있다. 또한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항공사가 이용기간에 따라 지급한다. 이렇다 보니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이것이 인천국제공항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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