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16년 여름호(통권 91호) 발행

<황해문화> 2016년 여름호(통권 91호)가 나왔다. 이번호의 키워드는 ‘국가’다. 권두언으로이광일이 ‘4.13 총선, 국가란 무엇인가’를 썼고, 특집으로 ‘국가라는 환상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최원ㆍ김원ㆍ김지미ㆍ장덕진ㆍ김명인이 말을 걸었다.

이들은 “10년간의 민주정권을 거치면서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정권교체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몰아가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은 사실 ‘국가가 우리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는 ‘국민’에 대한 질문보다는 ‘국가’를 불변의 어떤 것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국가가 구성원들의 삶과 안전을 책임져야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국가가 국민들을 위계화ㆍ타자화하는 것에 동의하고 소수자의 존재와 삶이 비난받지 않으려 사투를 벌이는 게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호는 국가의 이해ㆍ역할ㆍ작동 등에 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출했다.

독립연구자이자 비판지성인 최원은 글 ‘세월호 이후의 국가’에서 신자유주의시대에 민족국가가 위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을 넘기 위해 비국가적이거나 비제도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흐름을 낭만주의적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그것은 오히려 대중들의 정치적 실천의 목표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실천역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선동하는 반(反)정치에 공멸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김원의 글 ‘국가와 마이너리티 : 상기하는 방법을 생각하며’에서는 근대 국민국가는 본질적으로 마이너리티들의 끊임없는 재생산과 그들의 타자화로 존재해왔음을 상기시킨다. 국가와 마이너리티의 관계는 김지미의 ‘국가와 아버지 : 자수성가에 대한 두 개의 판타지’에서도 공유된다. 그녀는 여성의 입장에서 영화 ‘국제시장’과 ‘변호인’에서 재현된 국가를 분석한다. 특히 이 두 영화가 대중적 흥행작이라는 점에서, 이 글은 국가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주기에 더욱 흥미롭다.

장덕진은 ‘왜 지금 이 사회의 많은 이들이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는가”라는 것으로 변주하면서 구체적 자료들로 분석한다. 한국이 1인당 GDP와 건강수명이라는 두 개의 ‘물질주의적 변수’의 측면에서는 비교적 잘해왔으나, 그것들이 더 이상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김명인은 ‘세월호와 함께 살아가기’에서 광주민중항쟁과 ‘세월호 사건’이라는, 자신에게 다가와 여전히 현재로 남아 있는 ‘생애의 사건들’을 매개로 국가를 성찰한다. 하지만 그의 역사적 경험은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회 구성원들, 즉 ‘우리’가 국가를 바꿔하며 곧 그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로 태어나야한다는 점에 방점을 둔다.

이번호에는 특집과 더불어 정병기의 비평글 ‘20대 총선 : 정당체제 변화와 정당민주주의의 전망’도 실렸다. 이 글에는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한 흥미로운 ‘희망’을 피력하고 있는데, 함께 지켜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해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에 대한 기억을 다룬 소설가 김탁환의 신작 ‘찾고 있어요’는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준다. 김탁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이 만든 ‘아이들의 방’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소설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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