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람] 록밴드 PNS(피앤에스)

지난 4월 24일 오후 4시, 중구 항동에 있는 한중문화관 대공연장에서 ‘2016 인천 미친(美親) 록(Rock)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는 위축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록의 메카’ 인천의 명성을 되살려 다양한 문화ㆍ관광도시 인천을 만들자는 취지로 열렸다. 음악클럽 ‘쥐똥나무’가 기획하고,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와 여러 기업이 후원한 이 행사엔 헤비메탈ㆍ얼터너티브 하드 록ㆍ록ㆍ인디 록 등, 다채로운 밴드가 참여해 환상적인 무대를 꾸몄다.

이 공연에 함께했던 록밴드 피앤에스(PNS) 멤버들을 지난 14일 음악클럽 쥐똥나무에서 만났다. 이수진 쥐똥나무 사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스승이기도 하다

▲ 지난 4월 24일 중구 한중문화관 대공연장에서 ‘2016 인천 미친(美親) 록(Rock) 페스티벌’이 열렸다. 사진은 록밴드 PNS가 공연하는 장면.
‘2016 인천 미친(美親) 록(Rock) 페스티벌’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누나가 엄청 고생했는데 그만큼 성과가 있어서 흐뭇했어요. 페스티벌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밴드 리더이자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조봉현(43)씨의 말이다. 멤버들은 이수진 사장을 누나와 언니로 부르며 격의 없이 지낸다. 이들은 쥐똥나무를 고향이자 아지트라고 했다.

“다들 즐겁게 참여했어요. 공연하면서 실수도 있었지만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죠. 누나가 주최한 거니까, 저희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천이 록의 메카라는 명성에 맞게 부응했는데 지금은 많이 쇠퇴했습니다. 마땅한 록 공연장도 없고요. 이런 기획공연으로 다시 활기를 찾아 예전처럼 공연이 많아지고 전용 록 공연장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작은 클럽에서 이런 공연을 주최하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돈이 많이 들고요. 뜻 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취지의 공연이 열렸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이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밴드인지 주최 측인지 혼동이 됐다. 그만큼 각별한 관계라는 것의 방증이다. 이 사장과의 인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악연이죠(웃음). 만난 지 10년도 더 돼요. 제물포에 ‘1957’이라는 음악클럽이 있었어요. 공연도 하고 여러 뮤지션이 자연스레 모여 교류하거나 마음 맞는 사람끼리 잼공연(집단 즉흥 연주)을 하던 곳이에요. 거기서 누나를 만났는데 반했어요. 그런 인연으로 누나 연습실도 쓰게 됐어요”

기타 연주를 담당하는 용성내(35)씨가 사연을 말해줬다. 당시 용씨는 군대 제대하고 학생 신분으로 음악클럽을 다니다 PNS 리더인 조봉현씨와 PNS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이진우(43)씨를 만나 음악을 같이 했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이 사장도 한마디 했다.

“저는 그때까지 통기타 연주의 노래만을 하다가 그곳에서 록 음악을 처음 접했어요. 특히 헤비메탈을 하는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줬죠. 그때부터 록 음악에 빠져들었으니 이 친구들이 제 스승입니다”

PNS는 ‘People and Society’?
‘피그(삼겹살) 앤 소주’?

▲ 록밴드 PNS는 매주 일요일 음악클럽 ‘쥐똥나무’에서 연습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몇 곡을 연주했다.
용씨는 2008년 3월 19일을 잊지 못한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그 날이 그에게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였기 때문이란다. 첫 연애를 시작한 것도, 첫 직장을 다닌 것도 그때였다.

PNS의 전신 그룹인 ‘MB-HATE’도 그때 만들어졌다. 팀 이름에 대해 묻자, 멤버들이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사실 일회성 이벤트 밴드였어요. 보컬인 봉현이가 노래로 밴드활동을 시작한 게 아닌데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든 거예요. 처음엔 비웃었는데 그 친구가 노래하는 걸 듣다보니 좋더라고요. 그래서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이름이요? 2008년 2월에 임기를 시작한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 이름의 이니셜인데, 그 분에 대한 저희 감정이 좋지 않아서요(웃음)”

이진우씨의 말에 동료들도 웃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MB’의 임기가 끝날 무렵 이들도 팀 이름을 바꿨다.
성내씨는 “다른 팀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2007년 말에 봉현 형이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결정적 계기는 수진 누나랑 진우 형이 회를 사주면서 꾄 거죠(웃음). 형들하고 음악코드가 맞았어요. 그래서 셋이 뭉쳤습니다”라고 말했다.

봉현씨와 진우씨의 인연은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둘은 30년 지기 중학교 동창이다. 둘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학원에 등록하고 각자 밴드 활동을 했다. 봉현씨는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중금속’이라는 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음악을 접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했고, 곧이어 군대에 갔다. 15년이 넘는 세월을 본의 아니게 음악을 멀리해야했지만, 다시 음악의 길을 찾았다. 둘은 2008년에야 처음으로 밴드 활동을 같이 했다.

2012년에 새로 지은 팀명은 PNS다. 어떤 심오한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건만 ‘피그(삼겹살) 앤 소주’의 영어 이니셜이란다.

성내씨의 “아니에요. ‘사람과 사회’라는 뜻의 ‘People and Society’라니까요”라는 항변에, 진우씨는 “아무렇게나 지어놓고 뜻을 멋있게 부여하면 되는 거야. 남들 양주 마실 때 소주 먹는 게 사회(Society) 아니겠어?”라고 대꾸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묵직하고 어두운, 남자다운(?) 음악을 추구하는 팀

▲ 록밴드 PNS 멤버들. 왼쪽부터 조봉현(보컬), 이진우(드럼), 용성내(일렉기타), 수려란(베이스기타)씨.
이들의 노래들 중에는 사회 비판적 내용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은 게 많다. MB-HATE 시절 만든 노래 중 ‘좀비’라는 곡은 권력층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이에 휘둘리는 대중들을 좀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래는 ‘좀비’ 가사의 일부다.

‘내 머리 위에 올라서려는 자여. 그대로 보고 모른 척하려했지만, 침묵이 모두 옳은 판단이 아니란 걸. 숨어서 눈치만 보는 죽은 영혼들. 다시 제자리로 와’

기억나는 공연은, 2012년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라는 논란에 휩싸일 무렵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노래를 부른 거란다. 1만명이 넘게 모인 자리였는데 ‘촛불 하나는 작지만 모이면 힘이 된다. 함께해 환히 밝히자’라고 봉현씨가 멘트를 했던 기억도 난단다.

그러나 이들은 늘 뭔가 부족했다. 베이스기타 연주자가 없어 공연 때마다 세션을 찾아야했던 것이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지난해 9월 수려란(36)씨를 만났다.

“서울에 있는 클럽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이 우리 밴드의 베이스가 공석인 걸 알고 ‘란’을 소개해줬어요. 첫 미팅하자마자 결혼해, 팀이 뭉친 후 첫 공연인 12월 공연을 앞두고 합주를 몇 번밖에 안 했는데 잘 하더라고요”

선배들의 칭찬에 수려란씨는 예전 밴드와 스타일이 비슷해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무거운 음악을 좋아하는데, 오빠들을 제대로 만났다”고 덧붙였다. 가녀린 외모의 ‘란’은 열다섯 살 때부터 베이스기타를 배웠다.

수려란씨의 합류로 PNS에 안정감이 생겼다. 강한 음악을 추구하는 멤버들이 성격도 강하다보니, 세션으로 함께한 베이스기타 연주자와 불화로 멤버가 자주 교체돼 팀이 불안했다. 수려란씨가 팀에 결합하고부터는 음악적으로나 팀의 분위기나 모두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남자 음악을 추구한다’는 이들보다 수려란씨가 ‘가장 남자다운 사운드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남자다운’ 음악이 뭘까?

“바위가 절벽에서 툭 떨어지는 묵직한 사운드라고나 할까요? 대중적인 록 음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팀의 색깔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곡도 우리 팀의 성격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려요. 남의 것을 따라 하지 않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프로이자 인디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EP앨범(수록곡이 싱글앨범보다는 많고 정규앨범보다는 적은 앨범)을 준비했다. 그런데 베이스기타 연주자가 갑자기 그만둬 작업을 중단했다. 몇 곡을 추가해 정규앨범으로 가기로 했다.

“빨리 하면 두세 달 만에도 앨범이 나올 수 있지만, 공들이고 싶습니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내자는 생각으로 공연이나 다른 일정도 조절하고 있어요”

‘음악을 재밌고 굵게 하자’고 말하는 이들에게 대중성의 유혹을 물으니, ‘팬을 늘리려고 음악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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