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4.13 총선이 끝났다. 시끄러웠던 동네가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잠시 잠깐 지역에 들렸던 후보자들은 이제 의원이 돼 자신들의 활동무대로 복귀할 때다. 현장은 고요해졌는데, 언론은 아직도 선거 여파로 호들갑이다. 마치 선거 결과가 어떤 정치적 이변인양 시끄럽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론, 새로운 3당 체제의 희망론 등, 총선에 대한 평가는 있지만 모두 비슷하다. 정치평론가들부터 동네 어르신들까지 유사한 내용들이 평가의 전부다.

후보자 공천에서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이슈가 있었다. 당내에서 고조됐던 공천 갈등은 대중의 정치적 혐오감을 증폭했고, 여야 간 별반 다름없는 선거공약들은 그 어떤 정책적 논쟁도 가져오지 못했다. 선거기간에 여당은 그저 “죄송합니다”로 표를 구걸했고, 야당은 “바꿔야합니다”로 지지를 호소했다.

무엇을 잘못했고, 왜 바꿔야하고,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후보자들의 입에서도 선거를 보도하는 언론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행보를 보인다. 바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판을 짜야할지, 정계와 언론계가 고민 중이다. 필자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의 선거는 유권자인 국민이 빠진 상황에서 진행된다. 주류 언론 몇몇이 전달하는 선거 테마들이 마치 전체 사회의 중심 내용들로 정치적 공론장의 흐름을 주도해버린다. 한마디로 깊이 있고 다양한 정치적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다. 티브이(TV) 방송이나 신문 지면에서 보도되는 선거 이슈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내용과 형식을 보이고, 서로 다른 논의나 논쟁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정당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언론매체 수 십 개가 일률적으로 전달하는 선거 보도이며, 정당과 언론사의 이해관계를 엿볼 수 있는, 다분히 의도적인 보도들이 주를 이룬다.

선거 보도의 한계 또는 이들의 유착관계, 아니면 맹랑한 언론으로 표현할 수 있는 주류 언론의 모습들은 선거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투표함이 개봉되기 전까지 수많은 언론사가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외부 리서치 회사에 의뢰해 선거 결과를 점쳤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유권자의 심리를 조장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거 여론조사는 실제 결과와 판이하게 다른 수치들도 드러냈다. 잘못된 수치를 가지고 선거를 예측했던 자신들의 보도 행태가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민심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정계와 언론계의 무능함이 밝혀졌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여론조사기관의 잘못으로, 또는 여론조사 방법상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 선거부터는 여론조사기관이 국민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해야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공론화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필자가 지적하는 주류 언론의 무능함이란, 이들의 생태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출입처에서 전달받은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하고, 타 방송사와 경쟁 신문사의 뉴스를 자사의 뉴스로 생산하는 구조, 심지어 인터넷에 떠다니는 가십거리를 근거로 현장이 아닌 모니터 앞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저널리스트(?)의 활약을 말한다. 시청자나 구독자인 국민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부재는 결코 민심을 읽지 못하는 언론사의 독단과 역할의 한계를 가져온다. 이는 언론사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이 부재하기에 선거철에 더더욱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다.

지역신문은 어떠한가? 이번 선거에서 지역민의 목소리에 어떻게 귀 기울였고, 정치인들에게 지역민의 요구를 어떻게 전달했는가? 혹시 주류 언론이 하고 있는 동일한 성격의 저널리즘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언론의 역할은 다양할 것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공간의 현상을 독자(지역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있지만, 독자들의 삶과 이들의 요구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공간에 전하는 역할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을 ‘매체’ 또는 ‘매개자’라 부른다. 어떤 작용을 상호 간에 전달하는 일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일방적 또는 수직적 관계의 언론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무능함도, 자신의 잘못도 자신들이 전달ㆍ설정하는 내용과 틀 안에서 대중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메커니즘은 선거기간과 선거가 끝난 지금 유난히 돋보인다. 선거 이후 다양한 평가의 부재가 아쉽고, 여전히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계와 언론계의 생태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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