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정책+깨끗한 공천’에도, 낮은 정당지지율 극복 못해

 


전국 광역시ㆍ도당 차원에서 유일하게 후보단일화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의 이번 총선 성적표는 대조를 보였다.

 

더민주 인천시당은 7명을 당선시켜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인천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었다. 더민주 후보가 당선된 선거구는 계양<갑>ㆍ<을>, 남동<갑>ㆍ<을>, 부평<을>, 서구<을>, 연수<갑>이다. 야권 지지세가 강하고, 후보 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점한 계양<을>과 부평<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위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 선거구는 연수<갑>이다. 더민주 박찬대 당선자는 2위 새누리당 후보를 0.3%포인트(214표) 차로 이겼다. 계양<갑> 유동수 당선자는 2위 새누리당 후보를 6.6%포인트(4862표) 차로 이겼다. 다섯 번 도전 만에 국회에 입성하는 서구<을> 신동근 당선자의 2위와 득표율 차는 7.9%(7932표)다.

인천에서 정의당의 정당득표율(비례대표 국회의원)이 7.49%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당의 후보단일화는 더민주 후보에게 큰 힘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의당 후보들은 두 당의 후보단일화에도 불구, 모두 낙선했다. 정의당 김성진(남구을) 후보 19.07%(1만 7758표), 조택상(중구ㆍ동구ㆍ강화군ㆍ옹진군) 후보 22.62%(2만 9455표)로 모두 3위에 머물렀다.

언론, ‘정의당의 우수한 정책과 깨끗한 공천’ 외면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두 자릿수 의석을 목표로 했지만, 6석(지역구 2석+비례대표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들이 소수 정당인 정의당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가 크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공중파 방송과 조선ㆍ중앙ㆍ동아로 대표되는 보수ㆍ기성 언론들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1당의 분열과 여당의 계파 공천 갈등으로 정책 대결이 실종된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도해, 무상의료ㆍ무상급식ㆍ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진보적 의제를 한국 사회에 던진 진보정당이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195쪽의 공약집을 발표할 때, 정의당은 1076쪽의 방대한 공약집을 발표했다.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실시한 20대 총선 공약 검증에서 정의당이 4개 정당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으며 호평을 받았지만, 이를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다.

정의당은 공천 잡음도 없었다. 당원들이 직접투표에 참여해 공직후보자를 선출했다. 부정 경선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장투표 운영을 위임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거대 정당들이 공천에서 보인 추태와 해프닝, 잡음을 감안하면 정의당의 공천은 깨끗했다.
 

▲ 20대 총선과 관련, 인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두 당의 야권단일화를 이뤘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험지 출마, 낮은 정당지지율 극복 못해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될 정도로 유권자들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8년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러한 민심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민주는 인천에서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로 12년 만에 여소야대를 창출했음에도, 단일후보로 출마한 정의당의 김성진ㆍ조택상 후보는 이런 민심을 왜 끌어안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정의당의 낮은 정당지지율이 두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인천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7.49%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후보까지 출마하면서 야권의 지지를 결집하지 못했다.

김성진 후보가 출마한 남구<을>은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여당 텃밭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최근 몇 차례 총선에서 야당 후보들은 맥없이 패했다. 언론 노출도와 정당지지율이 낮은 정의당의 후보가 감당하기 힘든 선거구였던 셈이다.

여기다 김 후보는 계양<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인천지역 시민사회 등의 종용으로 선거기간 개시 일을 코앞에 두고 남구<을>로 출마, 인지도와 조직력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2위에 그쳤지만,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는 탈당 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으로 지역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조택상 후보는 의미 있는 선전을 했다. 조 후보가 출마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여권 지지세가 매우 강한 선거구다. 북한과 접경지역이 있는 데다 실향민과 노인이 많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자가 11명이나 몰렸다.

조 후보는 자신이 구청장으로 4년간 활동한 동구에서 34.35%(1만 1997표)로 1등을 했고, 중구에선 26.22%(1만 2639표)로 2등을 기록했다. 특히 중구 영종동ㆍ운서동 등에선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와 무소속 안상수 당선자를 이기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강화군과 옹진군에선 각각 10.90%와 8.26%를 얻는 데 그쳤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들 섬 지역을 어떻게 공략 하냐와 진보정당 가능성을 보인 중구, 동구에서 튼튼한 진보벨트를 구축하는 문제는 조 후보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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