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표 합치면 새누리 당선 표보다 많아

정의당 인천 정당득표율 7.5%…초접전 단일후보 살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광역시ㆍ도당 차원에서 유일하게 지난달 22일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인천 전체 선거구 13개 중 11개에 더민주 후보, 나머지 2개에 정의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개표 결과, 더민주와 정의당의 단일후보는 계양<갑>ㆍ<을>, 남동<갑>ㆍ<을>, 부평<을>, 서구<을>, 연수<갑> 등 7곳에서 당선됐다.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 분열로 국민의당이 창당하면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두 당만의 후보단일화로도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개표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7곳 중 3곳에선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연수<갑>에서 더민주 박찬대 후보(3만 47표, 40.6%)가 2위 새누리당 후보를 0.3%포인트(214표) 차로 간신히 이겼고, 계양<갑>에선 더민주 유동수 후보(3만 1080표, 43.5%)가 2위 새누리당 후보를 6.8%포인트(4862표) 차로, 서구<을>에선 더민주 신동근 후보(4만 5841표, 45.8%)가 2위 새누리당 후보를 7.9%포인트(7932표) 차로 이겼다.

인천에서 정의당의 정당득표율(비례대표)은 7.49%다. 연수구에선 7.96%이고, 서구는 7.05%, 계양구는 7.11%다. 6~7%포인트 차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곳에서 정의당과 후보단일화가 더민주 후보 당선에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더민주 인천시당 핵심 관계자가 “더민주가 정의당에 큰 빚을 졌다. 인천에서 더민주가 약진할 수 있었던 힘은 정의당과 연대였다. 정의당 지지표까지 결집하고, 수도권에 바람이 불어 인천에서 더민주가 약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데서도 드러난다.

반면에 아쉬운 대목도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인천의 야권연대는 야 3당(더민주ㆍ국민의당ㆍ정의당) 인천시당 간 논의로 출발했다. 하지만 합의가 원활하지 않았고, 시민사회단체가 중재해 이끌어내는 형태로 진행됐다. 결국 야 3당의 후보단일화는 불발됐고, 더민주와 정의당만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남구<을>에서는 ‘야권연대를 위해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가 이를 번복하고 후보등록을 하면서 단일후보는 물거품이 됐다. 특히, 후보 등록 이후 연수<을>에서 더민주 윤종기 후보가 국민의당 한광원 후보가 요구한 ‘당명 없는 여론조사 경선 후보단일화’를 수용하면서 막판 야 3당 후보단일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경선에서 진 한 후보 쪽이 ‘더민주 쪽에서 경선 규칙을 어겼다’며 단일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개표 결과로 드러난 것이긴 하지만, 야 3당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 야권은 인천에서 7석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 결과를 두고 하는 얘기지만 야3당이 단일화를 했을 경우 야권은 인천에서 7석 이상의 성과를 누렸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새누리당과 무소속 여권 후보는 야3당 분열로 그나마 인천에서 6석을 지킬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당은 단일화 실패로 수도권 교두보인 인천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사진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 안철수 대표와 인천지역 출마자들의 유세 모습이다.

새누리당 당선 지역, 야 3당 표가 더 많아

새누리당 후보와 친여 성향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6곳 중 남구<을>을 제외하면, 더민주ㆍ 정의당 단일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얻은 표를 합한 것이 당선자가 얻은 표보다 더 많다. 심지어 서구<갑>과 연수<을>의 경우 당선자와 2위(=단일후보)의 득표율 차는 6~7%포인트에 불과했다.

연수<을>의 경우 새누리당 민경욱 후보는 3만 2963표(44.4%)를 얻어 더민주 윤종기 후보(2만 7540표, 37.1%)를 5423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후보단일화 경선 결과에 불복한 국민의당 한광원 후보는 1만 3810표(18.6%)를 얻었다.

서구<갑>에선 새누리당 이학재 후보가 5만 2595표(44.5%)를 얻어, 4만 5233표(38.2%)를 얻은 더민주 김교흥 후보를 7362표(6.3%포인트) 차로 이기고 당선됐다. 국민의당 유길종 후보는 1만 7591표(14.9%)를 얻었다.

남구<갑>에선 새누리당 홍일표 후보가 3만 7283표(44.8%)를 얻어, 더민주 허종식 후보(2만 9523표, 35.5%)를 7760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당 김충래 후보는 1만 6352표(19.7%)를 얻었다.

후보 등록 전 여권 분열로 야권의 기대를 모았던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에선 무소속 안상수 후보가 4만 1504표(31.9%)를 얻어 당선됐다.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는 3만 9842표(30.6%)를 얻었고, 정의당(더민주와 단일후보) 조택상 후보는 2만 9455표(22.6%), 국민의당 김회창 후보는 1만 9405표(14.9%)를 기록했다. 조 후보와 김 후보의 표를 합하면, 4만 8860표(37.5%)다.

무소속 윤상현 후보가 4만 4784표(48.1%)를 얻어 당선된 남구<을>의 경우, 야권 표(국민의당 2만 657표+정의당 1만 7758=3만 8415)를 합해도 윤 후보를 이기진 못했지만, 윤 후보의 새누리당 탈당으로 여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야 3당의 후보단일화가 일찌감치 실현됐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야 3당 후보단일화 실패로 가장 피해가 큰 정당은 국민의당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은 국민의당의 수도권 교두보로, 국민의당이 인천에서 당선자를 배출할 경우 ‘호남당’이라는 한계와 비판을 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후보는 부평<갑> 문병호 의원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26표 차로 석패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는 4만 2271표(34.21%)를 얻었고, 문 후보는 4만 2245표(34.19%)를 얻었다. 더민주 이성만 후보는 3만 2989표(26.7%)를 얻었다.

지난달 야 3당이 야권연대를 논의할 때 국민의당 인천시당(위원장 문병호)은 처음엔 부평<갑>ㆍ연수<을>ㆍ서구<을>을 자당 후보 단수공천 지역으로 요구했다. 더민주와 정의당, 후보단일화 중재에 나선 시민사회에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야 3당 후보단일화는 무산됐고, 국민의당은 인천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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