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 후 중국어선 조업 더 늘어
인천해경대책위, “해양경찰청 부활해야”

▲ 지난해 9월 정부의 해양경비안전본부 이전 소식이 전해진 뒤,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해경본부 이전 반대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인천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ㆍ새정치민주연합ㆍ정의당, 인천상공회의소, 자유총연맹ㆍ새마을회ㆍ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인천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총출동했다.(자료사진)
해경 이전 ‘위법성 논란’보다 뜨거운 ‘인천의 자존심’

인천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 책임론이 4.13 총선을 일주일 남겨두고 인천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인천지역 보수와 진보진영 국민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37개가 구성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인천해경대책위)’는 ‘해경본부 인천 존치’ 대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입장을 공개했다.

인천해경대책위는 지난 1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 5개 정당 인천시당과 안상수, 안생준, 윤상현, 조진형 등 무소속 후보 4명에게 질의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에 대한 입장’을 6일 공개했다.

인천해경대책위가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질의한 내용은 해경본부 이전에 대한 찬반 입장과 이전의 국회법 위반 논란, 이전비용 예비비 사용의 정부재정법 위반 논란, 상급기관인 국민안전처 이전의 위헌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등 야4당과 무소속 후보자 대부분은 해경본부 이전 반대와 인천 존치에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해경본부 이전은 국회법 위반이자 정부재정법 위반이며, 위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1월 인천 존치를 위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침묵을 지켰고, 해경본부 이전 책임론이 부각하며 시민단체로부터 낙선 대상자로 지목된 윤상현(남구을) 후보 또한 침묵했다.

해경본부 인천 존치에 대한 입장이 이번 총선에서 다른 선거구에 비해 더 쟁점이 되는 선거구는 해경본부가 있는 연수<을>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신음하는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인천유권자위원회’가 해경본부 이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낙선 대상자로 지목한 황우여 후보와 윤상현 후보의 선거구 서구<을>과 남구<을>이다.

지난해 9월 해경본부 이전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지역 보수진영과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시민사회단체 37개는 9월 30일 인천해경대책위를 구성하고 해경본부 이전 반대운동을 벌였다. 인천시 또한 여야민정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인천해경대책위는 ▲10월 2일 윤상현(남구을) 국회의원 면담 ▲10월 7일 여야민정 범시민총궐기대회 ▲10월 12일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 ▲11월 3일 여야민정 조찬간담회 ▲12월 1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며 해경본부 이전 반대 활동을 지속했다.

지난해 10월 해경본부 이전 논란이 본격화했을 때, 윤상현 후보는 청와대 정무특보였고, 황우여 후보는 사회부총리였다. 하지만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활동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해경본부 이전 문제를 바라보는 인천지역 민심엔 ‘인천의 자존심과 정치적 위상이 걸린 문제’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 인천해경대책위가 나서서 총궐기대회를 하고 법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정부가 이전을 확정한 것에 상실감이 컸다. 해경본부 이전 책임론이 인천 선거판을 달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경본부 이전의 위법ㆍ위헌 논란 쟁점 세 가지

국회법 위반 논란은,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의 근간이 되는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문제 삼고 있다.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이 규정한 이전 대상에 국민안전처는 없을뿐더러, 국민안전처의 전신인 안전행정부는 이전 제외 대상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안전행정부를 행정자치부ㆍ국민안전처ㆍ인사혁신처로 분리했다. 안전행정부는 이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3개 부처를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19대 국회에 여러 개정안이 제출됐다. 그런데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0월 국민안전처와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고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 등은 이를 국회법 위반이라고 했다.

정부재정법 위반 논란은, 지난해 국회가 해경본부 이전비용을 처리하지 않았고, 또 대규모 재난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로 정부 예비비를 이전비용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정부재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위헌 논란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토대로, 내치와 외치를 담당하는 중앙부처에 해당하는 국민안전처를 수도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 또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제정한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은 ‘내치’ 또는 ‘외치’와 관련한 부처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치안과 안전 등, 내치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는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부처 중 이전하지 않은 것은 주로 외교ㆍ안보ㆍ국방ㆍ치안ㆍ안전과 관련한 부처다. 즉, 국민안전처가 국민안전과 해양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 인천지역 보수ㆍ진보진영 국민운동ㆍ시민사회단체 37개가 구성한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올해 1월 19일 국민안전처 세종시 이전에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하자,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20대 총선에서 심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자료사진)
법적ㆍ정치적 대응하겠다던 새누리당 ‘침묵’

이 같은 논리로 인천시와 인천해경대책위, 지역의 일부 국회의원, 인천지방변호사회 등은 시민소송단을 구성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입장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윤상현 후보는 침묵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정부가 지난 1월 19일 국무회의 의결로 예비비를 사용해 해경본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강행하자, ‘법률적ㆍ정치적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예비비 항목에 해경본부가 명시돼있지 않고, 설령 해경본부가 이전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집행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또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논의 중이며, 지역 국회의원이 제출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남아있는 만큼, 법률적ㆍ정치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번 질의엔 침묵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해경본부 이전 책임론이 부각하자, 윤상현 의원은 “9월 말에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이미 그(=해경본부 이전) 결정이 다시 검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더 이상 인천에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지만, 책임론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이 해명은 역설적으로 ‘윤 의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인천유권자위원회는 “윤 의원이 이전을 막고자했다면 이전계획을 시, 여야 국회의원, 시민대책위 등과 공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했다. (윤 의원이) 알고도 방치한 탓에 시와 시민들은 헛물을 켰고, 늑장대응이 돼버렸다”며, 낙선운동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인천해경대책위가 해경본부 존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상현 후보는 침묵했다. 인천해경대책위는 “여야가 ‘안보’와 ‘경제’를 화두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윤상현 후보는 ‘해양경찰 해체’와 ‘해경본부 이전’이 야기할 국가안위, 시민안전 그리고 해양주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새누리당과 윤상현 후보에게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 연평도어촌계는 ‘겨우내 잠잠하던 중국어선이 지난달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NLL(=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 170여척이 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사진 가운데 섬은 북한 갑도이고, 그 앞에 중국어선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NLL은 있어도 영해선은 없고, 한ㆍ중 어업협정에도 맞지 않아 갈등이 첨예해 군사적 출동 가능성도 높다. 해경은 군사적 충돌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경찰청 해체 후 늘어난 중국어선, 해경 부활해야

해경본부 이전 논란 속에도 ‘꽃게 철’이 시작됐고, 어김없이 중국어선이 찾아왔다. 연평도어촌계는 ‘겨우내 잠잠하던 중국어선이 지난달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NLL(=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 170여척이 진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어선은 남쪽 수역에서 밤샘 조업을 하다가 낮에는 NLL 경계에 정박하고, 또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단속하면 북쪽 수역으로 넘어간다.

지난 2014년 11월 정부가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을 해체한 뒤, 중국어선 조업은 더욱 증가했다. 서해 NLL 지역에 출몰한 중국어선 수는 2014년 월 평균 3800여척에서 2015년 월 평균 4900여척(11월 기준, 국민안전처)으로 늘었다. 1년 사이 28%, 한 달 평균 1000척 넘게 증가한 것이다.

중국어선 출몰이 많이 늘었지만, 정부가 단속한 중국어선 수는 감소세다. 서해에서 불법조업으로 적발된 중국어선은 2011년 435척, 2012년 420척, 2013년 413척, 2014년 259척으로 줄었다. 지난해도 6월까지 158척에 그쳤다.

해경이 해체되고, 해경본부마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자, 어민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해경본부가 이전해도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하고, 해상 치안은 중부해양경비본부가 맡을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게 행정자치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달 중부해경본부장의 계급을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격하며, 인천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어촌계와 시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은 “해경본부가 해상 현장을 두고 내륙으로 이전할 경우 현장 상황 파악과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육군이 해군을 지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어선 170여척이 조업하는데, 최근 우도 인근에서 1척을 나포한 게 전부다. 궁극적으로는 해양경찰청을 부활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해경대책위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하는 NLL은 유엔 협약에도 맞지 않고, 한ㆍ중 어업 협정에도 맞지 않고, 영해법에도 없다. 그러다보니 남ㆍ북ㆍ중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난다”며 “해경은 이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는 동시에 우리 수역을 지키는 완충역할을 했다. 꽃게 철이 시작되고 중국어선이 늘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해경 부활로, 국민재산과 안전, 해양주권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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