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ㆍ조택상, 더민주도 꺼린 선거구서 기적 만들까?

4.13 총선을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은 색깔론을 비롯해 ‘야권 심판’을 앞세우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8년의 경제정책 실패 심판을 주창하고 있다. 전체 선거구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서 야권은 후보단일화를 놓고 아직도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다.

더민주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지난달 22일 야권연대를 합의했고, 인천 13개 선거구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 두 당은 “야권의 단결로 총선을 승리해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8년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심판하고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아달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의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한 선거구는 남구<을>과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두 곳이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더민주도 꺼리는 여권 강세 지역이다. 인천지역 일부 진보적 시민사회 원로 등은 “더민주가 정의당과 연대로 실속을 다 챙기면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해온 김성진 후보와 조택상 후보를 험지로 내몰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인사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인천의 가장 험지인 연수나 남구에 출마해야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20~40대 젊은 층들이 즐겨 듣는 팟케스트 방송 '전국구'에 출연한 김성진 후보가 운영자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김성진 후보 페이스북>

결전에 앞서 ‘암초’ 만난 김성진 후보

김성진 후보가 출마한 남구<을>은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여당 텃밭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최근 몇 차례 총선에서 야당 후보들은 맥없이 패했다. 언론 노출과 정당 지지율이 낮은 정의당의 후보가 감당하기 힘든 선거구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3월 초까지만 해도 계양<갑> 선거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천에서 오래 전부터 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 했고, 인천의 진보정치 1세대로 알려진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의 계양<갑> 출마를 결정한 뒤부터다.

그런데 더민주 중앙당이 인천의 야권연대 논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당 후보 공천을 실시해, 야권연대는 사실상 깨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일부 시민사회 원로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김성진 후보에게 ‘취중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 지역구인 남구<을> 출마를 종용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인천에서라도 야권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김 후보에게 ‘양보의 용단’을 요구했다.

결국 김 후보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대로 출발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더민주 예비후보자가 강하게 반발했고, 야권연대를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가 출마했다.

안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다’며 지난 3월 8일 예비후보 사퇴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 원로들의 중재로 만들어진 세 야당의 후보단일화 협의과정에서도 남구<을>은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세 야당의 후보단일화는 불발됐고,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과 무소속 출마’로 선거판이 요동치자, 안 후보는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출마했다.

게다가 안 후보는 지난달 31일 김성진 후보의 ‘야권단일후보’ 표현 사용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김 후보를 상대로 형사고소와 ‘야권단일후보’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법에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1일 이를 인용했다. 김 후보는 즉시 항소하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유권 해석을 번복해 ‘야권단일후보’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고 의결했다.

이로 인해 인천지역 더민주와 정의당의 단일후보들은 선거 현수막ㆍ공보ㆍ명함, 인터넷 배너 광고 등을 다시 제작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취중 막말 파문’과 무소속 출마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윤상현 의원과 겨뤄보기도 전에 진을 빼고 있는 셈이다.

▲ 인천의 중원으로 불리는 남구에서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 단일후보로 출마한 허종식(남구갑), 김성진(남구을)후보.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팟케스트와 SNS에서 지원군 얻어

더민주의 지원도 미미하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홍영표 더민주 인천시당 위원장이 김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홍 위원장은 “남구<을>에서 야권이 이기면 인천 전체에서 다 이길 수 있다”며 “제 유세를 포기하고라도 김 후보를 돕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구<을>의 더민주 당원들이나 기층조직은 아직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 김 후보의 지원군은 예상 이외의 곳에서 밀려들고 있다. 진보적 팟캐스트 방송이 우군으로 나서고 있다. 현 정권 실세로 통한 윤상현 후보와 대결하는 김 후보에게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장윤선의 팟짱’을 시작으로 ‘새가 날아든다’에 이어 ‘정봉주의 전국구’가 녹음을 마쳤다. 또한 ‘노유진의 정치카페’에도 출연한다. 상대적으로 젊고 야권 성향이 강한 애청자들을 보유한 이 팟캐스트 방송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번지면서 김 후보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김 후보 “남구 용현시장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꼭 4번을 찍어야 한다고 전화해,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적 관심 지역임을 실감했다”며 “선거 구도는 어렵지만 팟캐스트와 SNS 등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기적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 단일후보로 출마한 조택상(중동강화옹진)후보를 돕고 있는 300명의 실버유세단과 더민주 지방의원<사진 : 조택상 후보 캠프>

‘인천의 TK’에서 기적 만들 수 있을까?

더민주 예비후보자와 치른 단일화 경선에서 이긴 정의당 조택상 후보도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 후보가 출마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는 여당 텃밭이었다. 북한과 접경지역이 있는 데다 실향민과 노인이가 많은 선거구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자가 11명이나 몰렸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중구동구옹진군 지역위원장을 하던 한광원 전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가, 중구동구옹진군 선거구에 강화군이 붙고 연수<을> 선거구가 신설된 후, 연수<을>로 출마했다. ‘인천의 TK’로 불리는 강화군이 중구동구옹진군 선거구에 편입돼, 여당 세력이 더 강해졌디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박’계 안상수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표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재선 인천시장과 국회의원으로서 상당한 인지도와 조직력을 가지고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배 후보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2015 총선시민네트워크’와 ‘416연대’로부터 낙선 대상자로 지목됐다. 배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의 화물 고박을 담당한 우련통운의 부회장이었다. 우련통운은 인천 내항 개방과 재개발 문제로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가 충돌해, 여권 텃밭인 중구에서도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호재에도 불구, 조택상 후보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인천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해당 선거구엔 노인층이 밀집해있다. 진보정당에 생소한 유권자도 제법 많다. 가뜩이나 불리한 지역에서 국민의당 후보의 출마도 조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민주 당원들과 지지층을 어떻게 결집시켜 내느냐가 유선과제다.

▲ 김성진(남구을) 후보자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인천지역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 단일후보자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300명의 실버유세단 등, 든든한 지원군 확보

반면에 중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조성된 신도시에 젊은 유권자가 제법 살아, 조 후보는 중구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조 후보는 민선5기 동구청장을 지내면서 팬클럽을 형성했다. 실버유세단이 300명이고, 팬클럽 회원이 500명을 넘는다. 조 후보 선거캠프는 “이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지지층 결집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의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야권의 분열로 국민이 회초리를 들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며 “정의당은 최소한 인천만큼은 야권연대를 성사해 경제를 파탄 낸 현 정권에 회초리를 들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더민주와 정의당의 단일후보들 중 정의당 후보들은 야권의 험지에 출마했다”며 “정권 실세를 자처한 윤상현 후보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있는 배준영 후보를 정의당 후보가 심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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