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락기 강화고려역사재단 연구위원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 70년을 맞이했다. 1946년 4월 1일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부족한 전시공간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 더 많은 시민이 찾는 곳으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자유공원 언저리에서 시작한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깊어졌다. 한국이민사박물관ㆍ검단선사박물관ㆍ송암미술관 등의 분관도 생겨 본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를 특화해 시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개관 70주년 기념일이 더 많은 시민에게 인천이 품어온 역사와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인천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펼쳐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정부와 시립박물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산업’이다. 인천은 누가 뭐래도 산업의 도시다.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땅에 근대 산업시설을 설치한 다른 도시와는 맥락이 다른 산업 도시다.

5ㆍ6공단으로 불리는 주안국가산업단지와 남동공단으로 일컫는 남동국가산업단지는 그 전에 염전이 있었던 곳이다. 1906년 대한제국 정부에서 천일염 생산을 위한 최적지를 조사해 이듬해 주안에 염업시험장을 설치한 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염전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남동염전 역시 큰 규모로 이름났다. 시대가 변해 공업입국의 의지를 뒷받침할 토지가 필요하자, 염전은 공단으로 변모했다.

4공단으로 부르는 부평은 또 어떤가. 일제강점기 조병창을 비롯한 군수공장, 부평고등학교 옆에 계획된 자동차공장의 흐름이 이어져 너른 부평벌에 유수의 대공장이 자리 잡았다. 인구가 늘고 주택지가 넓어지며 공장 대신 아파트가 들어선 곳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청천동ㆍ효성동 일대에는 수많은 공장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이 역사를 보며 이야기할 공간이 인천에 하나쯤은 있어야하는 게 아닐까? 수백억원을 들여 거창한 건물을 짓는 것은 오히려 어색할 것 같다. 도시철도2호선이 개통하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주안산업단지의 빈 공장을 찾아서 있는 그대로 꾸미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인천시립산업박물관’을 상상해본다.

‘산업의 도시’라는 말은 곧 ‘노동의 도시’로 연결된다. 산업은 저절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필자 세대는 물론, 그 이전과 이후의 세대도 회사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해왔다.

그이들이 가족을 위해 헌신한 노력과 고난이 인천 땅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인천이란 도시를 인천답게 만들어온 것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기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IMF 때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이들도 다름 아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였다. 그이들의 작업복과 안전화, 안전모, 공장 출입증, 월급봉투, 출퇴근카드 따위가 모두 이야기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 모든 게 전산화ㆍ기계화돼 간다. 이미 사라져 찾을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빨리 시작해야한다. 인천의 산업과 그 속에서 일한 사람들의 ‘노동’이 이야기로 펼쳐져 부모와 자식이, 할아버지와 손자ㆍ손녀가 함께 서는 공간으로서 ‘인천시립산업박물관’을 다시 한 번 상상해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