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지키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노동조합을 지키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6.03.30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희경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장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22일 ‘2대 노동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지침이다. 근로기준법에는 무분별한 해고를 막기 위해 해고 제한 조항을 뒀다. 그러나 이 행정지침에는 ‘업무능력 결여와 근무성적 부진(저성과자)’을 통상해고 사유로 규정해, 사용자가 주관적 기준에 따라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또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필요성과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노동자 동의 없이도 그 효력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김희경(50)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장은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침을 민간 기업에서 적극 수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과급제가 저성과자 해고와 연동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대하기 위해 6월께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당선된 김 본부장은 3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를 지난 22일 인천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동료 간 차별하는 성과급제 폐지
공직사회 파괴하는 퇴출제 저지

▲ 김희경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장.
공무원노조는 위원장과 지역본부장, 지부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 지난해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느라, 위원장 선거를 11월에 치렀다. 전국 동시선거의 핵심 공약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말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근무성적을 평가해 SㆍAㆍBㆍC등급으로 나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4급까지 성과연봉제를 적용했는데, 2016년부턴 이를 5급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공무원 보수체계는 호봉제라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오르면 임금도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성과중심의 보수체계로 바뀌면 성과연봉제가 전면화되고 낮은 평가를 받은 공무원은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다종다양한 행정업무는 수치로 계량화할 수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도 없어 성과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행정업무는 작은 민원 처리를 위해서도 동료와 협조가 필요한데 성과주의는 경쟁으로 내 동료를 저성과자로 만들게 하는 구조라,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반발이 심할 것을 예상해 올해는 C등급은 안 줘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의 일부 단체장은 올해부터 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노조 간부들이 C등급 받을 확률이 높다. C등급을 두 번 받으면 퇴출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한 민주노총 소속 공무원노조ㆍ공공운수노조ㆍ보건의료노조ㆍ전교조는 올해 초 ‘공공성 파괴하는 성과ㆍ퇴출제 저지하는 민주노총 공공부문 대책회의’를 구성했다. 4개 단위 노조는 6월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성과급제도는 1980년대 민간 부문에서 먼저 시작해 1995년 공무원에게 적용됐다. 공무원노조는 성과상여금 반납 투쟁을 하기도 했으며, 부서별로 성과상여금을 모아 균등 분배했다. 이에 정부는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일부 개정해 ‘성과급 재분배를 성과급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규정’해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무원노조는 이 법률 조항이 ‘개인별 성과상여금 지급 후 개별 동의를 얻어 공무원들이 스스로 반납한 다음 균등 재분배하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출연ㆍ재분배하는 처분행위이기에 정부가 강제로 통제한다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 위헌이라고 판단, 지난 23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노조를 지키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창립 14주년 기념식이 지난 23일 서울 본조 사무실에서 열렸다. 기념식에서 김희경 인천지역본부장이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김 본부장은 졸업 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2001년 옹진군에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부평구보건소로 발령을 받고 지금까지 부평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평구로 온 지 3개월밖에 안 됐을 때 보건소 (노조) 대의원을 제안 받았다. 말 그대로 대의원은 대의(代議)해야 하는 사람인데 조합원들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격이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노조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노조가 있어 해택을 받는 것도 많고 누군가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의무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의원을 했다”

대의원을 맡고 난 이듬해 공무원노조는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였고, 파업에 참가한 김 본부장은 해직됐다. 해고자 신분으로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 인권복지부장을 맡아 노조 간부로서 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06년과 2008년에는 부평구지부 부지부장으로, 2010년과 2012년에는 부평구지부 5~6대 지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인천본부장을 결의했다.

노조 활동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김 본부장은 “공무원 생활만 했다면 동료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뿌듯하다”며 “2004년 11월 15일 총파업 이후 해고된 상태에서 12월 제 생일을 조합원들이 챙겨줬을 때, 고맙고 감동이었다”고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당찬 성격의 김 본부장도 조합원들이 무관심할 땐 힘들다고, 속내를 보이기도 했다.

“이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을 제대로 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각을 넓혀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게 연결됐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인식했다면 행동으로 잘못된 것을 바꿔야한다. 그러나 정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별개로 생각해 무관심한 게 아쉽다”

여성들이 활동력 높으면 앞서가는 사회

▲ 지난 2월 27일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5000여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 투쟁대회’를 진행한 후 서울시청 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4년 총파업 이후 해직됐다가 정직 3개월로 구제됐고, 2010년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다시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4.24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연차휴가를 내고 승인을 받아 집회에 참가했는데도 인천시 인사위원회에서는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서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을 모두 징계하라고 공문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연가를 냈기에 징계 사유가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인천시는 징계를 강행했다”

지난해 10월 인천시 인사위원회에서는 노조 간부들과 연가를 내준 사무관들을 징계했지만, 지난 3월 8일 인천시 소청심사위원회에서는 모든 징계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 본부장은 “각 구에서도 징계 사유가 안 돼 내부 종결 처리한 것을 행자부가 무리하게 요구했다. 교부금을 안 준다느니, 표창 등에서 제외한다는 등, 유치하게 협박해서 징계를 다시 올리라고 했다. 행정 원칙에도 어긋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이번 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은 당연하다”라며 지방정부의 자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자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인천시 산하 구ㆍ군 10개 중 여성 단체장은 부평구가 유일하다. 전국공무원노조 산하 지역본부 16개의 본부장들 중 여성 본부장은 3명이다. 여성공무원들이 과반이지만 아직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다.

“여성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회가 좀 더 앞서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여성 구청장을 뽑은 구민은 앞서가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여성이 노조활동을 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부평구지부는 여성 활동가들이 꾸준히 있었고, 중요한 의결단위에 포진해있어 성희롱 사건 등을 원칙적으로 대응했다. 여성들의 발언권을 보장했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른 데보다 사고의식이 앞섰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활동가들에게는 가정생활 등 제약이 많아 노조 활동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한 가지를 물으니, 인천의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어떤 구청장은 공무원 수가 많아 50%를 줄여야한다고 했다는데, 말이 안 된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 대비 통계를 보면, 인천의 자치구가 전국에서 1ㆍ2위를 차지한다. 인구수는 많지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수가 적다는 거다. 단순 비교하면 서울의 인구 30여만명의 어떤 자치구는 공무원 수가 1300여명이다. 그러나 인천에는 인구 50만이 넘는 구가 3곳이나 되지만, 공무원이 1000명이 안 되거나 겨우 넘긴 정도다. 인천은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주민 수 대비 공무원이 가장 적은 곳은 인천 서구이고, 2위는 남동구다. 부평구는 4위다. 공무원 수가 적으면 주민에게 가는 서비스가 줄어든다. 인천이 차별받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쉽지 않는 싸움이지만,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