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20대 총선 공천전쟁이 끝났다. 저격수, 자객, 논개작전, 쓰라린 보복, 백의종군, 학살 등 역사 드라마나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이 떠 다녔다. 친박과 비박으로도 모자라 진박, 가박, 진진박 등 자기들끼리 구분 짓기를 하더니 급기야는 ‘오탈자(오늘 탈당하는 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탈당과 당적 변경 등이 벌어졌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정치로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쳤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더니, 결국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총선이 정책 선거가 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사실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시민들과 함께 요구했던 세월호 특별법도, 누리과정 예산 파행으로 인한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책임지라는 국민들의 요구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요구도,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국민감시법도, 모두 묵살해버린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책은 없고 공천만 무성한 이런 선거판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내고자 ‘시민이 만든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똑바로 하라는 경고이기도 하고,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하고, 제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해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인천에서도 정치권이 공천폭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정책 제안이라는 작은 물길을 만들어 오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돌봄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종합포럼 및 정책협약식’이 열렸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의 위기를 누구나 말하지만, 막상 돌봄을 행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없기에, 이번 총선에서 공공성 강화를 분명히 할 것을 정치권에 제안하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돌봄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안한 정책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누리과정 예산 파행 해결과 지방교육재정 확대를 위한 정당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학부모, 보육교사, 교육재정 관련 시민단체 등이 각 정당의 입장을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도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천 갈등으로 인한 내홍 때문인지, 표가 안 된다고 여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집권여당이라면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소임을 다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말을 듣겠습니다’라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정신건강을 위해 정치에 관심을 끄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게 그들의 계략인지도 모른다.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수록 자기들 맘대로 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라의 상태가 악화될수록 내 삶도 더 나빠지니, 나를 위해 나랏일에 관심을 갖고 자꾸 요구하는 수밖에. 그나마 선거 때는 국민들 말을 들을 때이니, 지금이 바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때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당선되고 나서는 ‘나 몰라라’ 하는 정치를 약속을 지키는 정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억하고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나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투표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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