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수많은 섬을 포함하고 있는 바다도시이지만 그동안 주로 뭍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 보니 이를 제대로 인식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바닷가나 갯벌은 매립해 뭍의 면적을 넓힐 대상이었고, 그나마 냉전의 시대를 거치며 철책으로 막혀 있다. 또한 섬은 복잡하고 바쁜 삶에 지친 도시민들이 주말에 찾아 잠시 쉬고 올 휴양지 정도로 떠올릴 뿐이었다.

이러한 뭍사람들의 사고는 인간 삶의 만족과 편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려는 지배이념의 영향 속에 있었다. 이를 통해 뭍사람들은 도시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지만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은 물론 자연의 자기복원력을 고려하지 못하는 무절제한 탐욕과 자기논리로 자연을 지속적으로 파괴해왔으며, 이는 급기야 인간 자신의 삶과 그 지속성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 각종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지구온난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기상 이변 등이 그 예다.

이렇듯 자신의 삶의 환경을 망가뜨려오며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뭍사람들은 자성할 줄 모르고, 그 안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뭍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 돼있는 바다와 섬으로까지 이러한 문제를 확장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시에서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보니 섬을 찾는 ‘도시인’들이 늘어나고, 나만의 오감을 충족시키고 싶은 이들의 욕망은 자연마저도 독점하려 든다. 그러다보니 경치 좋고 전망 좋은 곳에는 이들을 상대로 하는 콘도나 펜션, 카페, 음식점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러한 뭍사람들에게 섬이 제대로 보일 리 만무하다. 뭍에서의 인간의 삶과 역사가 그렇게 자기 파괴적으로 만들어지는 사이에 섬사람들은 다행이도 여기에서 한 발 비켜선 채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삶의 지속을 위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를 터득해왔으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사고와 문화, 생활방식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도 자연은 자신들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보니 뭍사람들처럼 분리나 대상화하지 않고, 그 질서와 이치를 존중하고 이에 순응해가며 자생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섬의 안정성을 깨뜨리고 위기를 불러온 것은 뭍이었다. 늘어나는 인구와 멈출 줄 모르는 욕심은 어족자원을 남획했고, 뭍으로부터 밀려오는 각종 쓰레기로 인한 오염은 결국 이를 고갈시켰다. 이제 섬과 바다를 유일한 생계의 수단으로 삼아 살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뭍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뭍과 연결하는 다리를 놓고 길을 넓혀 ‘도시인’들의 자유로운 드나듦이 가능하고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게 모든 것을 내어 놓는 ‘육지화’는 섬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바닷가나 해수욕장의 모래를 퍼가도 단 돈 얼마에 눈을 감아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뭍의 위정자들이 새삼스레(?) 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천 가치 재창조’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내세워 ‘명품 섬 조성’ 또는 ‘테마 섬 조성’ 운운하며 각종 개발과 관광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말은 섬의 ‘가치’를 재조명한다고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섬이 지닌 제대로 된 가치나 오늘날 섬이 지닌 의미와 역할을 섬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접근은 위에서 지적한 뭍의 사고와 욕망의 확장이요, 재생산이다. 그마나 남아 있는 것까지 뭍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의 수단이자 희생물로 삼으려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렇게 된다면 섬의 황폐화는 시간문제다.

따라서 바람직한 섬 정책은 이러한 뭍 중심의 발상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뭍사람들이 저지른 그간의 잘못된 행태부터 성찰하고 새로운 전환을 이루려는 노력을 전제해야한다. 그러한 연후에 섬의 자연생태를 비롯한 인문 환경과 섬 주민들의 삶의 조건을 건강하게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충실하는 것만이 섬은 물론 뭍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