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 “신속한 검찰수사” 공세
홍일표 쪽, “홍 의원과 무관한 일”

잇단 파문에 새누리당 아성 인천 남구 ‘흔들’

인천 남구는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이다. 그만큼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났던 곳이다. 하지만 남구<을>에서는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이 막말 파문으로 컷오프 됐고, 남구<갑>에서는 홍일표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새누리당 아성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홍일표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검찰수사 의뢰로 확대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인천시당은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홍일표 의원은 인천 비박계 중진으로 후보 경선에서 윤상현 의원의 지원을 받은 이중효 예비후보를 꺾고 지난 15일 공천을 받았다.

홍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득표율 51.76%로 당선됐고, 18대 총선 때는 이보다 더 높은 53.59%로 당선됐다. 남구가 여당 강세지역인 데다 야권이 지리멸렬해, 차명계좌 의혹이 지난 2월 제기됐음에도, 그는 공천을 확정지으며 3선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석바위 옛 인천지방법원 자리에 인천가정법원 유치를 주도했고, 상급 법원 유치활동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인천에 존치시키기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인천시선관위는 17일 홍 의원의 전 회계책임자 B씨 등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홍 의원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인천시선관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홍 의원의 전 회계책임자 B씨는 2010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약 6년간 홍 의원의 정치자금 수입ㆍ지출용 계좌에서 차명계좌에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자신과 5명에게 월 평균 300여만원씩 총2억 1000여만원을 부정 지출했다.

B씨는 ‘정치자금 수입ㆍ지출부’에는 이 자금을 급여 명목으로 지출한 것으로 회계 처리한 뒤, 선관위에는 허위로 보고했다. 그리고 지급된 금액을 되돌려 받았다. 인천시선관위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에 해당한다고 했다.

인천시선관위는 B씨 등이 되돌려 받은 금액 중 일부(=4000여만원)를 선관위에 신고 되지 않은 개인계좌를 이용해 홍 의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경비 또는 사적 경비로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 쪽, “선관위가 혐의를 밝히지 못한 것”

이에 대해 홍 의원 쪽은 “이번 사건은 당시 근무하던 전 사무국장과 회계책임자의 허위 회계 보고로 밝혀졌다”며 “홍 의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예금계좌 외 정치자금을 홍 의원이 사용한 적도 전혀 없다”고 했다.

또한 “선관위의 검찰수사 요청은 (홍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밝혀져 이뤄진 것이 아니라, 선관위가 혐의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검찰에 그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마치 위반 사실이 있어 검찰수사를 받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진실을 오해하게 만드는 잘못이다”라고 했다.

홍 의원 쪽은 또, 선관위가 발표한 ‘전 회계책임자 B씨는 되돌려 받은 금액 가운데 4000여만원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개인계좌 등으로 A(=홍일표) 의원의 정치활동 경비와 사적 경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에 대해서는, “그 비용은 당시 사무국장과 회계책임자 등 직원의 식비와 정책개발비로 사용됐다. 의원의 정치활동 경비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민주당, “검찰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야”

인천시선관위의 검찰 고발과 수사 요청으로 홍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지자, 더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천이 잘못됐다’며 공세에 나섰다.

더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2월 19일과 2월 23일에 지역 일간지에 ‘여당 A 국회의원의 억대 대포통장(차명계좌) 의혹’ 기사가 보도됐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홍 의원을 공천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즉각 징계하는 것이 공당의 역할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A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해 4월 13일에 있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만전을 다해야할 것”이라며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현재 남구<갑>은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홍일표 의원이 후보 경선에서 이중효 예비후보를 누르고 공천을 받았고, 더민주당에서는 허종식 전 인천시 대변인, 국민의당에선 김충래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홍일표 의원 쪽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관위의 발표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홍 의원과 관련 없다’는 데 주력하면서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이는 홍 의원 쪽이 “전 사무국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또한 해당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인 만큼, 이 사건과 홍 의원을 분리해 선거를 치르고, 선거 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권 악재 터지며 야권단일화 최대변수로

그러나 야당의 공세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더민주당은 이 의혹을 선거운동기간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유권자위원회도 17일 “2억원이 넘는 돈이 부정 지출됐는데 홍일표 의원이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홍 의원 쪽도 일부가 사무실 경비로 불법 사용했다고 언급했듯이 오리발 내밀기는 어렵다”며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남구<갑> 선거구는 안개 속으로 빠졌다.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홍 의원에게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이 분열돼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남구<갑>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후보의 일대 일 구도였지만, 지난 4일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등록하면서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여권 유력 후보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남구<갑>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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