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진덕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

지난 9일 밤 11시에 겨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하 시민협의회) 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김진덕(49) 대표는 8~9일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 민ㆍ관 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에 다녀온 후, 다음날 오전에 경기도 오산으로 강의하러 가야하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인터뷰를 한 주 늦추려했으나 다음 주도 상황은 비슷해, 심야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농부가 많아지면 건강한 사회가 된다

▲ 김진덕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
“1년에 2회 정도 민ㆍ관이 함께하는 워크숍이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려는 사업을 이해하고 민간이 추진하려는 사업의 방향을 서로 공유하자는 취지다”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사)도시농업포럼,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도시농업 단체 관계자와 관련 공무원 200여명이 참가했다. 김 대표는 이 워크숍에서 시민협의회가 올해 해나갈 사업의 방향을 발표했다. 시민협의회가 어떤 단체인지부터 물었다.

“도시농업운동을 펼치는 민간단체 연합이라고 보면 된다. 시민주도형 도시농업, 자원순환의 생태적인 삶, 더불어 사는 국민 농사 공동체를 핵심 가치로 삼고 활동한다. 2012년 3월에 만들어졌다”

도시농업이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며 그 과정에서 얻은 생산물을 활용하는 농업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도시민은 경제적ㆍ사회문화적 이득을 얻고, 도시는 생활과 환경의 개선으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교류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을 하는 도시농부는 ‘공익활동가’라는 것을 강조했다.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개인영역에 머물거나 이기적일 수 있는데 공익적 활동을 실천하는 도시농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익적 활동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환경 파괴 문제나 복지 축소 문제, 고령화 문제나 공동체 파괴로 인한 갈등이 얽혀 있는 병든 사회를 도시농업을 통해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말한다.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이 도시농부이고, 이들을 육성하는 게 우리 단체의 목표다”

도시농업으로 어떻게 이 시대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과연 가능한 일인지 궁금했다. 지난해 농림부에서는 도시농업을 홍보하는 3분짜리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도시농업은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환경 친화적 역할을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접하는 학습 장소이자 놀이터가 되고,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준다. 아울러 생명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얻는다.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 참다운 공동체 실현으로 단절된 도시 공동체를 회복한다. 도시농업은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고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새로운 기회이자 다음 세대의 풍요로운 내일을 약속하는 녹색약속이다’

현재 이 가치에 동의해 시민협의회에 함께 하고 있는 단체는 132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 지난 3월 8~9일 부산에서 열린 ‘민관 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에서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의 올해 사업 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김진덕 대표.<사진제공·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며 새로운 방향과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던 중 도시농업을 만났다. 김 대표는 당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이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이 책은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봉쇄라는 이중고로 고통을 겪었던 쿠바의 아바나 시민들이 도시를 경작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 사실을 담고 있다. 당시 아바나 시민들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으로, 채소를 자급하고 친환경적 에너지와 녹색도시 계획으로 아바나를 탈바꿈했다. 일본인인 요시타 타로가 쓰고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는 안철환씨가 번역한 책이다. 안씨는 시민협의회의 전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 분이 계신 귀농운동본부를 찾아가 도시농부학교에 등록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도시농업이 중요하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인천에도 도시농업 관련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 2007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그때가 멜라닌 파동이나 배추 값 파동으로 국민들이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높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배추가 한 포기에 1만 6000원까지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도시 환경 문제나 삶의 질 문제에 고민이 많던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사짓는데 관심이 많아졌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1회 도시농부학교를 열었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정원이 30명이었는데 70명 정도 참가했다.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은 수강생을 받을 수 없었다. 마감 10일 전에 모집을 그만둬야했다”

김 대표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통해 교육뿐만 아니라, 텃밭 보급사업 등을 활성화했고 생태텃밭 교실 강사 양성 과정을 개설해 경력단절 여성들을 텃밭교육 강사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모범적인 활동이 도시농업을 개척해나가고 성과를 만들어 전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08년 <인천투데이>의 전신인 <부평신문> 기자와 도시농업 사례를 배우러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3주간 쿠바에 머무르면서 그들의 생태적인 농법을 체험하기도 했다.

“일본의 도시농업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시민농원의 형태로 활성화됐다. 또한 식량정책과 맞물리면서 농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에 도시와 농촌이 같이 고민하고 있다. 쿠바에서는 도시 안에서 생태적인 방법으로 작물뿐만 아니라 꿀벌과 가축이 함께 어울려 에너지와 퇴비의 자립과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가능성을 느꼈다”

4월 11일은 도시농업의 날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생태텃밭 강사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지난 1월 4일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올해 첫 발의된 법안으로 국회에 등록됐다. 이 개정안은 도시농업을 확산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매해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지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지난해 도시농업 관련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도시농업의 날’을 선포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 지원이 부족했다.

“오는 3월 15일에 시민협의회 대표인 저와 워크숍을 같이 했던 (사)도시농업포럼 대표가 농림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의 ‘도시농업의 날’ 행사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도시농업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을 시작으로 도시농업을 전국적으로 활성화시킨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다른 시ㆍ도에 비해 예산 지원과 관심이 적은 인천시정부에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서울시와 경기도는 도시농업을 적극 지원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텃밭농사가 가능한 지역을 발굴해 확산시켰다. 또한 ‘서울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2018년까지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은 더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을 도입하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는데도 정책적 관심이 부족해, 아쉽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운동이야말로 민간이 주도해야 가능하지만, 민간만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ㆍ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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