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병신년 들머리에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 발사로 한반도는 생사존망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다. 북의 핵무장은 우리 안보에 위협이고, 국제규범을 어긴 국가를 엄중하게 제재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남한 정부의 조치는 너무나 무모해 위태롭다. 우선,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안에 합의한 후, ‘지속적인 응징이 아니라,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상황이 이렇게 꼬인 과정도 진지하게 복기해야했다.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이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했다면, 당연히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그렇게 했어도 이렇게 됐다면 무능이고 정책의 총체적 실패다. 남북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남북관계가 파탄나기만 기다렸다는 듯 서슬 퍼렇게 끝장을 내겠다고 호언장담만 하는 것은 멋쩍고 쑥스럽다. 그러니 일련의 조치가 일관성이 없고 서로 모순돼 실효성도 없다.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이고, 중국의 역할을 외치면서 정상 간 밀월관계를 자랑하던 한중관계가 한낱 춘몽이 돼버렸다.

‘통일이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법’이라는 대통령의 천명도, 통일이 요원한 상황에선 희망사항이지 정책이 아니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연히 핵무장이나 전면전 불사, 북한 핵무기 폭격 따위의 섬뜩한 주장을 쏟아내자, 호전주의자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들은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가 팍팍한데, 참으로 배부른 자들이다.

덩달아 주류 언론은 전쟁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불행한 건 이들 중 다수가 군 복무도 하지 않았고 기를 쓰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반대한 자들이다. 작전권도 없이 전쟁을 하자고 덤비니 골 빈 자들이다. 오직 국내 정치를 위해 민족의 운명을 건 불장난으로 의심받는 것이다.

이제 제정신을 찾자. 북한이 핵무장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다. 미ㆍ일ㆍ중ㆍ러 4강의 남북 교차승인 추진 과정에서 남쪽은 옛 소련ㆍ중국과 수교를 이뤘지만, 북쪽은 끝내 미국ㆍ일본과 손잡지 못했다. 고립된 북한이 생존 위협에 몰리자 핵 개발을 꺼내든 것이다. 1970년대 후반 미군 철수가 논의되자, 박정희 정부가 핵 개발을 추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북한한테 핵무기는 생존 그 자체다. 생존이 위협받는 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아무리 으르고 압박해도 북한이 굴복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핵ㆍ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제 북한은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거기다 우리는 최강 미국이 함께하고 있다. 지금 실시 중인, 최첨단 살상무기를 동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보라. 만일에 훈련이 실전으로 번진다면 북한은 물론 한반도가 초토화되지 않겠는가.

긴장이 통제 불능상태로 비화하면, 남북 가리지 않고 민족의 공멸이다. 이성을 찾고 좀 정직해지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지 않은가. 강하고 오만한 자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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