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원소윤(초등대안 열음학교 학부모)

안전 확인하고도, 까다로운 관리절차 지켜야한다고요?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 매체를 통해 학교 ‘정원 외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보호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아이들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사고들로 인해 교육부는 예전과는 달리 그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매뉴얼을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으로, 그리고 각급 학교로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학대를 당하고 버려진 아이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오늘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제 아이를 포함해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등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요점은 교육부의 초등학생 무단결석 관리지침으로 인해 오히려 잘 보호받고 있고 안전하게 교육받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아이는 인천 남동구 소재 사리울초등학교에 입학한 바 있습니다. 취학통지서를 받았고, 예비소집일에 참석해 확인서명을 했습니다. 입학식에 참석하기도 했으나, 지금 사리울초교에 다니지는 않습니다. 제 아이는 인천 남동구 소재 ‘초등대안 열음학교’라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입학해 다니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미취학ㆍ무단결석 등에 대한 관리지침으로 인해 제 아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그 매뉴얼에는 무단결석하는 경우에 정해진 절차대로 처리한다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그 매뉴얼을 비인가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고 합니다. 미인정 유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안전이 확보되고 교육을 잘 받고 있는 아이들까지 그 매뉴얼대로 처리해야하는 건가요?

학교의 정원 외 관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기에 학교와 교육청의 절차를 어지간하면 따르려했지만, 행정력 낭비와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서 문제제기합니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 사리울초등학교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아이의 안전이 실제적으로 확보돼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교육청도 ‘교육부에서 내려온 매뉴얼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매뉴얼의 초점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학생을 위한 것인데, 제 아이와 같은 상황의 아이들에까지 적용하는 것을 보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날마다 별 일 없는지 유선으로 확인해야하는 초등학교 교사, 해당 가정을 방문해야하는 교사와 주민센터 공무원, 이 일을 담당하는 교육청 공무원 등, 수많은 국가인력이 낭비되는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할 겁니까?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의 전 초등학교 담임선생은 매일 저에게 전화를 해야만 하고, 학교는 외부인사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열어야합니다. 그 회의에 제가 참석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한답니다. 거기에서 낭비하는 경찰인력은 또 어떻게 할 겁니까? ‘아이가 안전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절차는 절차이므로 다른 방도가 없다’는 답변만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입니다.

저는 이 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서 조사관을 배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조사관을 배정해 모든 절차를 처리하는 데 3~4개월이 걸린답니다. 그동안 제 아이는 인권을 침해당할 상황이기에, 제 마음이 급합니다.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든 매뉴얼인데, 안전이 확인된 상태에서도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으로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것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모르는 사람이 집을 방문해 아이의 안위를 묻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 출석하면 아이를 학교로 보내라고 종용합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말입니다. 제 아이는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입니다. 부모님이 나를 이상한 곳에 보내 학교 공부를 시키지 않고 있는 것인가? 내가 잘못된 곳에 있는 것인가? 매뉴얼엔 ‘절차대로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그것을 아이가 안다면, 그 충격을 대체 어떻게 합니까?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아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보면 됩니다. 그 학교엔 학생 수십 명이 있습니다. 수십 명의 안전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데도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이 시간을 낭비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아이를 위한 매뉴얼인지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제 아이처럼 충분히 보호받고 있고,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를 이 매뉴얼대로 처리한다는 건 인권침해일 뿐입니다.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호자로서 제 아이가 다양한 것을 볼 줄 아는 아이로,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하길 원해 대안교육을 선택했습니다. 교육당국은 국민의 다양한 생각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아이의 인권을 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아이도 이 나라에서 교육받는 학생입니다.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일부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는 부모의 학대나 방임만이 아닙니다. 일반학교에 대한 불신, 공교육의 슬픈 현실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무단결석이나 미취학이 모두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 때문인 것처럼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늦은 밤까지 사교육으로 내모는 건 학대가 아닌가요? 그걸 공교육이 해결하지 못하고 부추기지 않았나요? 외국은 수많은 대안교육의 전통이 살아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불모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부모를 징벌한다는 취지로 대안교육이나 홈스쿨링 등, 다양한 교육을 추구하는 부모들을 싸잡아 괴롭히거나 마치 마녀 사냥하는 식으로 몰아세워선 안 됩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교육부의 ‘학업 중단 학생 처리 방침’에서 개선해야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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