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은 사랑 전하는 징검다리”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은 사랑 전하는 징검다리”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6.03.09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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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태호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인천광역푸드뱅크 팀장

김태호(42)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인천광역푸드뱅크 팀장을 남동구 간석동 인천사회복지회관에 입주해있는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에서 지난 2일 만났다. 연신 여러 군데 통화하느라 바쁜 그를 조금 기다린 후에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인천, 1999년에 푸드뱅크 시작

▲ 김태호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인천광역푸드뱅크 팀장.
푸드뱅크란 식품을 생산ㆍ유통ㆍ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농산물이나 여유분의 음식물을 식품제조업체나 개인 등, 기탁자들로부터 기부 받아 빈곤층이나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 또는 개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음식물 중계소, 식품은행을 말한다.

196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1981년 캐나다, 1984년 프랑스, 1986년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처럼 주로 사회복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던 때인 1998년 1월, 서울ㆍ부산ㆍ대구ㆍ과천ㆍ인천 등지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국제금융위기 때 실직자가 늘면서 빚 때문에 고통 받던 가정이 해체돼 어려운 시기였다. 외국에서 사용하던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인천은 1998년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가 인천광역푸드뱅크 사업주체로 지정됐고, 다음해인 1999년 푸드뱅크 9개소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부하는 곳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얘기한 김 팀장은 “다른 광역시ㆍ도보다 인천이 빨리 정착할 수 있었던 건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필우 전 인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국회의원이 되고서 2006년 ‘식품기부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제정된 뒤 제도적으로 정착됐다”고 덧붙였다.

이 법의 제1조(목적)에는 ‘식품기부를 활성화하고 기부된 식품을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지원함으로써 사회복지의 증진 및 사회공동체문화의 확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올해 2월, 법의 일부가 개정돼 ‘식품’이라는 문구가 ‘식품 및 생활용품’으로 확장됐다.

이에 따라 인천의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서도 기업이나 개인 기부자로부터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저소득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기부식품 제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푸드마켓은 이용자가 직접 매장 방문

▲ 푸드마켓 1호점 매장 내부. 이용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 팀장에게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의 차이를 물었다.

“푸드뱅크는 기부 받은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소외계층 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한테 사회복지시설 등의 기관을 통해 무상 지원하고, 푸드마켓은 이용자(저소득 소외계층)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물품을 선택하면 무상으로 지원한다. 푸드마켓은 편의점처럼 기부 받은 물품을 진열해 비치한다. 인천에선 2009년부터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기부 받은 물품을 지원하다보니 선택의 폭이 좁은데, 푸드마켓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고 이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인천에는 현재 푸드뱅크 11개소와 푸드마켓 14개소가 있는데, 인천시 산하 구ㆍ군 10개 중 옹진군을 제외하고 모두 있다.

“옹진군은 군청과 협약하고 면사무소와 연계해 차로 섬을 다니며 물품을 나눠주는 ‘이동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섬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이 많다. 어떤 분은 물품을 받고 감사의 전화를 주기도 했고, 고맙다고 그 지역 생산품인 미역을 보내주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고 생각해 보람을 느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지원 대상자이고 어떻게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신청주의라 대상자인데도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 푸드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결식아동ㆍ소년소녀가정ㆍ독거노인ㆍ한부모가정ㆍ실질자 등, 긴급지원대상자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인데, 본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자인지를 구ㆍ군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정기관에서 상담한 뒤 서류로 가부가 확인되면 보건복지부의 기준에 따라 지원 기간이 정해진다. 거동이 불편한 개인 이용자는 푸드마켓을 방문하지 않고 푸드뱅크를 통해 물품을 전달받을 수도 있다. 푸드마켓에는 쌀이나 콩 등 곡식류, 고추장이나 된장 등 장류, 참기름 등 식용유, 라면이나 즉석밥 등 즉석식품류, 생활용품 등이 있다.

기부, 마음 중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필요

▲ 옹진군 이동 푸드마켓이 자월도에 갔다.
“우리 단체에서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지만, 아직도 홍보가 부족하다. 기부하려고 해도 방법을 모르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부자가 식품을 기부해 대상자가 섭취했을 때 사고가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기부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험 처리가 돼 기부자한테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도 요즘은 기부문화가 많이 확산됐다고 말한 김 팀장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가 끝나면 선물세트로 받은 햄ㆍ통조림ㆍ음료수 등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전화 ‘1688-1377’로 연락하면 푸드뱅크나 푸드마켓에서 수거하러 가고, 기부자는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에는 대기업 본사 등 큰 곳이 많은데, 인천은 중소기업 위주다. 제과점이나 떡집 등 개인사업자도 많이 기부한다. 식품제조업체가 많지만 의류ㆍ신발ㆍ모자와 같은 생활용품 기부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김 팀장은 예전과 다르게 기업에서 기부와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만해도 ‘사회공헌’이라는 말이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고객감동’이라는 말을 기업의 이미지로 많이 활용한다. 그게 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기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많이 정착됐다. 법과 제도적으로 밑받침해줘 활성화됐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부라는 투자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팀장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며 그 사례를 들려줬다.

“중국산 채소를 유통하는 수입업자가 상태가 불량한 식품을 기부하겠다고 연락했다. 우리가 식품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상태를 잘 몰라 여러 사람에게 협조를 요청해 수입 유통 상인의 물류창고에서 가져왔다. 가져와서 보니 썩은 것이 많아 업자한테 되돌려줬다. 그들은 상한 것을 알고도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속였다. 그때 우리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정말 미안했다”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성숙한 기부문화가 형성돼 큰 문제는 없단다.

“순수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적 강제도 필요하다. 순수한 마음은 한계가 있다. 외국은 워낙 잘 돼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갖춰야 순수한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단기간에 기부문화가 정착하기 어렵다. 외국도 오래 걸렸다. 사회복지제도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