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공기관 통폐합 기준, ‘그 때 그때 달라요’

국비확보 강조하면서 국비 줄일 통폐합 강행… ‘납득 안돼’

‘실속이 없고, 명분도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행정 효율화를 위해 경제 분야 출자ㆍ출연기관 통ㆍ폐합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는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경제통상진흥원 등 3개 기관을 1개 기관으로 통폐합해 오는 7월 인천경제산업테크노파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시는 지난 18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열어 ‘인천테크노파크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르면 3월에 열리는 시의회 231회 임시회에 해당 조례안을 부의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7월 1부터 3개 기관이 통ㆍ폐합된다.

시는 출자ㆍ출연기관 통ㆍ폐합 추진을 위해 지난해 인천발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공공기관 통ㆍ폐합을 지난해 10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 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들의 반응이 싸늘했고, 공직 내부에서조차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 번지면서 통폐합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미 설득력을 상실한 통ㆍ폐합이 부활하면서 비판 또한 거세다. 특히, 경제 분야 기관 통ㆍ폐합은 가장 실속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기관들은 설립 근거가 된 법률이 달라 정부의 지휘와 지원체계도 서로 다르다.

경제통상진흥원은 중소기업청, 정보산업진흥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인천테크노파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휘와 지원을 받는다. 즉, 설립 법적근거와 지원체계가 다른 상태에서 통합할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중소기업지원금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부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기관들이 지난해 시의 통합 계획을 토대로 해당 부처에 통합 시 지원 지속여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명확했다.

‘인천시의 통ㆍ폐합에 대해 중앙부처에서는 자신들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 사라지면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지원 근거와 지휘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지난해 업계에서 정부부처와 공동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통ㆍ폐합할 경우 오히려 인천지역 중소기업한테 돌아가는 국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렇다고 행정자치부가 보통교부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인천의 국비는 시가 받는 예산만이 아닌데, 국비 확보를 강조하는 유 시장의 시정 방침에 어긋나는 행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행정효율화와 4개월짜리 낙하산 인사는 모순

▲ 유정복 인천시장.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시는 행정효율화를 위해 통ㆍ폐합을 한다지만, 시가 보여주는 행정은 모순 그 자체다. 시 바람대로 시의회가 찬성하면, 7월 1일에 새 통합기관이 출범한다.

그런데 시는 통합을 겨우 4~5개월 앞둔 상황에서 연봉 1억원짜리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원장 공모를 실시했다. 게다가 이 자리에는 시 건설교통국장 등을 역임한 고위공무원 A씨가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고작 임기 4개월이라면 내부에서 발탁한 대리체제도 가능하다. 굳이 새 원장을 임용하느라 행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또한 고임금을 낭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제 기관들이 통ㆍ폐합될 경우 새 경제통상원장은 오는 7월까지 약 4개월간 원장직을 수행한다. 하지만 임용기간은 2년이다. 기관들 통합 후 임기 축소와 직위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처우(연봉 1억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는 행정효율을 달성한다면서 실속 없는 통ㆍ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한편으론 고액 연봉의 원장을 채용해 행정력과 재정을 낭비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화고려역사재단 통ㆍ폐합, 3월 임시회가 분수령

시가 당초 통ㆍ폐합하려한 분야는 경제, 여성, 역사ㆍ문화였다. 여성 분야의 경우 여성가족재단ㆍ여성복지관ㆍ여성문화회관ㆍ서부여성회관을 한 기관으로 통ㆍ폐합하려했으나, 여성계의 반발에 기관 이용자들의 반발이 더해지자, 시는 뒤로 물러섰다.

시는 경제 분야 기관 세 개를 한 개로 통ㆍ폐합하기로 했고, 역사ㆍ문화 분야의 경우 강화고려역사재단을 인천문화재단에 흡수ㆍ통합할 계획이다.

시의회 3월 임시회에서 인천문화재단 운영 조례를 개정해, 강화고려역사재단을 인천문화재단 부설 역사문화연구센터로 두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인천문화재단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강화고려역사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조직을 해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또한 반발이 거세다. 인천문화재단의 주된 업무는 지역의 문화예술과 문화예술단체,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역사와 학술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인천문화재단 부설 기관이 될 경우, 연구 보장은커녕 찬밥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시의회의 반발이 거세다.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 여야 구분 없이 ‘국내 유일의 강화ㆍ고려사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자, 남북 간 학술교류를 추진하는 기관을 없애는 게 과연 행정 효율화라고 할 수 있느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올해도 여전하다.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6명으로 새누리당이 4명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명씩이다. 이중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은 3명이다.

하지만 시가 통ㆍ폐합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달라 질 수 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새누리당 A 의원은 “의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출연기관 통ㆍ폐합하자면서 복지재단 설립 추진?

시가 통ㆍ폐합을 추진하며 강조하는 것은 행정효율이다. 그러나 시 행정은 여러모로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기관 통ㆍ폐합을 하자면서,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출자ㆍ출연기관을 준비 중이다.

시 출자ㆍ출연기관 운영 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인천복지재단 설립ㆍ운영 타당성 검토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 안건은 지난해 7월에 상정됐을 때 ‘유사 중복 기능 통ㆍ폐합 상황에서 설립 시기 조정 필요’라는 사유로 보류됐던 안건이다. 당시 시가 지목했던 ‘유사 중복 기능 통ㆍ폐합 상황’은 시가 지금 다시 밀어붙이는 통ㆍ폐합 작업이다.

유사 중복 기관을 통ㆍ폐합해 재정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한쪽에선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 행정에 일관성이 전혀 없이 ‘그 때 그때 달라요’다.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지방세와 자산매각 수입을 목표대로 징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한 뒤 “인천복지재단은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ㆍ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ㆍ인천발전연구원 등, 기존 조직들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통ㆍ폐합하자면서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유정복 시장의 모순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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