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치 재창조’가 인천시정의 철학이 된 모양새다. 시는 지난해 말 세부 추진계획 보고회를 열더니 지난 20일엔 이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라며 범시민네트워크를 발족했다. 비전 선포식도 진행했다.

행정기관은 물론,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경제계, 대학 등 전 분야의 기관과 단체를 범시민네트워크로 아우르려한다니, 유정복 시장이 이 사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유 시장은 “인천이 가진 경쟁력을 살려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게 시정 철학”이며, “인천이 가진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시가 발표한 ‘인천 가치 재창조’는 4대 분야, 10대 정책, 47개 과제로 요약된다. 4대 분야는 자연, 역사ㆍ문화, 인물, 지속가능을 말하는데, 이 분야들에서 인천의 가치를 발굴하고 재창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령도와 강화갯벌의 해양국립공원 지정, 섬 프로젝트 추진, 문학산성 복원과 강화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인천 인물 발굴과 일본식 방위 개념의 자치구 명칭 바로잡기,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만으로도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범시민네트워크에 상당수 시민사회단체가 불참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평화복지연대ㆍ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ㆍ인천환경운동연합ㆍ인천녹색연합ㆍ인천여성연대 등,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들이다. 유 시장이 ‘인천 가치 재창조’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실현하려한다면, 이 들의 불참 이유를 헤아려야한다.

시는 범시민네트워크 내 사업 분과와 기획단 구성, 조직 운영방식, 공동대표 인선, 추진 전략과 정책 과제 등을 시민사회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형식과 내용을 이미 짜놓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는 참여 여부를 묻는 꼴이 됐다.

둘째는 사업 분야가 광범위한 데다, 선도 사업이 유 시장의 공약사업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는 ‘재정위기 극복’이나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정 운영에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설 수 있다.

유 시장이 시민사회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선뜻 그 손을 잡을 만큼, 유 시장이 진정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섬 프로젝트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섬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오히려 서해 5도 뱃삯 지원을 중단했다. 시민이 정말 원하는 것을 하나 하나 실현할 때 신뢰가 쌓이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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