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4.13총선] 남동 현역들 열심히 했는데도 ‘불안’

‘전투에서 분열은 필패’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된다.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지지표의 분산을 초래하는 분열은 필패일 수밖에 없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갑>ㆍ<을> 선거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소속의 박남춘(남동 갑)ㆍ윤관석(남동 을) 의원이 여권 분열과 야권 연대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선 그 반대양상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남춘(남동갑. 좌), 윤관석(남동을. 우) 국회의원.

19대 총선은 ‘여권 분열과 야권 연대’
20대 총선에선 반대양상 전개될 수도

남동<갑>ㆍ<을>은 전통적으로 현 집권여당 강세지역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15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현 집권여당이 싹쓸이했다. 그런데 19대 총선에선 야당이 이겼다. 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연대 덕분이었다.

남동<갑>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한 이윤성 전 국회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탄생시킨 방송관계법 날치기를 주도할 정도로 당에 충성했다. 하지만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된 이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공천 받지 못했다. 대신 남동구청장을 세 번 지낸 ‘친박’계 정치인 윤태진씨가 공천됐다.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한 이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 결과는, 정치 초년생 박남춘의 당선이었다. 득표율을 보면, 박남춘 후보가 46.97%로 윤태진(38.52%)과 이윤성(12.25%) 후보의 합보다 낮았다.

남동<을> 상황도 비슷했다. ‘전교조 저격수’로 당에서 ‘보수 아이콘’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전혁 전 의원이 19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다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김석진씨가 ‘낙하산’ 공천됐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은 지역과 무관한 인물을 공천했다고 반발했다. 15ㆍ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원복씨가 탈당해 ‘국민생각’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 결과, 공직선거에 처음으로 출마한 윤관석 후보가 득표율 43.90%로 당선됐다. 김석진 후보는 40.82%, 이원복 후보는 11.08%를 기록했다.

이처럼 현 집권여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남동구에서 여권의 분열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인천에서 야권(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연대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

19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임에도 공천에서 배제됐던 이윤성ㆍ조전혁 전 의원은 19대와 같은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자로 다시 뛰고 있다. 두 전 의원은 최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낙하산 공천만 없다면, 이번 당내 경선은 자신 있다”며 “근거 없는 낙하산 공천으로는 야당에 승리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0대 총선을 석 달 정도 앞둔 지금은, 19대 총선과 반대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 등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제1 야당이 분열하고 있다. 안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문병호(부평 갑) 의원은 인천의 대표적 ‘친노(=노무현)’ 정치인으로 알려진 박남춘ㆍ 홍영표(부평 을) 의원의 지역구에 공격적으로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동<을> 윤관석 의원의 상황도 만만하지 않다. 정의당 소속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이나 박인혜 더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배 전 구청장은 총선 일정에 맞춰 인천시교육청 감사관직을 그만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소장은 이호웅 전 국회의원의 부인으로 윤 의원과 경쟁관계에 있다. 박 소장이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할 경우, 윤 의원의 재선 도전에 적신호가 들어온다.

현역 의원들 활동 평가 좋아
새누리당 지역구 관리 ‘미흡’

남동구에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자가 넘쳐나고 있다. 남동<갑>에 구본철(57)ㆍ김승태(54)ㆍ윤형모(58)ㆍ이윤성(71)ㆍ이종열(56)ㆍ최진범(29)씨 등 6명이 등록했다. 남동<을>엔 강석봉(61)ㆍ조전혁(55)ㆍ최대근(66)씨가 나섰다. 당내 경쟁이 본선보다 치열한 셈이다.

하지만 두 지역구의 현역 의원 모두 초선으로서 지역을 위해 활발히 활동했고 중앙정치무대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남춘 의원은 인천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나왔다.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남동구 5대 숙원 사업이라 평가되는 논현경찰서 신설, 남동공단 최첨단 리모델링 사업 국비 확보, 소래포구 국가 어항 예비 지정, 수인선 터널식 방음벽 설치, 남동우체국 개국을 이끌어냈다. 또한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4년 연속 선정됐으며, 생활 법률안 111건을 발의해 인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윤 의원은 당 수석사무부총장과 5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박 의원과 함께 남동공단을 일자리 창출의 메카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국립세계문자박물관(사업비 950억원) 인천 유치와 남동종합문화체육광장 정비공사 국비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 선정 ‘입법ㆍ정책개발 우수의원’에 3년 연속 선정됐으며, 시민단체 선정 국정감사 우수의원 등으로 선정됐다.

남동구에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도 야권에 이롭다고 볼 수 있다. 구월ㆍ간석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가 입주를 완료했으며, 논현ㆍ소래 도시개발사업 지구에 1만 2344세대가 입주했다. 향촌지구ㆍ서창1택지 등의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남동구 인구는 2012년 6월 11일 50만명을 돌파했다. 그 이후 서창2택지와 구월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완료되면서 인구는 더 늘고 있다.

또한 지난 4년간 새누리당의 지역구 관리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더해진다. 윤태진ㆍ김석진 19대 총선 후보는 낙선 후 얼마 있지 않다가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그만 두고 각각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와 건설근로자공제회 상임감사로 갔다.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보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씨는 7일자로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내정됐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간 지역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지역의 새누리당 소속 한 예비후보자는 “야권의 분열 때문인지, 유권자들이 여당 예비후보자들에게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한 뒤, “하지만 지난 4년간 지구당이 제 역할을 못해 당 조직이 예전 같지 않다. 이번에도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이 있으면, 힘든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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