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 단식농성장 강제 철거
대책위, “인천교구가 성모병원 사태 책임져라”

▲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가 소속 신자들이 지난 3일 단식농성장을 강제 철거하자, 인천지역 노동계가 4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장 폭력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교구가 사태를 책임지고 직접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 답동성당은 서울 명동성당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의탁했던 곳이다. 그리고 인천 민주주의의 성지였는데, 그런 성지가 이제 사라졌다”

지난해 촉발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하 인천성모병원)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16일부터 천주교 인천교구청(답동주교좌성당)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홍명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성모병원지부 지부장이 단식농성장을 빼앗기자, 인천지역 노동계는 4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했다.

지난해 국제성모병원(인천 서구 소재)에서 환자 유인ㆍ알선,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건강보험공단 의료급여 부당청구 의혹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인천성모병원(인천 부평구 소재)에서 노동ㆍ인권 탄압 의혹도 제기됐다.

인천성모병원은 사실상 국제성모병원의 모(母) 병원이다. 인천성모병원에 있던 의료진과 직원 상당수가 국제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두 병원 모두 인천교구청이 관리한다. 인천교구청은 두 병원 경영진에 사제를 파견해 운영 중이다.

인천성모병원 사태를 우려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인천성모병원 정상화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기산 인천교구 교구장 주교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과 사태 해결이 되지 않자, 시민대책위는 릴레이 단식농성 등을 벌였다. 특히 홍명옥 지부장은 지난달 16일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인천교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농성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 3일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 소속 신자 30여명이 단식농성장에 몰려와 농성장을 부셨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시민대책위 등에 따르면,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 소속 신자들은 홍 지부장의 농성장에 들어와 텐트 등 집기를 훼손하고 더는 농성을 할 수 없게 농성장에 차량을 주차해놓았다. 이 신자들은 홍 지부장에게 ‘왜 여기 와서 이러는 거냐. 인천성모병원에서 농성하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는 ‘점거농성을 풀고, 불법 부착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한 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신자들의 안전을 위해 철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가 단식농성장을 강제 철거하자, 인천지역 노동계는 4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장 폭력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교구가 사태를 책임지고 직접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사랑과 존중이 있어야할 성당에서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단식농성장 철거)이 일어났다”며 “자본이 교회의 가치를 좀먹고 있다. 인천의 노동형제들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발언했다.

양재덕 시민대책위 대표는 “인천 민주화의 성지인 답동성당에서 이런 폭력만행이 일어났다”며, 인천교구의 각성을 촉구했다.

4일로 단식 20일째를 맞은 홍명옥 지부장은 “종교권력이 국가권력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천성모병원의 본질이 드러났다”며 “인천교구는 인천성모병원 등에서 자행된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을 중단시키라”고 주장했다. 홍 지부장은 오랜 단식으로 인해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이날 오후 5시 구급차에 실려 인천의료원으로 후송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홍 지부장과 시민대책위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병원 운영에 문제가 있고 인권 탄압이 있는 만큼 그에 적합한 대책을 인천교구에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라며, “그렇지만 최기산 주교는 면담을 계속 거부하고 ‘병원에서 해결할 일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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