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남구청장, “교부금 연계한 복지 축소는 위헌, 헌법소원 예정”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파기와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이하 지침)’에 따라 사회복지정책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발굴한 맞춤형 복지사업과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사업을 ‘유사중복 사업’이라고 이름 붙이고, 복지사업을 위한 지자체의 예산 편성을 막고 있다.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와 이재명 성남시장 간 갈등도 여기서 비롯됐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 지침을 어길 경우 지자체에 차등 지원하는 교부금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를 따라하듯 인천시도, 시가 자치군ㆍ구에 넘긴 사회복지사업을 거부할 경우 시가 군ㆍ구에 교부하는 특별조정교부금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정부 지침과 인천시의 사회복지사업 군ㆍ구에 떠넘기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 소속 군수ㆍ구청장이 반발하고 있다.

홍성대 새정치민주연합 복지전문위원은 “기초연금, 국가 책임 보육, 4대 중증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공약이 모두 파기됐다”고 한 뒤 “위헌이나 다름없는 ‘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부금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자체가 시행 중인 복지사업 중 1496개가 내년에 사라진다. 약 1조원 규모다.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약 645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내년부턴 전업주부의 0~2세 자녀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현행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어들고, 저소득층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두리누리사업이 40% 지원으로 축소되며, 건강보험료 지원금 3800억원이 삭감된다.

“박근혜는 보통교부금, 유정복은 조정교부금으로 위협”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천시는 정부 지침에 따라 2016년 시비 사업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지원, 한부모가족 동절기 생활안정 지원, 한부모가족 고교생 입학금ㆍ수업료 지원, 출산장려금 지원 등 총36개 사업에서 2015년보다 112억원을 삭감했다.

인천시는 또, 정부 지침에 따라 10개 군ㆍ구에서 시행하는 복지사업 중 저소득노인가구 건강보험료 지원,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방과후교실 운영 지원 등 모두 18개 사업에서 약 20억원을 삭감했다.

정부 지침에 따른 복지 후퇴와 더불어 인천시가 사회복지사업의 상당수를 군ㆍ구로 넘겨, 재정 형편이 열악한 군ㆍ구의 사회복지 후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시는 정부 지침과 별개로 군ㆍ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 139개를 추가로 발굴해 약 49억원을 군ㆍ구로 떠넘겼다. 이 복지사업들은 국비와 시비를 각각 50%씩 반영해 군ㆍ구에서 시행하는 사업인데, 인천시는 이 시비 중 절반을 군ㆍ구에 전가했다.

시는 또 여성가족국 예산으로 군ㆍ구에서 시행하는 사업 19개의 사업비 107억원의 약 50%에 달하는 53억원, 보건복지국 예산으로 군ㆍ구에서 시행하는 사업 35개의 사업비 550억원 중 약 50%에 해당하는 272억원을 군ㆍ구로 떠넘겼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이렇게 인천시가 폐지하거나 군ㆍ구에 전가한 사회복지사업이 총247개, 50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한구(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시는 정부 지침과 별개로 사업 139개를 발굴해 축소했다. 그런 뒤 정부처럼 교부금을 가지고 기초단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시가 진행하던 사업을 기초단체로 떠넘긴 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가 주는 특별 조정교부금(약 500억원)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와 똑 같다”고 비판했다.

10개 군ㆍ구, 인천시가 떠넘긴 예산 편성 거부

▲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지난 23일 인천사회복지회관 3층에서 ‘박근혜 정부·유정복 시장 복지축소 저지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축소 방침에 인천시의 사회복지사업 자치군ㆍ구에 떠넘기기가 더해져 인천지역 기초단체의 사회복지정책은 훨씬 후퇴할 전망이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정부 지침은 거꾸로 가는 사회복지정책’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역시의 자치구는 정부의 보통교부금 지원 대상이 아니기에, 남구가 정부 지침을 거부해도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정부 지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고, 정부 지침을 어길 경우 교부금에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정부가 큰 틀에서 보편복지를 실현하면, 지자체는 주민들의 삶을 꼼꼼히 살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못하게 하고 있다. 여기엔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지자체장이 수도권에 많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자체 복지정책이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시기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이 기초지자체에 떠넘긴 사회복지와 연결하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인천에서 재정이 가장 열악한 곳이 공교롭게도 야당이 단체장인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또, “복지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기초지자체가 더 세밀한 것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못하게 함으로써 복지 후퇴를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유 시장은 시비로 지원하던 것마저 중단하거나 자치구에 떠넘겨 내년 6월에 복지 후퇴가 전면화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구청장은 유 시장의 사회복지 군ㆍ구에 떠넘기기에 대한 반발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10개 군ㆍ구는, 시가 군ㆍ구에 넘긴 사회복지사업 예산을 반영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고, 실제로 편성하지 않았다. 강화군의 경우 군의회가 나서서 전액 삭감했다.

박 구청장은 “시는 ‘군ㆍ구와 협의됐다’고 하지만, 협의되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6월에 각종 사회복지시설에 지급할 돈이 없어진다. 시설운영비가 없다. 6월 전에 이 예산을 시가 세워야한다”고 한 뒤 “군ㆍ구에 조정교부금이 더 많이 내려가니 그것으로 편성하라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조정교부금은 법적으로 원래 주게 돼있는 돈이다”라고 강조했다.

재정위기 따라 사회복지 후퇴도 지속될 듯

인천시의 2016년 예산은 8조 1902억 5882만원이다. 이중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는 5조 8605억 8910만원이고, 2015년 본예산보다 약 8832억원 늘었다.

시는 부동산경기 호조에 따른 지방세 수입 2916억원, 송도 8공구 토지매각 세외수입 4700억원, 보통교부금 증액 1377억원으로 2015년 본예산보다 증액한 세입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시는 이렇게 늘어난 세입과 사회복지 축소로 마련한 돈을 대부분 부채 상환과 법정ㆍ의무적 경비 지출에 쓸 계획이다.

시는 내년에 부채 약 70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상환기간이 도래되지 않은 부채 약 3000억원도 포함돼있다. 이렇게 조기 상환하려는 이유는 예비 재정위기단체(채무비율 25%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시의 올해 12월 기준 채무비율은 34.4%로 추산된다. 시의 재정 건전화 작업이 지속될수록 사회복지 후퇴 또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시 계획대로 세입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시의 바람과 달리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목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 또 내년 보통교부금도 시의 바람대로 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면 사회복지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 소장은 또, “국회에서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를 20%까지 올려야한다. 그리고 불합리한 보통교부세제도를 개선해야한다. 인천시의 경우, 기한 내 지출하지 못한 법정ㆍ의무적 경비를 감안하면, 채무비율이 50%를 넘는다. 사실상 부산ㆍ대구시보다 취약한데도, 보통교부금을 부산ㆍ대구시의 절반밖에 못 받고 있다”고 한 뒤 “기초지자체 재정 안정을 위해 경제자유구역에서 발생하는 지방세 중 일부를 나머지 자치구에도 지원하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 서울시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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