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와 중구, 동구, 서구가 자치구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인천시와 해당 자치구들은 내년 1월에 ‘자치구 명칭 변경 실무지원단’을 구성, 토론회와 주민설명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7월에 행정자치부에 명칭 변경을 건의할 예정이란다.

동서남북, 방위 개념을 도입한 자치구 명칭이 현재 방위에 맡지 않을뿐더러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과 함께 지역 정체성을 반영하지 않은 명칭이라는 지적이 지속된 터라, 환영할 일이다. 시가 내세운 것처럼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고 지역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실제 남구와 동구, 서구, 중구는 방위 개념이지만 동구와 중구는 인천 서쪽에 있고, 서구는 인천의 북쪽에 해당한다. 남구는 연수구와 남동구보다 북쪽에 있다.

이 방위 개념의 명칭은 일제의 잔재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광역시ㆍ도에 해당하는 일본의 도도부현(都道府縣) 산하 자치구는 대부분 방위 개념의 명칭을 차용하고 있다. 일본에는 중구가 6곳, 동구가 10곳, 서구가 12곳, 남구가 14곳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남구와 동구, 서구가 우선해 자치구 명칭을 바꾸기로 하면서 방위 개념의 대안 명칭으로 역사성과 지역성을 고려한 다양한 명칭이 제시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 명칭을 정한 뒤 행자부에 건의하면, 행자부는 자치구 명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돼 공표돼야, 본격적인 명칭 변경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참에 인천 곳곳에 숨어있는 ‘일본식 지명’도 바꾸자. 대표적으로 연수구 송도(松島)라는 지명이 일제의 잔재다. ‘송도’가 지명으로 쓰인 계기는 일제가 1930년대 후반에 ‘송도유원지’를 만들면서부터라는 게 정설인데, 학자들은 일본 군함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제의 유산이 송도국제도시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첫 머리말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들이 새로 지명을 만들 때 조선시대 동리(洞里) 두 개 이상을 합쳐 하나의 동리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해당하는 게 남구 도화동, 남동구 간석동 등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일본식 지명을 변경하는 문제는 차후에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룰 문제는 아니다. 자치구 명칭 변경으로 관심이 모아질 때 함께 검토하고 변경하는 게 낫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지역정체성 찾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밖에 경인선 전철역 명칭도 현재와 맞지 않다. 동인천역은 인천의 맨 서쪽에 있고, 제물포역에는 포구가 없다. 이 또한 이참에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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