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상임위 무용지물’ 논란 자초

상임위 무용지물 만든 예결위, ‘쪽지 예산’ 힘 과시

인천시의회가 파행 끝에 인천시와 시교육청 2016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시 예산의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심사한 예산안을 ‘칼질’하며 파행을 야기했고, 시교육청 예산의 경우 이청연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조정을 문제 삼아 ‘부동의’를 표명했음에도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표결로 밀어 붙였다. 향후 여야 간 파국이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 11월 시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을 때,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15개로 구성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가 사회복지 예산 중 약 400억원을 자치군·구로 떠넘겨 사회복지가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시 예산을 분석한 결과, 약 500억원에 달하는 사회복지 사업에서 후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부담을 떠안은 자치군·구 중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단체장인 계양구와 남구, 부평구는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시와 자치구 간 갈등도 예상된다.

시의회는 지난 16일 228회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열어 시와 시교육청의 ‘2016년도 일반ㆍ특별회계 세입ㆍ세출 예산안’을 최종 처리했다.

내년 시 예산은 집행부가 의회에 제출한 안보다 19억 7600만원 줄어든 8조 1902억 5882만원이다. 이중 일반회계는 5조 8605억 8910만원이고, 특별회계는 2조 3329억 3301만원이다. 일반회계의 경우 2015년 본예산보다 약 8832억원 늘었다.

시는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지방세 수입 2916억원, 송도 8공구 3개 필지 매각으로 세외수입 4700억원, 보통교부금 증액 1377억원으로 늘어난 세입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돈을 주로 군ㆍ구 조정교부금과 시교육청 법정전출금 등, 법정ㆍ의무적 경비 해소와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라고 했다.

시의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예결위는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 중 129억여원을 부활시키고, 상임위가 증액한 예산 중 71억 5334만원을 삭감했다. 예결위가 약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칼질’한 것으로, 특히 문화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예결위는 문화복지위 소관 예산 2조 1095억 8000여만원 중 문화복지위가 증액한 52억 7000여만원을 35억 3800만원으로 감액했다. 또, 문화복지위가 삭감한 44억 1620만원 중 33억 900만원을 부활시켰다.

예결위는 상임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 자기 지역구에 유리한 이른바 ‘쪽지 예산’을 신규로 대거 편성했다. ▲북성포구 활성화 사업 3000만원 ▲관광지 공중화장실 신축 2억원 ▲선원실 대기실 보수 1000만원 ▲수산물 진공포장기 지원 3500만원 등이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시 재정이 어려우니 긴축해야한다’는 논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권, “폐지하거나 자치구에 떠넘겨 사회복지 후퇴”

박근혜 정부의 시책에 맞춰 유정복 인천시장이 사회복지 사업의 상당 부분을 폐지하거나 자치군·구로 떠넘겨, 사회복지 후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을 두 차례 보냈다. 그리고 국무회의에서 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 지침을 어길 경우 교부금과 연동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2015년 기준 약 35조원)에 해당하며, 보통교부금(96%)과 특별교부금(4%)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지자체 재정 상황과 여건 등을 평가해 이를 차등 교부한다.

정부의 지침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복지사업을 발굴하고 취약계층에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려는 지자체들의 사업을 ‘유사중복 사업’이라고 이름 붙여, 복지 축소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와 이재명 성남시장 간 갈등도 여기서 비롯됐고, 인천시의 사회복지 후퇴도 여기서 비롯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천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시비 사업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지원, 한부모가족 동절기 생활안정 지원, 한부모가족 고교생 입학금·수업료 지원, 출산장려금 지원 등 총36개 사업에서 2015년보다 112억원을 삭감했다.

여기다 10개 자치군·구에서 시행하는 복지사업 중, 정부 지침에 따라 저소득노인가구 건강보험료 지원,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방과후교실 운영 지원 등 모두 18개 사업에서 약 20억원을 삭감했다.

시는 또한 정부 지침과 별개로 자치군· 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 139개를 추가로 발굴해 약 49억원을 자치군·구로 떠넘겼다. 이 복지사업들은 국비와 시비를 각각 50%씩 반영해 자치군·구에서 시행하는 사업인데, 시는 시 부담 50% 예산 중 25%포인트를 자치군·구에 전가했다.

시는 여성가족국 예산으로 군·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 19개의 사업비 107억원의 약 50%에 달하는 53억원, 보건복지국 예산으로 군·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 35개의 사업비 550억원 중 약 50%에 해당하는 272억원을 삭감해 총325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군ㆍ구에 넘겼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이 4개 분야에서 유정복 시장이 사업을 폐지해 삭감하거나 군ㆍ구에 전가한 사회복지 사업이 총247개, 50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가 떠넘긴 ‘사회복지’에 자치구 ‘반발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인천시당위원장은 앞서 지난 11일 “사회복지가 후퇴한 대신 유정복 시장은 자신의 선거 공약을 위해 무려 1조 2000억원(3115억원, 시비 9203억원)을 편성했다.”며, 자당 소속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열어 복지축소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특히, 장애인 활동보조금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보조금까지 줄인 것은 매우 경악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 또한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을 무기로 협박하며 기초단체를 제압하려는 유 시장의 횡포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각 구별로 예산 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시가 떠넘긴 사회복지 사업비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중구와 부동산 개발 호재가 많은 남동구ㆍ연수구ㆍ서구, 보통교부금을 받는 강화군과 옹진군, 인구가 적은 동구를 제외한 계양구와 남구, 부평구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데 비해 개발 호재는 적고 인구가 많아 행정수요가 많다는 데 있다. 공교롭게도 이 3개 자치구의 단체장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인천 자치구들의 재정상황은 행정자치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4 회계연도 지자체 재정분석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행자부가 지표 24개로 평가한 기초지자체 재정지표 종합평가에서 남구와 부평구, 옹진군은 최하위 등급인 ‘마’등급을 기록했다.

반면 개발 호재가 많은 남동구는 최고 등급인 ‘가’등급을 받았다. 이어 동구와 연수구가 ‘나’등급을, 서구와 중구, 강화군은 ‘다’등급을, 계양구는 ‘라’등급을 각각 기록했다.

재정이 열악한 군ㆍ구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지역 노인ㆍ장애인ㆍ청소년ㆍ아동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자치구는 시가 떠넘긴 사업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단체장 세 명과 시의원들은 시가 일방적으로 사회복지 예산을 떠넘겨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 내년에 군ㆍ구에 교부하는 조정교부금이 2015년보다 900억원 가량 늘었기에 문제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군ㆍ구가 이 조정교부금으로 내년 1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양구와 남구, 부평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시는 내년 지방세 수입이 올해보다 약 29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세가 늘어나면 시가 군ㆍ구에 지급하는 조정교부금도 늘게 돼있다. 늘어나는 만큼 주게 돼있는 자치구의 몫인 것이다.

이를 두고 김명희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회복지 예산을 자치군ㆍ구로 떠넘겨 놓고, 시가 당연히 줘야할 돈을 마치 사회복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행자부의 ‘2014 회계연도 지자체 재정분석 결과’에서 인천시는 부산시와 함께 하위 20%인 ‘다’등급을 받았다. 특별ㆍ광역시 8곳 가운데 최하위 순위다.

인천시 부채는 아시안게임 개최와 도시철도2호선 조기 개통,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 부진 등으로 13조원대로 쌓였다. 이로 인해 시 본청 채무비율과 공기업 부채비율이 높고, 영업이익률 등이 낮아 각종 지표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자부는 광역지자체 중 인천과 부산, 경기, 제주 등 4곳을 ‘미흡 자치단체’로 선정했다. 행자부는 “재정 분석 결과를 공개해 건전한 재정운영을 유도하고 우수단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의 재정 여건을 반영하는 2016년 보통교부금 산정에서 인천시에게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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