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ㆍ13총선] 중ㆍ동구, 옹진군
여당 후보 난립 속 수도권 최초 진보구청장 도전

인천에서 현 집권여당의 대표적 텃밭인 ‘중ㆍ동구, 옹진군(중ㆍ동ㆍ옹진)’에 여당 예비후보가 난립하는 반면에 경쟁 상대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 속에서 수도권 최초의 진보구청장 출신인 정의당 조택상 전 동구청장이 도전에 나섰다.

이 지역 현 국회의원은 재선의 새누리당 박상은(66) 의원이다. 지난 9월, 정치자금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8065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 놓고 있다. 박 의원 쪽은 무죄를 주장하나, 인천 정치권에선 대체로 의원직 상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ㆍ동ㆍ옹진은 어떤 곳?

중ㆍ동ㆍ옹진은 인천의 원도심에 해당한다. 강화도 조약 이후 강제로 열린 인천 앞바다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곳이다. 근대문화유산이 제법 있다.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란민과 산업화 시기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배를 타고 와 정착한 사람이 많다. 영남 출신 사람도 많이 거주한다. 또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을 겪은 서해를 끼고 있다. 북방한계선 인근 중국어선 불법 조업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그럼에도 발전 가능성이 많은 지역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을 배후 도시로 둔 인천항만이 있고, 중국과 북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여당 예상후보 난립

▲ 왼쪽부터 박상은, 배준영, 조택상, 한광원.
중ㆍ동ㆍ옹진은, ‘여당에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당 텃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이른바 ‘탄돌이’가 대거 17대 국회에 입성할 때를 빼고는 보수 정당 소속 정치인이 당선됐다.

국회의원과 중구청장, 동구청장, 광역의원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하고 있다. 기초의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 의석 21개 중 새누리당이 15석을 차지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5석, 정의당은 1석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난립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선 존재감을 보이는 예비후보가 없을 정도다.

박상은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새누리당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설도 있었지만, 그는 연수구 출마를 사실상 결정했다.

김홍섭 중구청장과 조윤길 옹진군수가 국회의원 출마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기 중구와 옹진군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공천 가능성은 높지 않아 출마를 저울질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직 사퇴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고려해야한다. 다만, 김홍섭 구청장은 인지도와 재력, 조직력에서 다른 예상후보들에 비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중구는 영종 신도시에 인구가 급증하면서 유권자 수가 동구와 옹진군보다 많다. 중구청장직을 노리는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도 김홍섭 구청장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할 공산이 크다.

배준영(45) 항만물류협회장도 만만하지 않은 예상후보다. 배 회장은 이 지역의 대표적 기업인 우련통운 집안 출신으로 젊은 재원으로 통한다. 인천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제정책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대 총선 때 당내 경선에서 박 의원에게 패했지만, 지역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여기다 조용균 전 인천시 정무특보와 정택진 전 중앙일보 기자의 출마설도 나온다.

무기력한 새정치민주연합

 
여당의 텃밭인 만큼 당의 낙하산 공천 등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자가 나올 경우 야권이 해볼 만한 선거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야권의 무기력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존재감 자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유력한 예상후보인 한광원(59) 지역위원장의 경우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2008년과 2012년 모두 박 의원에게 패했다.

2013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입당 후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그 이후 정치적 행보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찬진 치과의사와 전용철 전 인천시의원 등이 예상후보로 거론되나, 모두 인지도와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전직 국회의원 A씨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중ㆍ동ㆍ옹진이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만큼 더 움직여야하는데, 걱정이다. 나 같아도 정의당 조택상 전 동구청장이 출마하면, 한광원 지역위원장보다 조 전 청장을 찍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조택상 전 동구청장 도전

여당의 텃밭인 중ㆍ동ㆍ옹진에서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기력한 모습이 계속되자, 수도권 최초의 진보구청장이었던 정의당 소속 조택상 전 동구청장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석패한 뒤 두문불출하다가 올해 봄부터 총선 출마를 조용히 준비해왔다. 동구보다 중구에서 더 정치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이달 15일부터 선거운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청장은 중ㆍ동ㆍ옹진지역의 대표적 제조업체인 현대제철 노동조합위원장 출신이다. 중ㆍ동구엔 노동자가 꽤 많이 밀집해있다. 노조 69개가 있고, 노동자 수가 6만 6000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2%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고령층 밀집 지역인 중구에 젊은 층이 증가하는 것도 호재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에 젊은 층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청장은 진보정치인으로서 소신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일부 받지만, 대중 정치인으로서 유연함과 포용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탈한 성격으로 4년 동안 구정을 펼쳐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직 시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야권 지지표가 분산돼 석패했다.

조 전 청장이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일단 낮은 정당 지지도를 끌어올려야한다. 중구와 옹진군에서 인지도가 낮고, 다양한 형태의 지지그룹이 없다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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