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반성, 초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습니다”
“분열 반성, 초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습니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5.11.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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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이만난사람] 김성진 정의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정의당+진보정치단체 3개 ‘통합’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독식해온 정치판에 오랜만에 진보정치세력 통합체가 등장했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진보정치단체인 국민모임ㆍ노동정치연대ㆍ진보결집+(더하기)가 지난 22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통합 선언문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위해 단호히 싸우고, 노동자ㆍ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틀 뒤인 24일 오전,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김성진(55ㆍ사진) 인천시당 위원장을 만나 이번 통합의 과정과 의미, 향후 활동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1980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민주화운동으로 세 차례 구속됐으며, 1990년대엔 인천민주청년회 초대 회장,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공동대표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정당 활동을 시작, 2005년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당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몇 차례 공직선거에 출마했지만, 거대 양당 독식구조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분열을 반성하고 다시 뭉치다

▲ 김성진 정의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진보정당은 그동안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기도 했지만, 그것을 말아먹기도 했다. 국민들은 ‘왜 자꾸 갈라지냐, 보수정당과 뭐가 다르냐’며 진보정당에 등을 돌렸다. 이번 통합은 과거의 잘못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다시 뭉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작이다. 진보정당은 서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물론, 무상의료와 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서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없앨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고,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그것이 실현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기댈 데가 없다. 그걸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니, 다시 기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게 지금 정의당의 몫이다”

김성진 위원장은 이번 통합은 진보정당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2000년 1월 30일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거에서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정당 득표율 13.1%)을 획득해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진출을 이뤄냈다. 하지만 2008년 ‘종북’ 논란으로 일부 세력이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고,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ㆍ국민참여당ㆍ진보신당 탈당파가 통합진보당을 만들었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19대 총선거에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정당 득표율 10.5%)을 얻었다. 그러나 또 분열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과 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신당권파가 탈당해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을 창당(2013년 7월 ‘정의당’으로 당명 개정)했다.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22일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에 앞선 2014년 12월 19일에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판결했다. 진보정당은 이렇게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으며, 그 때마다 국민은 좌절과 희망을 느꼈다.

내년 총선 후 당명 개정하기로

정의당ㆍ국민모임ㆍ노동정치연대는 올해 6월, 노동당과 통합정당 설립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당시 나경채 노동당 대표는 탈당해 ‘진보결집 더하기’를 만들고 9월부터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정의당과 3개 정치단체는 두 달간 당명과 정책, 대의체제에 관해 의견을 조율했다. 그뒤 22일 통합 대회에서 당헌과 정강정책을 채택해 한 조직이 됐다. 통합 논의대상에서 옛 통합진보당 세력은 암묵적으로 제외됐다.

정당 명칭과 관련해선 내년 4월 총선을 치른 뒤 6개월 이내에 당원투표로 새 당명을 정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3인 공동체제로 운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상임대표를 맡고, 김세균 전 국민모임 대표와 나경채 전 진보결집 더하기 대표가 공동대표로 활동한다.

통합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정의당은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을 창당하면서 줄곧 진보정당 통합을 결의했기에, 통합에 반대의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노동당은 진통을 겪었다. 나경채 전 노동당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될 때 진보정치세력 결집을 공약했다. 나 전 대표는 ‘당원투표로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그길로 탈당해 진보결집 더하기를 만든 것이다.

노동정치연대는 약 3년 전부터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세력 결집을 추구했다. 2012년 12월,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에 반발한 민주노총 산하 일부 조직 등이 새로운 노동자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동정치연석회의’를 결성, 이듬해 11월 노동정치연대로 출범했다.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의 약칭이다. 2014년 1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각계 인사 105인이 국민모임 결성을 선언했다. 이듬해 1월 29일 신당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정동영ㆍ임종인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서울시 지방의원 일부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했다. 국민모임은 3월 29일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 4.29 관악구<을>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 전 의원과 이들은 국민모임을 떠났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주축으로 진보정치세력 통합정당 건설을 추진해왔다.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 정의당

통합과정에서 당명과 대의체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통합은 법적으로 당과 당의 통합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정당에 입당하는 방식이 되는데, 3개 조직의 입장에선 전보정치세력들이 집결해 정의당이 아닌 새 당을 만드는 게 통합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통합진보당과 갈라져 정의당을 창당했을 때 아주 힘들었다. ‘통합진보당하고 정의당하고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이 국민적으로 각인된 상태였다. 그것은 아니기에 새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정의당은 뭔데’ 하는 반응이 따랐다. 정의당의 강령과 추구하는 정책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노회찬, 심상정이 있는 당이에요’라고 했다. 인천에선 당시 배진교 남동구청장과 조택상 동구청장이 지명도가 있었으니, 둘을 언급하며 알려나갔다. 민주노동당을 창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다시 그 짓을 해야 하는 거냐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건데, 새 당명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내년 총선 이후 6개월 이내에 당명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 전에 통합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는 수식어를 정의당 앞에 붙인 것이다”

정의당과 3개 진보정치단체는 이번에 통합하면서 대의체계(대의원과 전국위원)를 정의당 48%와 ‘국민모임ㆍ노동정치연대ㆍ진보결집 더하기’ 32%로 구성하고, 새롭게 결합할 세력을 위해 20%를 비워뒀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중앙당과 시ㆍ도당은 합의한 대로 지분을 나누고 구획정리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역위원회에선 많이 힘들 것 같다. 큰 틀에서 진보진영에 속해있지만, 얼마 전까지 지역에서 서로 데면데면했던 사람들이 한 조직에서 서로 마주하고 미래를 도모해야한다. 좋지 않은 감정이나 기억을 씻어내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의원은 일정 수의 당원을 대표하는 것인데, 48% 대 32%라는 합의에 따르면 통합으로 입당하는 수보다 대의원 수를 더 많이 주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통합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게 잘 조정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통합 기세로 총선 승리 태세 구축

▲ 김성진 정의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통합하면서 전국적으로 노동정치연대는 5000명, 진보결집 더하기는 1000명 당원 조직을 목표로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24일 현재 정의당 당원 수는 전국 1만 8000여명(11월 27일 2만명 돌파), 인천 1800여명이다. 인천엔 국민모임은 거의 없고, 노동정치연대와 진보결집 더하기가 있다.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당은 오는 28~29일 당원 연수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당장 몇 명 입당하는가보다는 갈라진 진보정치세력이 통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느끼게 해줘야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홍으로 지리멸렬하는 상황에서 진보 쪽은 다시 뭉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통합을 계기로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현장(주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 들어가면, ‘합쳐서 오라’고 했다. 무관심이나 입당하지 않는 것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 분열할 때 대중도 볼 것 다 봤다. 환멸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거 이해한다. 이번에 통합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통합의 기세로 당원을 조직하고, 노동현장 같은 경우 노조 단위 집단 입당을 추진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20대 총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통합 분위기로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현장을 다시 조직해 총선 승리 태세를 갖추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5% 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많이 나올 땐 10%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정의당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여론조사에서 잡히지도 않았다. 이제 5% 대는 안정적인 것 같다. 총선 때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한 뒤 “민주노동당 시절 인천 당원이 7000명이나 됐다. 지금은 1800여명인데, 서글픈 것이다. 통합하면서 함께 이야기한 건 떠나간 당원부터 먼저 찾아내자는 것이었다. 진보정당에 절망이나 환멸을 느껴 떠났지만, 마음을 내고 함께했던 사람들을 찾아 함께 할 수 있게 하자고 결의했다”고 했다.

또한 당원 수는 줄었지만, 정의당의 대중적 지반과 지평은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국 당원 유형을 보면, 전체 당원 중 절반 정도가 생애 첫 당원(민주노동당 시절 입당)이다. 이들은 전통적 운동권 세력이라 할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듣고 들어오거나,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입당했다. 이러한 당원이 아직은 서울ㆍ경기에 집중돼있기는 한데, 인천 서구 등 북부권역에서 인터넷으로 당원 가입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도에선 시달릴 수밖에 없어
민생 챙기는 정치활동으로 민심 얻겠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진보정치세력이 정의당을 중심으로 뭉쳤다 해도 현행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내년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국회에 입성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안겨주는 소선거구제를 30년 가까이 고수하며 지역주의를 볼모로 철옹성을 쌓아왔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늘 찬밥 신세였다. 최근엔 새정치민주연합마저 지리멸렬해지면서 국회의 정부 견제기능까지 약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존재감 있는 진보정당의 등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하듯이 지지율만큼 의석을 확보하는 게 맞다. 그게 공정한 게임이다. 그러나 현 소선거구제는 정당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권자는 이념이나 추구하는 정책, 가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쪽, 아니면 못마땅한 1등에 대항할 수 있는 2등에 표를 주는 속성을 갖는다. 사표를 최대한 없애는 제도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그런 취지에서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좌절됐다. 소선거구제 아래선 진보정당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끊임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진보정당이 힘을 기르고, 그러기 위해선 민심을 얻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위대한 건 자기네 밥상을 걷어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숟가락만 던질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몇 번을 엎었다. 이제 싸워도 안에서 싸우자는 공감대는 생겼다”고 한 뒤 “민심을 얻는 정치활동에 전념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의당은 최근 ‘통신비 심봤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요금에 기본요금 1만 1000원이 포함돼있는데, 이는 과거 유선전화 시절에 통신선로를 구축을 위해 부과된 요금이니 무선전화 시대에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이 기본요금 부과로 연간 7조원의 수입을 손쉽게 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최근 인하됐다. 수수료율 인하 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이 인천이다. 민주노동당의 의제로 만들고 싸워왔다. 정당마다 자기네가 했다고 하는데, 됐으니 좋은 것 아닌가. 무상의료와 무상급식도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제기했고, 많은 부분 실현됐다. 지금은 인천지역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서민과 노동자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