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지난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연쇄 테러 사건은 엄청난 참사이다. 무고한 시민 130명이 죽었고, 37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금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파리의 테러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이번 테러에 또다시 경악하고, 무고한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ㆍ친지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도한 테러행위를 강력히 반대, 규탄하고 있다.

테러(Terror)라는 단어는 라틴어 동사에서 파생됐다. ‘경악, 공포’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폭력으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를 뜻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테러, 테러리즘’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 시점은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전후이다. 그래서 의례 ‘테러’라는 말은 ‘이슬람, 종교 분자, 극우주의, 이슬람 국가 IS’ 등의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9.11테러가 발생한 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문명의 충돌’을 운운했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에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석유 등의 이권 확보를 위해 저지른 범죄행위는 은폐되고, 그 갈등과 원인의 중심을 종교와 문화로 집중했다. 대다수 매스컴은 자신들이 받게 된 피해에 소란을 떨었고, 그 역사적 경위에서 자신들의 범죄적 사실은 외면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를 ‘미국과 미국민에 대한 전쟁’으로 선포했고, 대중의 맹목적 분노와 국가주의, 애국주의를 선동했다. 그 결과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적 테러리즘의 근본적 원흉은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가한 폭력의 저항이며 반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리에서 일어난 이번 참사, 그리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대규모 보복 테러들은 우리 사회를 더욱 경악과 공포로 내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집단인 IS의 뿌리를 뽑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유엔(UN)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방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할 국가를 선별하고, 이들과 전쟁 불참 국가를 구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같은 소란은 자국 내에서도 드러나는데, 이 전쟁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반대하는 국민들을 이분화한다. 혼란 속에서 소란이 있고, 은폐와 왜곡 그리고 선동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2001년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적 정세의 혼란을 재빠르게 이용하는 한국 내 정세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국내 이슬람 테러조직의 추종자 물색에 요란이다. 응당 필요한 조치와 대처이다. 그러나 공포를 자극하는 움직임보다 사건의 본질과 진실을 폭로하는 노력이 프랑스는 물론 국제사회에 부재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소란의 목적이 저들의 전쟁을 지원하고 군대를 파병하려는 선동이 될까, 우려된다. 2001년 미국이 시작했던 보복 전쟁이 바로 문명과 인류에 가하는 폭력이며 테러의 연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우리가 이 전쟁에 참여한 과오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 테러 사건 이후, 1주일 만에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테러가 발생했다. IS는 로마와 워싱턴 등, 제2ㆍ3의 테러를 경고했고, 이슬람 국가의 무도한 폭탄 테러는 또 다른 위협과 공포가 되고 있다. 반대로, 서방세계가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전쟁 테러, 즉 이슬람 무장 세력의 타도를 명분으로 하는 미국과 프랑스 군대의 물리적 보복은 이슬람 지역의 무차별 폭력으로 위협과 공포를 고조시키고 있다. 양쪽 모두 이성을 상실한 폭력으로 대처하고, 이 폭력에 무고한 사람들만이 희생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란 속에 부재하고 있는 테러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중동 지역에서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학살과 범죄행위들, 즉 이란을 적대시하며 이라크를 이용하고 이라크가 자신들에게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저질렀던 이라크 전쟁, 유고슬라비아의 민족분쟁 개입,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이스라엘의 테러를 묵인하는 서방세계,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정치 개입,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고 있는 서방세계 등, 너무나 많은 역사적 범죄가 은폐ㆍ왜곡되고 있다.

역사적 경위에서 자행된 폭력행위를 폭로하고,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돼야한다. 물론, 이슬람 무장 세력이 가하는 테러 폭력에 대한 비판과 반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들을 분명히 밝히는 과정이 테러 행위에 대한 본질적 사실관계를 이해할 수 있으며, 지속될 테러를 저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테러란, 이슬람 무장 세력의 폭력만을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모한 테러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폭력이 난무한 테러 사회가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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