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노동운동의 메카, 인천의 노동자 교육을 혁신하다 6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노동자 1500만명과 그들의 가족을 단순합산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동자와 직ㆍ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삶의 질이 대다수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노동조건 향상이 경제의 선순환으로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노조 설립과 운영의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학습 소모임을 기본으로 하는 노동자 교육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노동운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와 함께 노동자의 삶은 황폐화되고 있다. 노조 활동의 위축과 노동교육의 부재로 인해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긴지 오래됐으며,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률 상승으로 전체 세대가 고통 받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노동자교육기관’과 함께 현 노동자 교육을 진단하고 21세기에 맞는 노동자 교육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 인터뷰를 정리했다.

단위노조로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지부

[기획취재] 노동운동의 메카, 인천의 노동자 교육을 혁신하다

1. 인천지역 노동자 조직 현황
2. 인천지역 노동자 교육의 현주소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교육사업 현황과 전망
4.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충북지역본부의 교육사업 모범사례
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교육사업
6.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은 약 15만명이다. 소속 지부는 지역 14개와 사업장 4개가 있다. 단위사업장 조합원 수가 5000명이 넘으면 지역 지부에 편재하지 않고 별도로 사업장 지부를 결성할 수 있다.

현재 한국지엠지부ㆍ기아자동차지부ㆍ쌍용자동차지부ㆍ현대자동차지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업장 지부는 규모가 큰 만큼 조직력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우리나라에서 단위노조로는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갖고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중인 7월 25일 노조를 창립했다. 2006년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창립할 때 조합원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로 전환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4만 8000여명인데, 울산에 있는 현대차지부에 2만 5000여명이 있다. 나머지는 아산ㆍ전주ㆍ남양ㆍ판매ㆍ정비ㆍ모비스위원회에 적게는 1400명 정도에서 많게는 7000명 정도까지 분포하고 있다.

▲ 장기태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실장.
현대차지부는 2000년에 처음으로 노동시간에 진행할 수 있는 조합원 교육시간을 1년에 2시간 확보했다. 그 후 점차 늘려 지금은 1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지부장 선거가 있는 해는 상반기에만 8시간 교육을 한다. 그 이듬해는 전 해에 사용하지 않은 4시간을 합친 16시간을 상ㆍ하반기 8시간씩 나눠 사용하고 있다.

지부 교육위원회에 소속된 교육위원은 43명인데, 이중 지부 소속이 23명이고 나머지 20명은 다른 지역이나 업종 위원회 소속이다. 교육은 지부와 지역ㆍ업종 위원회별로 진행한다. 현대차지부 조합원 2만 5000여명을 교육하려면, 매주 5일 동안 한 회당(하루)에 320명씩 하더라도 4개월이 걸린다. 교육 참가는 조합원 의무사항이며, 교육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장기태 지부 교육실장은 “우리 지부의 조합원 교육 참가율은 92% 정도로 높은 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한 뒤 “교육 이수 여부가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조합원 교육을 2년간 받지 않으면 해외연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이수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교육위원회를 신설한 이후부터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다 5대 집행부에서 교육실장을 맡았다.

교육이 힘이고 미래다

▲ 현대자동자지부는 조합원 교육사업으로 회사 근처 시장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집 대문에 우편함을 달아주는 사회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대차지부 5대 집행부의 교육사업 슬로건은 ‘교육이 힘이고 미래다’이다. 내적으로는 노동자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하며, 밖으로는 지역주민들에게 사회봉사활동을 벌이면서 노조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교육 사업을 진행했다.

장 교육실장은 “예전에는 8시간 교육을 강당에서 진행했는데 조합원들이 무료해해, 3대 집행부 때부터 오후 교육은 야외에서 진행했다. 특히 5대 집행부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다양한 방식의 예로 ▲일방적 강의가 아닌 쌍방향 소통의 ‘임원과 즉문즉답’ ▲ 토크 토론 형식의 ‘금속 의무교육’ ▲2004년 이후 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성화 교육’ 등을 이야기했다.

“오후에는 5~6개 팀으로 나눠 야외교육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힐링 차원에서 자수정동굴나라, 경주 추억의 달동네, 경주 힐링테마파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작년부터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대별 교육’과 ‘사회봉사활동’이다. 세대별 교육은 ‘정년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외부 강사의 강의를 준비했고, 사회봉사활동은 회사 근처인 염포동 신전시장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사랑의 우편함 500개를 만들어 집 대문에 달아주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노조가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구나’ 하며 좋아하고 노조에 감사패도 줬다. 조합원들도 사회적 책무를 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꼈다”

이밖에 2000년부터 실시했다가 중단한 ‘노동대학’을 2014년부터 ‘노동자 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2박 3일 열었다. 45세 이하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 학교는 강의와 토론, 발표 등을 통해 개인 역량을 높였으며, 이는 곧 노조의 역량강화로 이어졌다.

인천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국지엠지부

▲ 한국지엠지부의 ‘지부·지회 교육담당자와 교육위원회 교육 사업 평가 수련회’ 장면.<사진제공·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지부는 1963년 7월 설립한 전국운수노조 자동차지부 신진자동차분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3년 회사 명칭이 대우자동차로 바뀌면서 신진자동차분회는 전국금속노조연맹 대우자동차노조로 변경됐다.

1985년 부평공장 노동자 2100여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1년 2월에는 조합원 1750명이 정리해고 돼 1년 넘게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벌였고, 이들은 이듬해부터 순차적으로 복직됐다. 2005년 10월, 법인명이 대우자동차에서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로 변경됐고, 2006년 6월 대우자동차노조는 현대차지부와 마찬가지로 전국금속노조의 지부로 전환했다.

한국지엠지부 조합원은 현재 1만 4000여명이다. 지부가 있는 부평공장에 6000여명, 창원ㆍ군산ㆍ정비부품ㆍ사무지회에 8000여명이 있다.

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는 1999년에 신설됐는데, 당시 명칭은 교육선전위원회였다. 소단위 조합원 교육을 진행했고, ‘5분 메아리’라는 교육선전지도 발행했다. 2001년 정리해고 등, 내외적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2006년 ‘선전’을 분리해 교육위원회로 개칭, 보다 안정적인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부 교육위원 27명과 지회 교육위원 23명으로 구성돼있다.

마이크 함부로 잡지말자

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는 지부 집행부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있다. 현대차지부의 경우 교육위원회를 담당하는 교육실장이 지부장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선출돼 사업의 연속성이 없을 경우가 생기지만, 한국지엠지부의 경우 교육위원회가 총회를 거쳐 추천한 사람을 지부 집행부 교육부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제도를 갖춰, 일관된 사업이 가능하다.

조합원 교육시간은 1년에 12시간인데, 1990년 단체협약 체결로 이뤄졌다. 다른 노조보다 빨랐다. 조합원 교육은, 교육위원이 강사가 돼 강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강의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 조합원을 교육위원으로 모집한다.

▲ 차형석 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 지도고문.
최근 총회에서 교육위원회 지도고문을 맡은 차형석 전 교육위원장은 교육위원들에게 ‘마이크를 함부로 잡지말자’고 강조한다. 강사랍시고 조합원들 앞에서 우쭐댈 게 아니라, 조합원들보다 더 근면성실하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교육위원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기에 미안함을 가지라는 뜻도 내포돼있다.

“교육위원회에 가입하려면 ‘각종 외부 위탁교육에 80% 참여, 교육위원회 10시간 의무교육 참여, 정기회의나 노조 행사ㆍ집회에 3회 이상 불참 시 자동탈퇴’ 등의 조항에 동의해야한다. 가입신청서를 내면 교육위원회 임원과 면담 후 선발한다. 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신발을 꺾어 신지 않고, 복장을 단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교육위원의 기본자세다. 군사문화하고는 다르다. 내 대신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원 교육시간은 상ㆍ하반기 소단위(50~60명) 교육에 4시간씩 도합 8시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4시간은 노조 관련한 교육에 적절히 사용한다.

차 전 교육위원장은 “교육위원회 활동의 핵심은 교육위원들의 성장이다. ‘4시간 교육’에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도 하지만, 그중 1시간 이상은 정세와 현장 상황에 맞는 교육을 교육위원이 직접 교안과 교재를 만들고 강의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 몰라보게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지부 교육위원회는 지회 교육위원까지 모두 모이는 연석회의를 열어 강사교육을 실시하고 공동교안을 작성해 공동교육을 진행한다. 물론 신입 교육위원은 바로 강사를 할 수 없으며, 몇 년간 선배 교육위원의 활동을 배워 강사활동을 시작한다. 강사활동을 처음 하는 교육위원은 가족 앞에서 시범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교육위원들의 열정과 헌신은 조합원 교육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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