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의원, “규정도 없이 경찰청장 지침으로 물대포 직사”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도 금지하고 있는 물대포를 경찰이 국민을 향해 직접적으로 발사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령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경찰은 “불법 해상시위를 해산시키거나 정선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선박을 정지시키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는 현장 책임자의 판단에 의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경비함정의 물포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사람을 향해 직접 물포를 발사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새정치민주연합, 인천남동구 갑) 의원은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 대응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에 출석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시 물대포를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발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시위대에 직접적으로 물대포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쇠파이프와 망치, 도끼 등을 가지고 상시적으로 우리 해경을 위협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선원들에게는 사용하지도 못하게 한 물대포를, 집회ㆍ시위 참가자들에게는 마구잡이로 사용하게 허용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과 2011년 경찰의 살수차 사용기준에 대해 ‘부령(=행정 각부의 장관이 관장하는 사무에 관해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을 발하는 명령)’ 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으나, 경찰이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시위가 극심했던 2008년 촛불시위 이전에는 경찰청 내부 규정인 경찰청 훈령 ‘경찰 장비 관리 규칙’에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대인 발사 금지 규정이 있었다.

박 의원은 “그런데 경찰청은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물대포 남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 이 규정을 삭제했다. 그 뒤 경찰청장 지침인 ‘물포 운용지침’(이 지침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음)에 위임했다.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경찰청장 지침을 토대로 ‘물대포 사용이 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책무가 있는 경찰이 오히려 위해성 장비의 사용기준을 낮춘 게 문제가 있으며, 이 같은 물대포 직사 허용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08년 촛불시위 전 까지 물대포 관련 규칙에는 20m 이내에 있는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 직접 살수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었다. 광우병시위를 거치면서 경찰이 이 조항을 뺐다. 경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신명 청장은 “그때 당시 시위 양상이 과격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농민 백남기씨를 중태에 빠지게 한 살수차의 수압이 14bar(3000rpm) 이하라고 밝혔으나, 박 의원은 경찰이 2005년 조달청에 의뢰한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살수차 규격에 나온 물펌프 수압이 이보다 2.8배 높은 최대 40bar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당시 규격서가 잘못됐다”며 “살수차에 실제 장착된 물펌프의 최대 수압은 14bar”라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2014년 경찰청이 2005년식 구형 살수차를 수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조달청에 올린 규격서에도 여전히 물펌프의 수압은 최저 20bar, 최고 40bar로 돼있다. 경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구입 당시 살수차의 사양과 장착된 펌프의 시험성적서가 필요하다. 경찰에 이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14bar의 수압도 사람에게 치명적인데, 이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강도의 수압기준을 버젓이 경찰 규격서에 명시하고 있다. 경찰이 국민의 인권 보호에 얼마나 안이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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