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양관방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시민공청회

▲ 강화 해양관방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시민공청회가 지난 17일 강화교육지원청 미래교육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렸다.
“인천 가까이에 있는 개성을 노천 박물관이라고 한다. 강화는 50년 전부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려졌다. 이제는 강화에 지붕을 씌워줘야 한다. 자유롭게 누구나 유적을 볼 수 있게 지붕을 씌워야 하는데, 그 지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다”

김락기 강화고려역사재단 사무국장이 ‘강화 해양관방유적(진ㆍ보ㆍ돈대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시민공청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17일 오후 3시, 강화교육지원청 미래교육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열린 시민공청회는 <인천투데이>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이 공동주관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창의주도형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공청회는 ‘강화 해양관방유적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 대한 김락기 사무국장의 발제와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어떻게 협력해나갔는지’에 대한 원준호 경기문화재단 유산기획실장의 구체적인 사례발표, 그리고 지정토론과 강화군민과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김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강화 해양관방유적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유적(관련기사 2015.8.3.)인지와 유네스코 등재로 인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천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강화 고인돌을 예로 들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나서 국비로 유적 주변의 땅을 매입해 잘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 해양관방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유적을 잘 보존하고 주민들에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등재 신청 대상 유산은 강화돈대ㆍ강화산성ㆍ강화외성ㆍ문수산성ㆍ삼랑성ㆍ해안포대ㆍ봉수대ㆍ요망대 등이다. 세계적으로 방어를 위해 웅장한 요새를 쌓은 곳은 많지만, 섬 전체를 둘러서 방어한 곳의 유산은 전 세계에서 강화가 유일하다고 김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세계유산 등재와 지역주민 공존

원준호 경기문화재단 유산기획실장은 지난해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5년의 과정을 설명하며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남한산성은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열한 번째다. 그러나 등재를 신청하고 예비실사와 본실사를 끝내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인 작년 2월, 남한산성 일부 주민이 등재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유네스코에 보냈다. 각종 행정규제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하고 현재 행해지고 있는 불법행위 단속을 중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원 실장은 “산성 내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음식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수십 년간 규제를 안 해 불법영업을 해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단속될까봐 두려워했다”며 “규제행위(=단속)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규제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주민공청회 등으로 사실과 다른 소문을 바로 잡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의식을 변화시켰다. 주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과 함께한 사업으로는 참여 사업인 문화유산탐방과 지킴이 활동, 협력사업인 마을신문 발간ㆍ산성마을기록사진전ㆍ음식문화 개선사업 등이 있으며, 교육 사업은 주민 역사 강좌ㆍ문화재 지도 만들기 등을 벌였다.

여기에 ‘세계유산 공부방’ 블로그를 만들어 역사의식을 높이고 세계유산지 선진마을도 답사해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했다.

원 실장은 “남한산성 등재를 추진하기 전 설문조사를 했는데 적극적으로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많았지만, 관심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남한산성 아래서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성곽에 한 번도 안 올라 본 사람도 있었다. 등재 추진위원회는 주민과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고, 등재 이후 규제에 대처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고 한 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경기문화재단은 등재를 추진한 인력들을 5년간 인사이동 없이 처음부터 등재가 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보장했다. 중요한 건 관련 단체를 일원화하는 거다. 강화의 경우 김포시와 경기도와도 협의가 필요한데, 전담조직을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민 재산권 침해하지 않는 등재 방안 마련해주길”

이날 시민공청회에 참석한 일부 주민은 “제대로 된 공청회를 하려면 관련 책임자인 인천시나 강화군 담당자가 배석해야하는데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인사만 하고 갔다”고 관계공무원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지정토론 시간에 윤여군 <강화뉴스> 발행인은 “형식적인 공청회가 아닌 등재가 추진됐을 때 재산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등재에 찬성하지만,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자유토론 시간에 강화군민 A씨는 “정년퇴직 후 노후에 편하게 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 전 돈대 근처에 땅을 구입하자마자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규제됐다. 남한산성이나 수원화성도 주민들이 사는 곳은 보호구역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 주민들이 보호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일방적으로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충분히 토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화군민 B씨는 “문화재 보호구역이 1구역에서 4구역까지 있고, 구역에 따라 규제가 다르다. 보호구역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돈대들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어떤 기준으로 규제하는지 이해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 인천시 지정문화재는 시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 문화재 심의위원회에서 최근에 규제와 관련한 용역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결정했다. 주민들과 소통이 부족한 것에 화가 난다”고 했다.

이밖에 ‘돈’과 ‘돈대’를 혼용해 명칭을 관청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강화도 유적의 세계사적 의미를 더 살렸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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