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3만대→2019년 43만대?

<2015.11.19. 12:00 기사 수정>

▲ 마산항에서 수출 선적 대기 중인 쉐보레 스파크.<사진제공ㆍ한국지엠>
‘신흥국 출신 세계 최대 다국적기업으로 떠올랐던 대우그룹은 1997년부터 시작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대우가 신흥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전개한 자동차 생산 공장 투자를 부실로 단정하고 대우그룹을 해체시켰다.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이하 지엠)는 2008년부터 시작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도산 위기를 맞았는데, 미국 정부는 2009년 지엠을 인수하고 유동성 자금을 무제한 공급해줬다. GM은 4년 만에 회생했고, 미국 정부는 투입자금의 80%가량을 회수했다’

책 ‘김우중과의 대화(북스코프. 신장섭)’의 프롤로그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엠이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있었다고 했다. ‘2002년 10월 지엠이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인수했고, 이 금액은 지엠이 1999년 12월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보낸 비밀 인수 의향서에서 제시한 가격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우와 합작 협상을 진행할 때 지엠이 제시한 가격의 20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에 대우를 팔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1999년 8월 워크아웃이 결정됐고, 2001년 가을 최종 부도 처리됐다. 당시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협상에서 지엠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다가 2002년 4월 헐값으로 대우차를 지엠에 매각했다.

지엠에 효자 노릇한 한국지엠 이젠 ‘팽’?

지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해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권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341만 2714대를 판매해 2013년보다 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쉐보레와 GMC의 대형 픽업트럭과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Escalade)가 판매량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한 지엠은 중국시장에선 353만 9972대를 판매, 2013년 대비 12%의 판매신장률을 보였다. 뷰익 엔비전(Envision) 프리미엄 중형 SUV, 캐딜락 ATS-L 럭셔리 스포츠 세단 등 다양한 신차와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이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지엠이 중국에서 거둔 성과는 사실상 한국지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에서 후발주자였던 상하이지엠(GM의 중국 합작사)은 중국시장 1위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했다. 2010년 중국에서만 230만대를 팔았다. 그리고 5년 만에 120만대를 추가해 350만대를 팔았다. 이를 견인한 건 크루즈와 스파크다. 2000년 매출의 70%를 차지한 차는 쉐보레 크루즈다. 이 차는 대우차가 개발한 누비라(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한 뒤 라세티로 명칭 변경)를 사실상 이름만 바꾼 것이다. 스파크 역시 대우의 ‘마티즈’에 기반 해 생산한 차다. 이 중소형 차량들은 급성장한 중국 소비자 소득수준과 취향에 적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의 지엠을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한국지엠의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라 할 수 있다. 대형 차 위주로 생산한 지엠에 한국지엠의 중소형 차량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은 효자노릇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지엠은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계속적으로 줄여나가면서 한국지엠을 단순 하청 생산 기지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의 쉐보레 물량 유럽 철수나 부평1ㆍ2공장 통폐합 시도 등도 단순하청생산기지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 한국지엠 생산물량을 2019년까지 43만대 수준으로 줄여 나가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2009년 92만대→2019년 43만대 계획?

<인천투데이>인 최근 입수한 문건을 보면, 지엠은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우려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를 비롯해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 등도 꾸준히 제기했다.

한국지엠은 부평ㆍ군산ㆍ창원공장에 완성차 90만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완성차 80만대와 CKD(=반조립 제품) 120만대 분량을 줄곧 생산해오다가 몇 해 전부터 생산량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한국지엠에서 작성한 문건 ‘MTP Vehicle Production Volume(SUP+SKD)’을 보면, 지엠은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완성차 기준으로 63만 532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2016년 60만 4102대, 2017년 58만 2844대, 2018년 50만대, 2019년 43만 6565대를 생산할 계획(표 참고)을 수립했다. 2009년 92만대를 생산한 것을 감안하면, 생산물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고용 불안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공장에선 2016년 약 33만대 생산을 유지하다가 2017년 약 28만대로 줄일 계획이다. 그 이후에도 물량을 줄이는 생산계획을 잡았다. 2018년 약 23만대, 2019년 약 17만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고용인원이 줄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들도 직격탄을 피해가기 어렵다.

▲ 한국지엠의 소형 SUV 트랙스(Trax) 디젤. 프리미엄 1.6리터 고성능 친환경 디젤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9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 트랙스 생산물량은 2019년 10만대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부평공장 생산물량 점차 감소 예상

이 문건을 보면, 한국지엠은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베오와 트랙스 물량을 점차 줄이는 것으로 계획했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캡티바는 2018년부터 생산하지 않을 계획이고, 말리부를 내년까지만 생산하는 동시에 내년부터 말리부 후속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부평2공장의 생산물량 역시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한국지엠이 시도한 부평1ㆍ2공장 통합은 이런 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군산공장의 경우 올란드를 2017년까지만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한국지엠 경영진은 이런 장기적 생산물량 계획을 아직 노동조합과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18일 “생산물량 축소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달 19일 회사와 내년도 경영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 생산물량을 가지고 노사가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 생산물량에 대해선 대화를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차를 배정받아야하지만 녹녹하지 않고, 수출 지역도 제약을 받고 있다. 중동, 아시아와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이상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수년 전부터 단순하청생산기지화가 거론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나 산업은행 등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에 지엠은 자신들의 계획에 맞춰 생산물량을 서서히 줄여나갔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해선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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