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훈 교사가 전하는 ‘부모가 알아야 할 학습의 원리’⑨

지금까지 ‘부모가 알아야 할 학습의 원리’에서 소개한 내용은 주로 어린이집 원생이나 초등학생 부모를 위한 것이 많았다. 돌아보니, 내가 초등학교 교사여서 그런지 글이 약간 편중된 것 같았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중ㆍ고등학교 학생과 부모를 위해 기존 교육학과 심리학 연구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학습방법’을 소개하고자한다. 지난 12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앞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한다.

먼저 적응이 필요하다

▲ <출처·Wikimedia Commons>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자신에게 꼭 맞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에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익숙해지기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점점 익숙해지고 마침내 숙달돼 공부하는 습관으로 굳어지면 놀라운 성적 향상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세련되게 ‘숙달’되는 ‘훈련’이 중요하다. 학습방법을 익히는 과정은 마치 연장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다루는 기술자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나에게 꼭 맞는 학습방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수정하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먼저 출발은, 익히고자 하는 학습방법을 두 번 정도 연습 삼아 실천한다. 그리고 그 원리에 충실하게 일부 수정한다.

두 번째는 시간을 더 늘려 반나절 정도 학습방법을 다시 실천하고 다시 일부 수정해 하루 정도 그 방법에 맞춰 학습한다. 즉, 과학적 근거(evidence-based)가 확실한 학습방법을 훈련해 점점 자신의 학습방법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점차 하루 이틀 늘려가면서 일주일 정도를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우리 생활이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기간의 작은 성공은 향후 계속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공부 방법, 메타 인지(Meta-cognition)

현대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은 메타 인지(Met acognition)를 활용하는 학습방법이다. 영어사전에서 ‘메타’(meta)는 상위 또는 초월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메타인지라는 의미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위에서) 아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자 Schoenfeld는 메타 인지를 ‘인식에 대한 반성(reflection on cognition)’ 또는 ‘자신의 사고에 대한 사고’로 설명했다. 그리고 메타 인지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째 사고에 대한 지식, 둘째 제어와 자기조절, 셋째 신념과 직관으로 범주화해 정리했다.

우선 첫째 ‘사고에 대한 지식’이라는 의미를 소개하면, 이것은 자신이 ‘사고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술했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즉, 학생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공부를 마친 이후에 다시 자신의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학생은 ‘정말 내가 알고 있는가?’ ‘아, 내가 이건 불명확하게 알고 있었구나!’ 등을 깨닫는다.

영어로는 ‘모니터링(monitoring)’하는 것이고, 우리말로는 공부한 내용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부한 것을 ‘자신 또는 타인에게 설명’하는 일종의 ‘셀프 테스트(self-test) 과정’ 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복 학습인가? 자기 점검인가?

▲ KBS 시사기획 ‘창’ - ‘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에 대한 공부의 일부 내용.
이와 관련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KBS 다큐멘터리 ‘시사 창’에서 소개했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두 가지 연결된 단어를 50개 외우게 했다. 그리고 이후 그 학습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공부하는 ‘재학습’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답하는 ‘셀프 테스트’, 이 두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사실 채점 전에 학생들의 자체 예상 점수는 재학습 집단이 더 높았다. 하지만 실제 점수는 셀프 테스트 집단이 평균 53점으로 재학습 집단의 평균 43점보다 10점이나 더 높았다.

그리고 과연 ‘어떤 집단이 오랫동안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가?’ 즉, 장기기억 실험도 했다. 공부한 다음에 다시 공부를 선택한 ‘공부-공부팀’과 공부하고 예비 시험을 본 ‘공부-시험팀’을 서로 비교했다. 5분 후에 평가한 결과, ‘공부-공부팀’은 평균 61점, ‘공부-시험팀’ 은 평균 55점이 나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주일 후다.

다시 평가를 실시해보니, ‘공부-공부팀’은 평균 45점으로 무려 16점이나 하락했다. 하지만 ‘공부-시험팀’은 평균 53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메타 인지를 활용해 공부한 학생들은 공부한 내용이 장기기억에 보관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반복학습을 한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은 대부분 단기기억에 있다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암기 과목 만점의 비결?

메타 인지에 관한 나의 경험담이 있다. 학생 때 쓰던 나만의 비빌 학습방법이 메타인지를 활용한 것이었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오늘날 역량중심 평가인 수능과 달리, 그 당시 암기 과목은 시시콜콜하게 나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당시 암기 과목은 국사ㆍ윤리ㆍ세계사(또는 사회)ㆍ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ㆍ생물, 이렇게 5개 과목 정도다. 나의 모의고사 점수는 약간 기억이 희미하지만 1년 내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대부분 만점이거나 5개 과목을 합해 2~3개 문제 정도 틀리는 수준이었다.

중얼 중얼 스스로 설명하고-묻고-답하기

나의 비결을 요약하면 ‘40분 공부, 꼭 10분 휴식’이다. 나의 학습태도를 보고 언젠가 형은 “이놈은 공부 좀 하나 하면 언제나 놀고 있다”고 타박을 주기도 했다. 사실 나는 40분 공부하고 휴식 10분 중에 5분은 진짜 휴식하고, 나머지 5분은 공부한 내용을 중얼 중얼 혼자 ‘설명하면서 정리하고’ 또 다음 단계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묻고 답하는 활동’을 했다. 이렇게 하면 일단 공부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질문하면서 내가 모르고 있거나 불분명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점점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그냥 무심코 넘어갔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스스로 설명하고-묻고-답하는 과정으로 단순 암기보다는 논리적 구조에 맞게 이해하고 적용하며 또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더 깊이 알게 된다. 이것이 나름 내가 가지고 있던 암기 과목 만점의 비결이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일종의 메타 인지 학습이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는 앞에서 소개한 실험과 같이 학습한 내용을 다시 꺼내는 즉, 기억 속에서 다시 ‘인출’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이렇게 인출하는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 임시로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서 사리지지 않는 장기기억(long term memory)으로 지식이 옮겨져 보관된다.

세계 최고 유태인 학습법 하부루타(Havruta), 사실은 메타 인지 학습

사실 메타 인지는 암기 과목뿐만 아니라 절대(궁극, ultimate study tool) 학습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태인 학습법이다. 유태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도 안 된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2%가 유태인이다.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의 50%가 바로 유태인이었다. 그들의 학습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EBS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유태인의 학습방법이 바로 ‘하부루타(Havruta)’다.

하부루타는 두 명이 서로 짝을 이뤄 학습한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질문한다. 바로 메타 인지를 형식화한 전통적인 학습방법이다. 또한 하부루타 역시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하기보다는 엄청나게 시끄러울 정도로 서로 격렬하게 설명하고 묻고 토론한다. 나도 언제나 조용히 공부하는 방법보다 중얼중얼 혼자 설명하고 묻고 답하는 학습방법을 선호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조용히 공부해야하는 도서관이나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너무 싫어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는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것으로 만드는 비결은 무엇?

최근 메타인지를 활용한 학습법은 다양한 교과에서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특별히 주목받고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Number Talk(수 대화)’가 연산 유창성과 수학적 사고와 문제해결 전략에서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알고 보면 ‘Number Talk’ 역시 일종의 메타 인지 학습이 깊이 적용돼있다. 아마 이곳저곳에서 이름은 다르지만 효과 있다고 말하는 학습방법의 대부분은 메타 인지가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궁극의 학습법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실천이다. 다시 설명하고!-질문하고!-답하라!

※김중훈 시민기자는 인천운서초등학교 교사이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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