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노동운동의 메카, 인천의 노동자 교육을 혁신하다 4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충북지역본부의 교육사업 모범사례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노동자 1500만명과 그들의 가족을 단순합산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동자와 직ㆍ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삶의 질이 대다수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노동조건 향상이 경제의 선순환으로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노조 설립과 운영의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학습 소모임을 기본으로 하는 노동자 교육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노동운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와 함께 노동자의 삶은 황폐화되고 있다. 노조 활동의 위축과 노동교육의 부재로 인해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긴지 오래됐으며,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률 상승으로 전체 세대가 고통 받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노동자교육기관’과 함께 현 노동자 교육을 진단하고 21세기에 맞는 노동자 교육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교육 사업을 살펴봤다. 다음 호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지역일반노조의 교육 사업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총파업 찬반투표율 압도적으로 높아

[기획취재] 노동운동의 메카, 인천의 노동자 교육을 혁신하다

1. 인천지역 노동자 조직 현황
2. 인천지역 노동자 교육의 현주소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교육사업
현황과 전망
4.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충북지역본부의
교육사업 모범사례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말일까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산업ㆍ지역별로 이뤄진 이 찬반투표의 투표율은 평균 50%를 조금 넘었다. 충북지역본부는 소속 단위노조 168개 중 137개가 참여해 투표율 82%를 기록했다. 투표 참가자는 재적 인원 2만 3793명 중 1만 7050명이다. 이중 94%가 총파업을 찬성했다.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소속 단위노조 위원장 A씨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충북본부의 투표율은 대단한 것이다. 어려운 조건에서 그런 투표율을 조직한 간부들이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단위노조 위원장 겸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최경천씨를 지난 2일 충북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사무처장은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투표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대해 잘 모르고 총파업을 반대하는 곳도 있었다. 지역본부에서 혼자 교육 사업을 담당하다보니 많이 부족했다”며 오히려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아쉬워했다.

필요한 교육, 쉽게 하려고 애써

▲ 최경천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
충북지역본부는 조합원 기본교육, 노조 간부교육, 교섭위원 교육 등, 다양한 대상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강사는 지역본부 사무처장 겸 교육홍보국장인 최씨가 맡는다. 충북지역본부에서 상근하고 있는 간부는 한기수 지역본부 의장과 최 사무처장이 전부다. 여기에 여직원 한 명이 사무실 운영을 돕는다. 그나마 최 사무처장은 오전에는 단위노조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 본부로 출근한다. 반(半)상근 형태다.

“충북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내가 다 한다. 교재도 직접 만든다. 교수나 전문가 등의 외부 강사는 학문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이 어렵다. 외부 강사를 섭외하더라도 노동현장의 정서를 제대로 알고 교육해 달라고 신신 당부한다”

충북지역본부의 조합원 수는 현재 2만 5000여명이다. 10년 전에는 1만 7000명 정도였다. 최 사무처장은 교육 사업으로 조합원 수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정부의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충북지역본부는 많은 대비를 했다. 조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조합원 교육뿐만 아니라 신생 노조 건설을 위한 교육을 많이 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선언하고 정부의 노동 개악에 합의했다. 한국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흔들렸다. 노동자 정체성을 제대로 알게 하는 기본교육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것도 어렵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조합원들 중 중ㆍ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이 많다. 아주 쉽게 해야 한다”

교육사업 잘하면 노조가 단단해진다

최 사무처장은 단위노조 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교육을 안 하는 경우와 교육에 집중하는 경우를 다 봐왔는데 교육을 하면 조합원들이 변하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 음성지역에 있는 노조인데, 새 위원장이 당선되기 전에는 교육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단위사업장(이하 단사)이었다. 노조 집행부가 바뀌고 조합원 기본교육에서부터 집행간부 교육까지 부르는 대로 가서 교육했다. 임금이 올랐고, 단결 잘 하기로 소문난 노조가 됐다. 우리 지역에 이런 사례가 꽤 있다”

충북지역본부는 2년에 한 번씩 신임 대표자 교육을 진행한다. 2년 간 새롭게 단위노조 위원장이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이밖에 매해 ‘진행자 교육’이라는 걸 한다.

“어떤 단위노조에서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현수막 내용이 엉망이고 노동가요도 틀리게 부르더라. ‘우리가 잘못 가르쳤다. 무조건 우리 잘못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행사 진행순서부터 노동의례, 행사장 꾸미는 것 등, 행사 진행자가 알아야할 모든 것을 교육했다”

최 사무처장은 2005년 지역본부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후 피아노를 전공한 부인의 도움을 받아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민중가요를 가르쳤다. 그가 시도하고 있는 여러 교육은 민중가요 교육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떻게 노동운동을 대충 하겠는가?”

▲ 최경천 사무처장이 조합원들이 알기 쉽게 쉬운 표현으로 손수 만든 교육 자료.
2005년 6월 14일, 특수고용직 노동3권을 외치며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던 김태환 충주지부장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

“사고 당일 아침 김태환 지부장이 내게 연대투쟁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사람들을 급하게 조직해서 갔는데 내 눈앞에서 사고가 났고 쓰러지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내가 어떻게 노동운동을 대충할 수 있겠나? 그러나 지금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나아진 게 없어 안타깝다”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한도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ㆍ산업안전ㆍ고충처리 등 노무관리적 성격이 있는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 시행 이후 노조 상근자가 줄어 많이 힘들다고 말하는 최 사무처장은 노조 상근자는 줄어들고 있는 이때 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자는 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또한 노조에서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운동도 변해야한다. 노동자의 정체성은 갖되 노동운동의 방식은 다양해져야한다. 사용자 쪽을 적대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한다. 내가 있는 회사가 경기도에서 충북으로 이전하면서 직원 이혼율이 급증했다. 회사에서는 가정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외부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을 교육했다. 이혼율이 줄었고 제품의 품질도 좋아졌다”

최 사무처장은 교육을 하러 갈 때 꼭 단위노조 위원장에게 그곳의 상황을 먼저 듣는다. 왜 단결하고 투쟁해야하는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상황에 맞게 교육하기 위해서다. 또한 선물로 양주를 준비해가기도 한다.

“남성 조합원들이 양주를 좋아한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는 지혜도 필요하다. 충북지역본부는 빤한 교육이 아닌 다양한 교육을 한다. 예를 들면 충북지역 경제교육센터의 지원을 받아 주식과 부동산 관련 교육을 하기도 한다. 지역 의사들을 초청해 건강관리 교육도 한다. 올해는 부부관계나 가정문제를 해소하는 교육, 아버지학교 등도 하려한다”

투명한 노조, 더 탄탄한 노조의 힘도 역시 교육

▲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실이 있는 충청북도근로자종합복지관 건물.
최 사무처장이 사무처장직을 맡기 전에는 지역본부 의장단 회의든 운영위 회의든 그 결과를 조합원들은 몰랐다.

“내가 사무처장으로 임명되고서 모든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회의 결과를 단위노조에 팩스로 보내기도 했다. 지역본부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아니까, 지역본부 행사 참여율이 높아졌다. 노조는 특별한 조직이다. 수평적인 조직구조이지만 위원장의 권한이 90%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위원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지역본부에서 대표자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대표자 교육을 지역본부로 오라고 해서 진행했는데, 내년에는 지부로 찾아가서 할 계획이다. 의식이 깨어있는 위원장이 많을수록 연대투쟁이 잘 된다. 지금은 단사투쟁만으로는 이기기 어렵다”

2010년 대한펄프노조에서 한 달간 투쟁했을 때 충북지역 노조들이 자발적으로 투쟁기금 4000만원을 모았다. 단위노조 80여개는 연대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충북지역 곳곳에 걸었고 연대투쟁에 함께 했다. 이길 수밖에 없었다. 지역본부에서는 이 투쟁이 왜 이겼는지를 교육 자료로 만들어 조합원들을 교육했다.

그 후 지역본부 산하 단위노조에서 투쟁하면 조합원들은 기금을 모아주고, 현수막을 걸고, 집회에 참여한다. 그 전통으로 베스킨라빈스를 만드는 서희산업노조에서 투쟁했을 때는 기금과 물품지원까지 합친다면 1억원 정도의 연대기금을 모았다. 최 사무처장은 이 또한 교육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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