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보유한 비(非) 금융회사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안을 발표해, 한국지엠 지분 매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지엠 지분 매각도 검토한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국지엠 안팎으로 시끄럽다.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지역 국회의원 일부도 내막과 동향을 알아보려고 움직이고 있다. 한국지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부평공장 종사자 만해도 1만명이 넘고, 인천지역 1차 협력업체만 50여 곳에 이른다. 군산공장과 창원공장, 그리고 부품 제조ㆍ판매ㆍ정비ㆍ할부금융ㆍ보험 등 연관산업까지 생각하면,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아주 크다.

산은이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자회사인 한국지엠을 어떻게 하든 우리나라에서 견제할 장치가 없어지는 데 있다. GM이 현재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은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해 82.98%다. 산은은 나머지 지분 17% 정도를 가지고 있음으로서 한국지엠의 경영 등과 관련해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즉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산은은 현재 한국지엠 이사회에 이사 세 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한국지엠이 독자 개발하거나 GM과 공동 개발한 차량기술의 소유권 또는 사용권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한국지엠을 두고 GM의 ‘먹튀(=먹고 튀어)’ 논란은 지속돼왔다.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춘 GM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의 여러 나라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고, 필요에 따라 각 생산 공장의 물량을 조절해왔다.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 유럽 철수 결정으로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먹튀’ 논란이 더욱 부각된 것은 일례이다. 한국지엠 경영과 관련해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을 경우, 쌍용자동차 사태처럼 기술유출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GM이 산은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 인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온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은은 과거에 한국지엠 지분의 28%까지 소유했지만, GM이 한국지엠 주식 4219억원 어치를 유상증자하면서 소유 지분율이 감소해 비토권을 잃었다. 당시 ‘먹튀’ 논란이 거세지자, GM은 비토권 행사 가능 지분율을 15%로 낮췄는데, 이 또한 상기해야한다.

산은이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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