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사실상 ‘관제 데모’인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 이전 반대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을 막기 위해서였다.

‘힘 있는 시장’이 해경본부 존치 선두에 나섰고, 이 ‘힘 있는 시장’에게 인천의 여야, 진보와 보수, 모든 진영이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전을 막지 못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일축했고, 유정복 시장은 ‘이전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유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윤상현 청와대 전 정무특보는 인천 남구<을> 국회의원이다. 그는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박 대통령과 가깝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5선 국회의원이다. 그런데도 해경본부 이전을 막지 못했다.

해경본부 이전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이전이 결정된 이후 더 분주하다. 이상하다. 결정되기 전에 대비해야 했는데, 말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려운 대목이다.

인천시와 지역 국회의원 등은 지난 3일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여ㆍ야ㆍ민ㆍ정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힘 있는 시장’을 비롯해 인천의 힘 있는 여권 실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지역 국회의원들이 챙겨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12명 중 5명만 참석했다. 맥이 빠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나름 대책을 세웠다. 새누리당 홍일표(남구 갑) 국회의원이 주축이 돼, 세종시 이전의 근간이 되는 ‘행복도시법’을 문제 삼고 있다. 행복도시법에 안전행정부라고 돼있지, 국민안전처라고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남동 갑) 국회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해경본부 이전비용 관련 정부 예산안 심의를 보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속한 새누리당 박상은(중동옹진)ㆍ안상수(서구강화 을),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계양 을) 국회의원 등에게 예산 심의 보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충청권 의원들은 더 분주하다. 행정자치부를 제외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데 법적 기반인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또한 행정자치부까지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안까지 제출했다.

인천 정치권의 늑장 대응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은 인천시에 있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쌓이고, 가장 많은 현안이 모이는 곳은 인천시이지, 국회의원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자치부는 유 시장이 장관을 지냈던 곳이고, 유 시장 스스로 후임 정종섭 장관과는 주민번호 앞 6자리가 같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 시장은 행자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정보도 받지 못했다. 정보가 없으니 늑장 대응이 되기 마련이다.

또한 인천시에는 행자부 출신 부이사관 이상 공무원만 4명 이상이 있다. 과연 이들은 해경본부 이전을 둘러싼 행자부의 어떠 움직임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일까?

‘관제 데모’에도 불구하고 해경본부 이전은 확정됐다. ‘힘 있는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하는 이도 있고, 인천 여권 실세에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으며, 내년 총선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이도 있다.

그러는 사이 서해 5도 해상경비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작년 한해 월 평균 3800여척 출몰했던 서해 NLL 지역 중국어선은 올해 들어 월 평균 4900여척으로, 한 달 평균 1000척 넘게 늘었다.

이뿐이 아니다. 해경본부 이전을 계기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또한 수원으로 이전해야한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경인식약청도 이전해야 한단다. 반면 인천지방국세청과 인천고등법원 신설은 여전히 먼 얘기다. 이게 인천의 현실이자 민낯이다.

NLL 화약고를 둔 인천에서 평화와 안보를 지키려면, 해양경찰청의 부활이 답이다. 내년 총선에 당론으로 제시를 하든, 2017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든, 해양경찰청 부활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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